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IMF 이후 우리나라의 M&A는 기업 사냥꾼적인 의미보다는 산업 합리화라는 명목으로 활성화 혹은 법제적 정비를 이루어 놓고 있다. 그리고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관여로 ‘빅딜(big deal)’이라는 산업 간 이동까지 있었던 적이 있었다.
1) 규모의 경제 (Economy of scale)
1998년 이루어진 빅딜 협상의 내용은 한국의 빅4에 속하는 삼성 현대 대우 LG 그룹의 자동차, 전자(반도체) 부문의 이동요구였다. 이러한 빅딜의 논리는 각 회사별 특화할 수 있는 재화를 생산해 내게 하는데 있었다. 각 기업이 다양한 업종의 설비를 가지게 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성의 제거를 막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즉 각 기업별 비가격적 요소에 대한 경쟁으로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각 기업별로 생산요소를 구매하거나 판매할 때 보다 한 기업이 생산할 경우에 전문화된 생산과 대량 구매 및 판매에 따른 영업비용의 절감을 규모의 경제라 한다.
2)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
범위의 경제는 아마도 1998년 빅딜과는 반대의 논리였다. 즉 과거의 문어발식 확장 기업 행태에 대한 논리로서 사용된 것인데, 한 기업이 여러 가지 업종을 겸업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즉 계열 업종에 자동차회사가 있을 경우에 보험회사를 겸업화 하게 된다면 그 기업에 입장에서는 판매에 있어서의 장점과 고객의 입장에서는 패키지 상품으로서 자동차 구매에게 드리는 무료 보험 혜택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상반된 시너지 효과는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 진실은 무엇일까?
최근에 방카슈랑스라는 새로운 금융환경이 도입되었다. 은행과 보험의 겸업화를 뜻하는 방카슈랑스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시작된 영업행태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산업의 특성상 최근에서야 법제적 환경이 마련된 이후 도입될 수 있었다. 방카슈랑스는 범위의 경제에 속하게 된다. 은행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경우로서 농협에서 판매하는 공제 상품정도로만 인식되었다. 겨우 이런 상품의 판매라면 그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그리 만만한 금융혁신은 아니다.
은행창구라는 저비용 신 판매채널을 확보할 수 있어서.마케팅 비용등의 사업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통 보험이란 보험설계사가 고객을 찾아가 계약을 맺는 방식이지만 농협의 공제 제도처럼 보험 가입 대상자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중소 보험사에 비해 은행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장점과 은행이 갖춘 자산관리 능력으로 보험 가입 고객에게 재무 설계 컨설팅도 해 줄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그러나 은행의 보험 겸업화는 은행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시장파괴 현상도 낳을 수 있다. 가령 은행이 기업 혹은 가계 대출을 하면서 일명 꺽기를 시도하는 것처럼 무시할 수 없는 강압이 소비자의 의지와 관련 없는 보험 상품 가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제기된 진실을 이야기할 때가 왔다. 문어발식 확장 기업이 범위의 경제라는 시너지 효과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효율을 가져 왔느냐는 의문이다. 즉 기업에게 있어서 규모의 경제도 범위의 경제도 있지만 일방의 우월적 지위를 지녔고 이에 대한 혁신적인 의지가 결여될 경우에는 늘 폐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은행의 겸업화는 은행의 이익에 연결되어 있다. 또한 국내의 메이저 보험사는 은행과 브랜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중소 보험회사는 어떻게 될까? 방카슈랑스는 분명 범위의 경제의 시너지를 얻기 위한 명분이다. 그러나 실제의 경쟁은 규모의 경제로 인한 메이저의 승리가 우려된다. 이것은 어찌 보면 과거 보험회사들이 혁신에 대한 게으름에 댓가 일수도 있다. 방카랑스의 도입으로 은행이 겸업화가 될 경우에 은행의 이점은 은행 창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 은행이 가진 자산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직접적 계기가 될 것이며 바로 이러한 것이 은행이 보험 겸업화의 정당한 논리가 되는 것이다. 즉 제도의 변화는 여러 가지를 변하게 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채수복 spin80@hanmail.net
프린트
이메일
블로그 담기
점수주기
(댓글 0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