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블난 지주회사, 앞으로도 날라갈까?
최근 주식시장에서 지주회사들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핵심 테마중 하나로 부상했다.
기업지배구조 리스크가 줄어들고 자회사들의 실적도 좋아지면서 그동안 디스카운트에 의한 저평가가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훌쩍 넘으며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도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턴어라운드 덕을 본 금호산업과 기업 분할을 몸소 실천한 LG, 소버린의 경영권 장악 시도로 시끄러웠던 SK 등이 큰 폭으로 오르며 여타 지주사 테마에 촉매역할을 했다.
금호산업은 연초에 비해 162.2%나 급등했고 LG도 118.9%나 급등했다. SK도 연초에 비해 81.3%나 올랐다. 한화가 54.1% 상승한 것을 비롯해 우리금융(27.6%) 한솔제지(16.7%) CJ(14.1%) 코오롱(12.3%) 등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또 삼성전자와 SK 지분을 보유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삼성물산도 55.05%가 오르는 초강세를 보였다.
이러한 지주회사들의 초강세는 기업지배구조에 따른 디스카운트 요인들이 해소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또 이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재벌들이 투명성 강화쪽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의 집중매수 대상이 됐던 LG의 기업분할과 SK와 소버린과의 분쟁 등도 지주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
동원증권은 "SK와 소버린간의 분쟁을 보면서 지주사 역할을 하는 대기업들의 경영권이 개방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유가증권을 처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촉매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시티글로벌마켓증권도 "LG의 기업분할은 다른 재벌기업들에게 청사진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며 이런 지주회사 체제가 적용될수록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줄어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따블..앞으로 얼마나?
올해가 시작된지 아직 채 4개월이 지나지 않았다. 불과 4개월도 안된 사이 주요 지주사들은 2배 이상 올랐다. 아무리 매혹적으로 보이더라도 이 정도 가격 급등이면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스크를 지지 않고 초과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운 법. 비록 연초에 투자했을 때만큼 수익을 얻기는 어렵겠지만 지주사 테마는 당분간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하며 참여정부의 개혁작업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주회사에는 청신호로 평가된다. 경영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의 최대 수혜주는 지주회사이기 때문이다.
크레디리요네(CLSA)증권도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로 과거 정체됐던 개혁작업이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재벌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관심이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을 도모할 것으로 보여 지주사에 대한 투자전략을 짜는 것은 바람직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지주회사가 정부의 정책과 통하면서 기업집단(그룹)들은 알짜사업을 지주회사 관련기업으로 몰아줄 확률이 높고, 또 그룹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오너들도 지분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최근 주가 상승으로 (지주회사의) 자회사들의 주가가 오르면서 자동적으로 지주회사들의 자산가치까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지주사 테마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결국 지주사들의 실제 가치와 주가 사이의 괴리가 얼마나 좁혀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순수지주회사의 경우 보통 자신이 보유한 자회사들의 순자산가치에 근접한 정도만 주가에 반영되도 적정가에 도달했다고 인정받는다. 물론 다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는 다른 변수들을 고려해야겠지만.
테마가 형성되고 바람이 불면 실제가치보다 주가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주가는 적정가치를 찾아가게 된다.
아직은 지주사 테마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100여일만의 따블이란 가격을 머리속에 그리며 지주사들의 적정가치가 얼마냐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굳이 그걸 다 계산하느라 머리 아플 필요는 없다. 지주사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증권사들이 저마다 리포트를 수없이 쏟아내고 있으니...
전필수 phils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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