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읽기] 역선택과 취업시장

채수복 04.01/20 00:00 조회 1696 누적점수: 0

역선택과 취업시장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이 40만 명에 육박한...'라고 말하며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조용히 해 달라는 시트콤 속 고시생의 말이 유행이다. 청년 시절에 사회에 첫 발을 딛는 첫 단계는 대부분 취업일 것이다. 유행어에 등장하는 장기화된 경기침체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 든 것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이유에서 요즘 청년 취업이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될 만큼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왜 저 고시생은 어려운 취업상황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일까? '공부 = 취업'이라는 도식이 가능한 것일까?

최근 취업관련 지도사항에 빠지는 않는 사항이 있다면 과거의 학벌 등의 이력서 기재내용보다는 자기소개서를 충실히 작성하고 면접을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취업시장의 변화를 경제학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 Asymmetry of Information)으로 인한 역선택 (Adverse Selection)의 방지를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의 비대칭성은 무엇인가? 레몬시장이라 불리는 중고 자동차 매매시장을 예로 들어 보자. 중고 자동차는 겉을 보고는 그 차의 성능이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 겉은 새 차처럼 광택이 나더라도 그 차가 사고가 있었는지, 현재 차의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자동차를 판매하는 사람은 그 차의 상태를 알 수 있지만 구매자는 차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중고차 두 대가 있다. 상태가 양호한 자동차와 겉만 좋은 자동차가 있다. 이 차의 시장가치는 각각 500만원, 100만원이라고 해 보자. 판매자는 각 자동차의 정확한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구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차의 가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구매자는 (500+100)/2 = 300만원이라는 단순 평균한 가격을 제시할 것이고 판매자는 300만원의 가격을 제시하였다면 500만원의 가치를 지닌 자동차보다는 100만원의 가치를 지닌 겉만 좋은 불량차를 내 놓을 것이다. 이런 행위가 계속 될 경우 구매자는 자신의 300만원 제시 가격은 늘 100만원의 불량한 차만 얻게 되는 것을 깨닫고 중고차 매매는 중단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역선택 발생으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성의 폐해로 설명하곤 한다.

이러한 예를 취업시장의 이야기로 전환시켜 보자. 기업 인사담당자와 두 명의 취업준비생이 있다고 해 보자. 이 기업의 업무 특성상 채용 이후에 이 인력의 능력치를 알 수 있다고 전제할 경우 한 명은 월 300만원의 일을 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이고 다른 한명은 100만원의 능력을 지녔다면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제시 임금을 (300+100)/2 = 200만원으로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우 월 200만원의 임금 제시는 300만원의 능력을 지닌 사람은 포기하게 만들고 100만원 능력을 지닌 사람이 이 채용공고에 응하게 된다. 결국 이 기업의 채용은 실패작으로 거듭날 수밖에 없으며 계속된 200만원 제시는 거듭되는 실패로 귀결되며 역시 역선택으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성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단지 이론적인 것에 불과한 것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S' 그룹 계열사는 동종업종 회사에 비해 보다 높은 연봉을 지급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극대화 라고 한다면 가능하면 더 적게 지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인가?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근로자가 최소 생계 이상의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줌으로서 영양상태를 높일 수도 있고 근로자가 자기 계발에 대한 투자를 높임으로써 근로자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근로자가 이직이나 근무태만이나 기회비용이 증가하게 됨으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에 첫 번째의 경우는 후진국에 해당하는 사항이고 두 번째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모럴 해저드의 발생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수한 인력이 자신의 기업에 지원하지 않는 역선택 폐해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것에 의하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구직자의 정확한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이 있고 이에 따라 신입사원의 채용을 기피하고 경력자를 선호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대 기업의 채용에 있어서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의 비대칭적인 정보 상황은 많이 해소되었다. 그것은 토플, 토익 등의 어학점수와 학점, 소위 간판이라는 학벌이 강조 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취업난의 유일한 돌파구가 되지는 않는다. 바로 전통적으로 인식되었던 정보가 업무 능력을 100% 반영할 수 없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직종에서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던 실수를 되풀이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인턴 제도의 확대는 이러한 단점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채용대상자에 대한 업무 능력에 대한 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수복 spin8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