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보기] 세가지 질문

세가지 질문

<질문 1> 사고 팔 물건들은 많은데 시장이 없습니다.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질문 3> 온라인게임 '아무거나'의 방패와 검 때문에 사기사건이 많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삭막한 중세를 뚫고 근대가 동터올 무렵, 성(城-burg)의 부르주아들은 '시장' 덕분에 재화를 쌓았습니다. 수도승들과 귀족들은 여기에 반발했습니다. 원래 '부'(富-fortune)라는 것은 장원 경제 안에서 이들의 '주문'에 맞춰 위험없이 생산돼야 하는 것이었거든요. '미디어'(media)는 용납될 수 없었죠. 미디어는 절대 권위에 흠집을 냄과 동시에 중간에서 이익이 새나가게 할 테니까요.

고전주의 경제학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고 가르칩니다. 가격을 결정하는 '마켓'은 X축과 Y축의 좌표공간으로 표시될수 있습니다. 이 공간이 없으면 블랙마켓입니다. 중세가 그랬습니다.

시장이 몰락하면 가격은 멋대로 매겨집니다. 당연히 재화의 생산이나 구매를 위한 '투자의 위험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구요. 그래서 부르주아들은 성에 모여들어 X축과 Y축을 그렸습니다. 덕분에 '국부론' 같은 책이 쓰여질 수 있게 된 것이겠죠.

그런데 '시장'은 근대에만 만들어졌던 게 아닙니다. 최근 가장 인상적인 시장은 '아이템베이'(www.itembay.com)라는 곳입니다. 분명 '이베이'를 흉내낸 혐의는 짙지만, 꽤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판다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나가는 개가 웃을 소리였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그때문에 발생한 폭력사건, 사기사건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곤 했죠. 신고를 받은 경찰은 어리둥절했습니다. 아이템은 쥘 수도 없고 가지고 다닐 수도 없는 요상한 물건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폭행과 사기가 일어났을까요? 혀를 끌끌 차며 개탄하는 것으로 그치면 센스 있는 투자자의 태도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시장'이 없기 때문이었죠. 이럴 때 게이머들은 무엇을 원했을까요? 수수료 몇 푼 줘도 안전한 시장이 절실했겠죠. 부르주아들이 십시일반하고 자경단을 구성해 성, 즉 시장을 지켰던 것처럼요.

2년 전 문을 연 아이템베이는 그런 욕구를 제대로 읽었습니다. 혹시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으로 압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싫어합니다. 하지만 막을 길은 없습니다. 아이템베이는 이 길목을 노렸습니다. 아이템을 사고 파는 것을 중개하고 안전을 담보해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이죠. 직접 사거나 팔지는 않습니다.

최근 아이템 거래와 관련해 폭행사건이나 사기사건 이야기를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없어졌습니다. 투명한 시장이 생겼기 때문에 나쁜 짓을 할 수가 없어졌거든요. 아이템 가격도 꽤 많이 떨어졌습니다. 아이템베이가 X축과 Y축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이템베이는 먼저 시작한 이득을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올해 초 보도에 따르면 아이템베이의 하루 아이템 거래규모는 1억 5000만원 정도 되고 한달 매출이 60억원을 넘는다고 하는군요. 거래액의 5% 정도를 수수료로 챙기는데 최근 온라인게임의 인기가 많이 올라 수익은 더 거뒀을 것으로 보입니다.

임상훈 happysimon@naver.com

(주1) : 맥도날드, 버거킹 매장의 깔끔한 유니폼이나 세련된 브랜드와는 달리 점원들이 받는 임금은 미국내 최저 수준이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광고에 돈을 쓰듯 최저 임금 상승을 막기 위해 미 의회에 엄청난 로비 자금을 쏟아붓는다. 자세한 내용은 에릭 슐로서의 <패스트푸드의 제국>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