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주,대박과 쪽박 사이
연초 주식시장을 강타하던 수산주들이 다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수산주들은 최근 1주일간(5거래일) 상승율 상위권을 휩쓸었다. 대림수산은 17일 5700원이던 종가가 24일에는 1만500원으로 마감됐다. 불과 1주일 사이에 84.21%포인트나 급등했다. 동원수산도 같은 기간 69.21%포인트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나란히 동기간 상승율 1, 2위를 차지했다. 사조산업과 오양수산도 50%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상승율 3위와 5위에 올랐다.
수산주들의 이같은 강세는 잠잠했던 조류독감이 재발했다는 뉴스와 탄핵정국 이후 주춤한 증시가 뚜렷한 주도주를 배출하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 900을 넘었던 종합지수는 정국이 어수선해지며 800대로 떨어졌다. 이후 900선은 눈앞에 있으면서 잡히지 않는 선처럼 돼 버렸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종합지수를 견인하던 블루칩들은 사상최대실적을 등에 업고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3월초까지 달려왔으나 최근에는 가격 부담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 조류독감 재발 뉴스는 갈곳 없는 투자자들에겐 달콤한 유혹이 됐을 것이다. 수산주들은 작년 연말부터 시작해 한달이 안되는 사이 10배 가까운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것도 거래없는 기세상한이 아닌 충분한 거래량을 동반하면서 급등장세를 연출, 투자자들을 열광시켰다.
수산주들은 작년 연말 이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백억원대를 넘어섰다. 단타족들의 천국이 된 것.
전국의 양계농민과 치킨집 주인들을 나락에 떨어뜨린 조류독감이라는 재료에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는 유동성은 데이 트레이더들에겐 매혹적인 투자처였다.
이런 화려한 전과가 있는 수산주들이 다시 날개를 펼쳤으니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하지만 급등하는 수산주를 보는 투자자들이 마냥 열광만 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증시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조류독감이 실제 수산주들의 실적에 큰 영향이 없다며 급등하는 수산주에 올라타는 것에 신중하라고 조언한다. 실제 수산주들은 2월 중순 고점을 찍고 급락세로 돌변, 한달간 하락하며 급등 전 수준보다 소폭 오른 상태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한 투자자 A는 수산주들이 다시 들썩일때 바로 따라잡지 않았다. 그런데 1주일 후 보니 수산주는 많게는 따블 가까이 올라있다. 2월 중순의 고점까지 가려면 아직 100%는 더 상승 여력이 있어 보인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A와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따라가자니 고점일까 무섭고, 단념하자니 다른 급등주를 찾기 어렵고...
주식시장에서 정답은 없다고 한다. 결국 공격적 투자자들은 지금 시점이 머리 꼭대기라고 해도 그 위의 상투끝에서 팔겠다는 신념으로 배팅을 하겠고, 가치투자자라면 곁눈질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 10% 이상의 변동성과 수백억원대의 거래대금이라는 유동성, 그리고 가끔씩 터져 나오는 TV의 9시 뉴스에서의 조류독감, 광우병 소식 등이 수산주의 메리트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돼 완만하지만 꾸준히 오르는 가치주와 달리 수산주들은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대박의 이면에 쪽박이라는 처절한 단어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수산주에 대한 발걸음이 조금은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전필수 phils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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