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한마디] 기업가의 책무는 창조적 파괴이다

김지혜 04.05/14 00:00 조회 839 누적점수: 0

요제프 알로이스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

영국의 케인즈와 함께 20세기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꼽히는 슘페터, 그가 돋보인 것은 ꡐ창조적 파괴ꡑ라는 이론 때문이었다. 회사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명주기가 있다. 태어나서 성장한다. 더 나은 회사가 등장하면 자본 부족으로 숨진다. 그것이 세상 법칙이며 또 그래야만 한다. 시장은 감정이 없다. 자본주의는 냉혹하며 봐주는 게 없다. 이와 같은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가의 책무란 창조적 파괴에 있다고 슘페터는 말한다.

19세기 전반기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1883년 2월 8일 체코슬로바키아령 트리시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대대로 의류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소규모 부르주아 집안의 자제였으며, 어머니는 인접한 마을의 저명한 의사의 딸이었다. 아버지가 물려받았던 의류 제조 업체는 그의 증조부에 의해서 시작되었는데 이 의류 공장은 마을의 산업화를 진작시키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였다. 그의 조부도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아 공장을 더욱 확장 시켰으며 마을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 트리쉬의 시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이를 보면 그들은 슘페터가 그토록 찬미해마지 않았던 혁신적 기업가의 전형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부와 마찬가지로 의류 공장을 물려받아 운영하던 슘페터의 아버지는 그가 4살이 되던 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 때 겨우 25세의 나이였던 그의 어머니의 재혼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슘페터는 의붓아버지 아래에서 성장하게 된다. 이것이 그의 일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부친이 그렇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가업을 물려받아 의류 공장의 소유주로 생을 마감했을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슘페터가 의붓아버지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으나 그의 오랜 친구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슘페터의 　어두운 면　은 그의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한다.

이 후 그는 테레지아눔이라는 귀족자제들을 위한 중등교육기관에 입학하게 되었지만 그는 이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알려진다. 테레지아눔 시절 슘페터의 유일하게 남겨진 사진을 보면, 성인이 되어서 확신에 가득 찬 모습과 대조적으로 다소 수줍어하는 그의 표정에서 이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1901년 테레지아눔을 우수하게 졸업한 후 그는 비엔나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데 그가 경제학에 발을 들여놓기로 결심한 때가 이 시기였다고 알려진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견문을 넓히기 위해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되는데 독일을 거쳐 프랑스, 그리고 여러 유럽 국가들을 거쳐 영국에 다다르게 된다. 슘페터는 영국의 사교계를 굉장히 즐겼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영국에서 사교파티와 여우사냥, 승마만을 즐겼던 것은 아니었다. 대영 박물관에서 수많은 저술들을 탐독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며 또한영국의 여타 대학들을 방문하며 에즈워드나 마샬과 같은 경제학자를 만나기도 하였는데 그는 마샬로부터 　“훌륭한 경제이론가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은 애당초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충격적인 충고를 들었다고 한다.

슘페터를 한 마디로 편력의 인물이었다. 출생한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에서 비엔나로 영국으로 그리고 일본으로 등 일생동안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고 다녔다. 그의 여성에 대한 편력도 유명한데 그는 수많은 여인들과 정분을 나눴으며, 세 번의 결혼 등 다니는 곳마다 염문을 뿌리고 다녔다. 또한 상아탑 속의 학자가 아닌 변호사, 재정고문, 재무 장관, 은행 총재 등 여러 방면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했다. 이와 같은 다양한 학문적․사상적 편력은 어떤 특정한 학파나 범주에 그를 포함시키기 어렵게 만들고 그의 학문체계와 사상을 정리하려는 시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슘페터 자신도 이 때문이었는지 남들에게 자신의 이론체계와 세계관에 대해 요점을 추려 전달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경제학의 접근함에 있어서 수학적 방법을 이용하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고 알려지는데 정작 그 자신은 수학에 그다지 능통하지 못했다. 하버드 재임시절 경제수학 강의가 슘페터의 노력에 의해 레온티에프에게 넘어간 배후에는 위와 같은 이유가 숨어 있었다. 그는 경제학의 발달에 수학이 큰 도움이 될 것임은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 자신은 이에 대한 재능이 없었다.

슘페터는 1908년 자신의 첫 저작인 『이론경제학의 성격과 본질』에서 혁신적 기업가에 대해 언급한다. 그는 기존의 자원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 조합하여 질이 더 좋고 비용이 덜 드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통칭하여 혁신, 즉 창조적 파괴행위라고 규정했으며 이 혁신을 담당하는 주체를 혁신 기업가라고 불렀다. 정태적 경제의 순환만을 쳇바퀴처럼 돌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혁신 기업가가 ”돈키호테처럼“ 나타나 정태적 균형을 깨트리고 경제의 동태적 진화를 촉발시키는 주역이다”라고 표현했다. 슘페터에 의하면 이윤이란 바로 창조적 파괴행위를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가의 정당한 노력의 대가라고 한다.

김지혜 yj56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