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기] 노대통령 탄핵사태를 바라보며

노대통령 탄핵사태를 바라보며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와 이은 금융시장의 동요를 바라보며 문득 1년전 이맘때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북한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정밀폭격설과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 임박한 이라크 전쟁, 그리고 중국에서는 SARS가 본격적으로 언론에 부각되기 시작하던 때입니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K Global 의 분식회계 스캔들까지 터졌고 이는 그 이전부터 문제를 키워왔던 카드사 부실과 맞물려 카드채 대란을 불러왔습니다. 증시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들은 하나에서 열까지 악재들뿐이었습니다. 황사 때문에 뿌옇던 서울 하늘처럼 투자자들의 마음도 어둡기만 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비관에 빠져 주식을 팔아치운 것만은 아닙니다. 한껏 부푼 버블이 터질 때 그만큼 고통이 크듯이 대형악재로 패닉에 빠져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수록 다시 올라갈 수 있는 반등의 폭 또한 커지는 법입니다. 언제나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 기민한 소수의 투자자들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작년 SK㈜의 주가 폭락 때 신속하게 뛰어든 소버린이었습니다. 사실 SK㈜라는 회사는 그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아시아 최고의 우량한 정유회사였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것은 단지 SK그룹과 관련한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였습니다. 6천원대까지 떨어졌던 SK의 주가가 4만원대까지 올라가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얼마전 종합지수가 900선까지 상승할 수 있었던 기본적인 요인은 글로벌 경기의 회복입니다. 미국과 일본 경제는 작년 4사분기에 말그대로 “surprising”한 경기회복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은 오히려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상장주식 총액의 40% 이상을 점하고 있는 외국인도 한국 내부의 상황에 주안점을 두고 투자하지는 않습니다. 한국경제는 기본적으로 한반도를 벗어나 드넓은 세계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지난 2~3년간 내수에 의존해 성장해왔던 경제가 허망한 빛잔치였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기업이 외부환경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본질을 벗어나 일시적인 외부환경의 충격과 이로 인한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주가가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다시 원래의 자리로, 제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 과거의 역사가 말해주는 교훈입니다.

대통령 탄핵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합니다. 250년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탄핵된 경우는 없다고 하니 참조할 만한 선례도 없습니다. 우리가 불안해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전혀 겪어보지 못한, 우리에겐 너무나도 생소한 사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대통령의 권한이 사라져도, 지구 다른 한 쪽에서 대형테러가 발생해 수백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어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여전히 다음날 아침에 각자의 학교로, 일터로 향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경제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재빈 jbleeb@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