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보는 투자이론(3) - PER 효과

이방인 03.07/21 00:00 조회 1859 누적점수: 0

가치투자자의 친구 PER : PER 효과

PER = 주가 / 주당순이익 이다. 주당순이익이 1000원인 기업의 적정주가는 얼마인가? 계속적으로 매년 1억원을 주는 증권의 가치는 얼마일까? 우리는 100억 ~ 200억원을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재무관리에서는 비교적 적은 액수를 제시한다. 1억을 이자율로 나눠준 금액을 증권의 가치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 이자율이 5%로 영구히 고정적이라면 1억 / 5% 인 20억이 된다. 아마도 "1억을 평생 받을래, 20억원을 한번에 받을래"란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1억원을 계속 받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20억원을 받아서 5%의 통장에 저금하고 이자를 매년 1억씩 받는 것도 동일한 행동이다.

그렇다면 매년 주당순이익 1000원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현행금리 5%일때 얼마의 가치를 지닐까? 가스주나 한국전력처럼 이익이 비교적 고정적인 산업이라면 우리는 2만원이라고 답해야 한다. 5%금리 시대에 1000원의 이익을 영구히 생산하는 기업은 우리에게 2만원짜리 통장과도 같은 유가증권이 된다. 주당순이익이 1000원인 기업의 주가가 2만원인 상황일 때 그 기업의 PER는 20이다.

모든 것이 균형상태라면 위와 같이 주가가 형성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실에서는 우선 이익이 변동한다. 그리고 위험요소인 이자율도 변동한다. 결국 이익에 대한 예측과 이자율에 대한 예측의 결과로 주가를 서로 다르게 보기 때문에 PER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좀 더 자세한 항상성장모형을 이용하여 PER의 요인을 살펴보자.

결국 PER = f(기대배당률, 할인율, 성장률) 의 함수이다. 결국 기대배당률이 높아지거나 할인율이 낮아지거나 성장률이 높아지면 PER는 높아지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주의 PER가 한때 100을 상회했던 것은 성장률에 대한 기대가 기대이상(?) 높았기 때문이었다.

동일한 수의 안타를 치더라도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이 타율, 에러율, 성장가능성에 따라 다르듯이 동일한 이익인데 주가가 다른 이유는 기업마다 기대배당률, 할인율 (위험율) 그리고 성장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업종별로 PER의 차이가 나는 것 역시 유사한 논리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섬유산업은 저성장산업으로 성장률이 거의 0 혹은 마이너스에 가깝고 수익성저하로 기대배당 역시 감소하기 때문에 저PER상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PER가 절대적이냐'의 문제에는 단 하나의 절대적인 가정이 전제된다. Mr.Market이 천재라는 가정이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Mr.Market은 모든 변화를 정확히 읽어 주가를 조정함으로써 균형상태를 만든다. 저방어율 투수가 안전하게 승수를 많이 쌓는 것처럼 저PER일수록 수익이 많이 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방어율이 1.0이라도 나이가 50이 되면 패전을 기록하는 것처럼 과거보다는 현재의 기량 그리고 미래의 승수를 중심으로 균형점이 이루어 진다고 효율적 시장론자들은 주장한다.

우리는 여기서 PER에 의한 투자는 성과가 있는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맥매스터 대학의 재무관리 교수 Basu는 미국에서 1957년부터 1971년까지 15년간 연말 이익대비 주가를 6개의 그룹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매년 포트폴리오를 교체하여 투자한 시뮬레이션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PER가 10미만인 저PER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16.3%인 반면 PER가 20이상인 고PER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약 9.3%로 나타나 약 7%의 차이가 난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PER를 이용한 투자가 지속적인 초과수익을 생성한다면 이는 이미 공시된 재무제표를 미래의 수익창출을 위한 변수로 이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해준다. 재무제표를 면밀히 분석하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PER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투자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PER는 시장전체의 고평가와 저평가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로 이용되기도 한다. 미국에서 과거 1960년부터 2000년까지 40년간 시장 저점의 평균 PER는 11인 반면 시장 고점의 평균 PER는 21로 나타났다. 평균PER 11 이후 평균적으로 40%의 주가상승이 있었으며 반대로 평균PER 21 이후 30%의 주가하락이 있었다. 하지만 저PER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저PER상태에서 이익이 감소하여 고PER상태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몇 년전 섬유주들이 초 저PER상태에서 다음 년도에 대규모 손실을 발생한 예가 있다. PER에 대한 맹신보다는 이익의 변동에 대한 예측이나 관찰에 유의해야 한다.

PER는 분명 가치투자자의 친구이며 가장 편리한 투자지표이자 증시의 안전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PER의 의미와 방향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영업기반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영업이익 PER를, 재무구조까지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경상이익PER를 이용한 투자방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가치투자자를 자처한다면 분모인 EPS의 추이에 대한 연구나 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워렌 버펫은 저PER 투자자인가? 워렌 버펫은 분명 저EPR인 시점에서 투자를 많이 하지만 저PER투자자는 아니라고 필자는 주장하고 싶다. 워렌 버펫의 내심을 아는 건 아니지만 워렌 버펫이 저PER 기업을 투자하는건 그가 투자하는 시점의 주가(P)가 낮아서이지 워렌 버펫이 저PER 자체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만 워렌 버펫은 EPS 증가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며 그 혜안은 재무제표의 행간을 읽는 안목과 산업을 미래를 짚어내는 수읽기에서 나온다고 생각된다. 워렌 버펫은 저PER주에 투자하는게 아니라 EPS가 늘어나 저PER가 될 주식에 투자한다. 안전한 투자만을 원한다면 저PER전략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워렌 버펫과 같은 멋진 투자를 원한다면 EPS의 지속성과 성장가능성을 읽어내는 버펫의 안목을 연구해야 한다.

대학투자저널 명예기자 이방인 info@itooza.com

서울의 동쪽에 거주하며 주식관련 이론과 주식을 탐구하는 행인이며 투자자로 우리 시장에서 가치투자의 가능성과 가치투자이론적 방법론을 장기간 실험 중이다. 이방인이라는 필명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