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맨의 중국 탐방기] 중국 공무원은 부패하다? No!!

중국 공무원은 부패하다? No!!

우리가 흔히 중국에 대해 떠올리는 인상 중의 하나가 중국 공무원들은 상당히 부패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중국 공무원들이 부패한 것은 사실입니다. 국제투명성기구(TI)라는 기관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CPI)에 의하면 올해 중국의 부패지수는 조사 대상 133개 국가중 66위를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50위였으니 우리보다는 좀 더 부패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또 실제로 신흥 갑부와 결탁해 이권을 챙기는 부패공무원들이 늘어나면서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공무원들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비관료적이었으며 서비스 정신이 투철했습니다. 저와 일행이 방문했던 곳은 닝보시의 항무국이었습니다. 닝보항의 항만 시설과 물류 흐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는 큰 회의실로 안내 받아 젊은 여자 공무원의 개괄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항무국을 방문하는 동안 제가 받은 첫 인상은 이들이 우리에게 상당히 호의적이며 친철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외국인이어서 배타적일 것이라든가 아직 공무원들이 관료주의적인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입니다. 사실 중국의 발전 전략은 개혁과 개방을 통해 해외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이에 중국의 각 지방정부와 도시들은 경쟁적으로 외자를 유치하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2002년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를 보면 해외직접투자(FDI)를 포함한 투자가 전체 GDP의 40%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사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통계수치는 신뢰성이 떨어질 때가 많지만 어쨌든 현재의 고속 성장을 이끌고 있는 중심축이 투자인 것만은 확실하며 그 중 상당 부분은 해외 자본에 의한 것입니다.

고속 성장의 뒤안길

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의 가장 큰 골치거리 중 하나는 경제의 불균형 문제입니다. 그 중에서도 빈부격차의 확대와 지역간 경제력 불균형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호화찬란한 대형음식점에서는 손님이 붐비고 음식들도 아주 화려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것은 체면을 손상시키는 것이라는 관념이 있어서 엄청난 양의 먹다 남은 음식을 그냥 버립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식당 문을 나서는 순간 길거리에서 구걸하고 있는 거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본 거지들은 대부분 스스로 돈 벌 능력이 없는 나이든 할머니들이었는데 보기에도 딱한 모습이었습니다.

오늘날 중국의 경제 부흥을 이끌고 있는 세 개의 큰 경제권은 광둥(廣東)과 홍콩을 아우르는 주장(珠江)삼각주 경제권, 상하이(上海)를 축으로 한 창장(長江)삼각주 경제권,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을 잇는 징진탕(京津塘)경제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서부 내륙과 동북지방은 90년대 이후 경제 부흥에서 소외되었으며 상대적으로 아주 낙후돼있는데 우리에게 만주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 등의 동북 3성은 1950년대 이후 사회주의 중국의 계획경제 체제하에서 '중국공업의 요람'으로 불리우던 곳입니다. 동북 3성은 석탄, 석유 등의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일제시대때 일본이 공업 인프라를 잘 구축해놓았기 때문에 공산당 정부는 일제가 물러난 이후에도 철강, 선박, 기관차, 비행기 등의 중공업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비효율적인 이 지역의 국영기업(SOE, State-Owned Enterprise)들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었고 누적된 부실로 파산하는 국영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실업문제가 큰 골치거리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 지역은 번영하는 남쪽의 해안 지방들과는 대조적으로 경제적 활력을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지금 베이징 정부는 서부 대개발과 함께 동북지역 재개발을 향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기회이자 도전

작년 12월 29일 상해에서는 세계 최초로 자기부상열차가 개통되었습니다. 푸동 국제 공항에서 도심을 잇는 30Km의 노선을 단 8분만에 주파하는 이 자기부상열차는 독일에서 개발했지만 수익성에 대한 회의 때문에 정작 독일에서는 상업화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2억불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은 이 프로젝트는 거의 도박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상해시 정부는 나름대로 계산을 갖고 있습니다. 머지 않아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면 푸동공항까지의 교통정체 때문에 자기부상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곧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또 2010년에 열리는 세계박람회도 염두에 두었을 것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 우리와는 달리 중국은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등을 포함해 많은 나라들이 중국을 두려운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는 늘 새로운 기회라는 명언이 있듯이 중국은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만은 아닙니다. 이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이 되었습니다. 중국 경제발전의 최대 수혜국 중의 하나는 바로 한국입니다. 근거 없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중국이라는 엄청난 기회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만 우리는 다시 한 번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재빈 w2strtg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