[세계를 움직이는 인물] 그린스펀과 원자바오

이재빈 04.05/28 00:00 조회 509 누적점수: 0

그린스펀과 원자바오

세계 경제나 혹은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미국 통화정책의 주체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 FRB, 이하 연준)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들 것입니다. 증권투자가들에게 있어서 그의 발언은 항상 면밀한 관찰의 대상입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의 정책 목표는 제한적인 인플레이션하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위한 수단이 연방기금 금리(federal fund rate)입니다.

연방기금 금리란 은행들이 일일 법정 지급준비금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간에 하루 또는 밤새 자금을 대여하면서 부과하는 최단기 금리입니다. 은행들도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하려고 하다보니 예금의 보다 많은 부분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지급준비금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이를 메우기 위해 다른 은행에서 돈을 빌려와야 하는 것입니다.

연준은 공개시작조작(open market operation)을 통해 연방기금 금리가 연방기금 기준금리(federal fund target rate)를 중심으로 한 좁은 범위내에 머물도록 유도함으로써 미국 금융시장의 전체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연준의 통화정책은 시중의 자금사정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주식과 경쟁관계에 있는 채권에 대한 선호도도 변화시키므로 결국 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핵심적인 거시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그린스펀 의장이 미의회 상원에 출석해 사상초유의 저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조기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전세계 증권시장이 동반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의 경우에는 그 영향력이 훨씬 직접적이고 큰 파괴력을 가질수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결국 미국의 돈값이 올라간다는 것이고 이는 낮은 금리의 미국을 떠나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향후 다시 빠져나갈 것임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차이나 쇼크(China Shock)

최근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중국 효과(China effect)라는 말이 회자되곤 했습니다. 연 9%가 넘는 고도 성장을 구가하며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로 인해 그 혜택을 받는 다른 여러 나라들의 증시가 상승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사용해온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 말은 차이나 쇼크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지난 4월 28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인플레 억제를 위해 중국의 강력한 성장세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긴축정책을 강력히 시사했습니다.

또한 30여개 시중은행에 대해 5월 1일까지 한시적으로 신규 대출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2003년 중국 경제는 1997년 이후 최고치인 9.1% 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무려 43%에 달했습니다. 수출과 수입도 30% 이상 증가하는 초고속 성장이었습니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렇게 고속 성장하는 경제가 자칫 과열 상태로 넘어가 거품이 일시에 붕괴되는 것입니다. 이미 1997년 동남아시아와 한국을 강타한 금융위기를 바로 옆에서 목도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중국 경제 과열론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발언 직후 아시아 증시는 쇼크상태를 보였습니다. 중국 경제 성장의 최대 수혜국 중의 하나인 한국은 중국발 경제쇼크의 가능성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원자바오 총리의 연이은 발언에 한국 증시는 최근 초토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숨겨진 진주를 찾아내려는 가치투자자에게 또 다른 숙제가 남겨져 있습니다.

이재빈 w2strtg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