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읽기] 할인혜택과 가격차별

깎아주면 손해? 천만의 말씀!

무조건적인 근검절약이 미덕이라던 과거에 비해 현대인에게는 그러한 미덕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현대의 절약은 소비를 줄이는 것보다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같은 상품이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동네 잡화점보다 대형 할인마트의 가격이 저렴한 것부터 시작해서 영화관, 놀이공원, 이동통신 요금까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적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 요금표를 보면 요일별, 상영시간별, 성인과 청소년 그리고 노인계층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동일한 재화에 상이한 가격체계를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이라고 한다. 소비자에게 있어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좋지만, 극장주인은 어떤 이유에서 가격차별 전략을 사용하는 것일까? 과연 이것에 숨겨진 상술은 무엇일까?

같은 상품 다른 가격 매겨 소비자 구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어 보자. 보통 극장 관람료의 정상 관람가는 7000원이다. A라는 사람은 영화를 9,000원, B라는 사람은 8,000원, C는 7000원, D는 6000원을 주고 볼 용의가 있다. 만약 극장주인이 각자의 지불의사를 알고 있다면 극장주인은 3000원의 추가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극장 주인에게 있어서 이러한 가격차별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시간대별 상이한 요금체계는 소비자 구별신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관객D는 조조할인시간대에만 영화를 보게 될 것이다. 또 주말 혹은 프라임 상영시간 관객은 A. B가 될 것이다. 이처럼 극장주인은 각 소비자의 특성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이용객 스스로가 자신의 지불 의사를 밝힐 수 있으므로 가격차별은 극장주인에게 더 득이 되는 가격할인제도인 것이다. 또 청소년과 성인 그리고 노인에 따른 상이한 요금체계는 무엇 때문인가?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각 계층별 지불 의사에 대한 가격탄력성이 다른 것을 말한다. 즉 영화관람료의 인상 할 경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성인계층에게는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청소년과 노인계층에게는 가격 인상에 따라서 고객을 잃을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즉 청소년과 노인 계층은 관객D에 해당하는 것이다.

상품 접근 용이성 높이는 '고도의 상술'

또 다른 가격차별은 놀이공원으로 이어진다. 놀이공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요금체계는 입장료+각 시설 이용료로 구성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이원된 가격체계를 이부가격제(Two tariff price)라고 한다. 입장료의 경우 그 책정이 각 시설 유지비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 입장료는 앞서 극장의 예에서 말한 각 소비자별 초과 이윤에 해당된다. 즉 2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7000원 내고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한 예가 된다. 결국 이 입장료는 소비자에게 빼앗아 가는 잉여가 되는 것이다. 덧붙여 요즘 일반화 되어 있는 자유이용권을 생각해 보자. 주말과 평일의 자유이용권의 값은 동일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주말과 평일의 이용객 수는 같지 않다. 즉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시설의 수가 평일에 더 많다는 것은 결국 같은 값의 자유이용권이라도 평일은 더 저렴하다는 것을 말한다. 극장의 예에서처럼 놀이공원주인은 각 사람의 지불 의사를 알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주말보다 평일에 더 많은 놀이 시설을 타면서 같은 값을 지불한다는 것은 이용자 스스로가 신호전달을 하는 것이 된다. 이부가격제에서는 놀이 시설을 많이 이용하지 않는 노인이나 자녀와 함께 간 어른들은 보통 입장료만 내게 될 것이다. 또 많이 탈 사람만 자유이용권을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사실 이러한 측면에서 놀이공원에서는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입장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놀이공원의 설비유지비는 언제나 같다. 그러나 전체 입장객 수가 많다면 혹은 자유이용권 이용자가 많다면 그것은 놀이공원의 이득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놀이공원이나 극장에서는 할인혜택을 이용하여 소비자가 좀 더 접근이 용이하게 한다. 만약 2000원 할인 혜택이 있다면 관객D는 조조영화뿐 아니라 모든 시간대의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할인 혜택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소비자에게 전가되므로 결국 극장주인은 이득이 되는 것이다.

'역수출'처럼 가격 교란땐 손해 볼 수도

지금까지 살펴 본 것은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할인혜택이 공급자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았다. 특히 소비자의 특성을 모르더라도 그 소비자의 사용량 혹은 사용시간에 따라 상이한 가격체계를 통한 보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상이한 소비자가 유리한 가격체계를 선택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즉 성인이 청소년 혜택을 받거나 일반인이 장애인 우대 이동통신요금을 받는 경우를 말한다. 특별한 구별이 어렵다면 공급자 입장에서는 할인제도를 폐지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할인혜택을 받고 있는 선량한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입히는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시장 자체를 다르게 편성한 것이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의 구분이다. 보통 자동차의 예를 들어 보면 내수용 자동차의 가격이 미국에서의 국산차 가격보다 더 고가인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실 수출용차는 관세까지 부과되는데도 이러한 일은 가능한 것일까? 국내 소비자는 봉이란 말인가? 미국의 내수시장은 국내 시장보다 세계의 여러 나라의 자동차 판매 전쟁터이다. 수많은 차들이 있기 때문에 국내보다 경쟁이 더 심화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국내보다 가격에 대한 반응이 클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외국에 수출한 차가 국내로 역수출되는 경우이다. 동일한 제품이지만 외국에 저렴하게 판매한 차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내수시장에서의 가격교란이 일어날 것이다. 물론 자동차는 용량이 큰 제품이라 국내로 역수출되어 들어온다면 세관의 관세를 피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 제품이 작은 경우라면 동일 제품에 대해 상이한 가격으로 인해 교란이 일어 날 것이다. 흔히 용산전자상가에서 볼 수 있는 저렴한 컴퓨터 부품의 경우 이러한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A/S 혜택의 유무로 이러한 역수 출 현상을 기업으로서 막고는 있지만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어른이 청소년 할인혜택으로 영화를 보게 되는 경우의 폐해와 다를 바 없게 된다.

채수복 spin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