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보는 투자이론(2) - 투자자의 달 1월

이방인 03.06/23 00:00 조회 319 누적점수: 0

투자자의 달 : 1월 '1월 효과'

성선설과 성악설의 끝나지 않는 논쟁처럼 Mr. Market의 현명설과 무지설 역시 오래되고 결론이 나지 않는 논쟁이다. Mr. Market이 현명하다면 투자자에게 자신의 패턴을 읽히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투자자는 Mr. Market의 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Mr. Market의 움직임을 랜덤 워크라고 한다. 랜덤 워크는 예상할 수 없는 행보를 의미한다.

다른 예로 우리가 Mr. Market의 보이지 않는 손과 가위바위보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Mr. Market은 가위(강세장), 바위(횡보장), 보(약세장)을 맘 내키는 대로 낸다. 사실 Mr. Market의 가위바위보가 일정한 패턴을 가진다면 Mr. Market은 그다지 현명치 못한 관리자일 것이다. 하지만 Mr. Market의 '보이지 않는 손'은 비교적 무작위로 가위 바위 보를 선택하여 낸다. 그래서 투자자들을 난감하게 만든다.

그러나 일정 시간대가 되면 Mr. Market이 바보가 되기도 한다는 가설이 있다. 일정한 시간대에서 Mr. Market은 가위 바위 보 중에 하나만 유난히 많이 사용해서 투자자를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Mr. Market 이 바보가 되는 시간대가 1월이다. 5월이 어린이의 달이라면 1월은 투자자의 달이다. 1월 달에는 유난히 가위(강세장)를 남발하여 투자자들이 연승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현명치 못하다는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Mr. Market이 무지하다는 설이 설득력 있게 들려온다.

수치적으로 그러한지 확인해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주가변동과 이례현상'이란 책의 월별효과 연구결과를 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투자자에게 1%의 수익률은 너무도 중요하다. 더욱이 한 달에 1%씩 수익률이 축적되면 연수익률이 12% 이상 나는 것이다. 73년부터 93년까지 종합주가지수의 월별수익률을 보면 1월의 평균수익률이 3.67%인 반면 전체 월평균 수익률은 1.63%이다. 평균보다 2% 높은 수익률을 나타낸다. '2% 풍부할 때'는 바로 1월인 것이다. 반면에 8월은 평균수익률이 마이너스 0.79%로 약 2% 부족하다.

그러나 1월 효과의 진수는 전체수익률에 있는 것이 아니다. 1월에 오르는 기업들은 특징이 있는데 그 특징은 바로 기업규모다. 기업규모를 대중소로 나누어 1월의 수익률을 측정해보면 대형주 수익률이 1.98%, 중형주가 8.10%, 소형주가 7.77%이다. 다시 말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1월효과'는 극대화된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케임의 연구를 보면 유사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40년간 1월의 주가행태를 연구한 결과 소형주가 6%의 초과수익이 났으며 40번 중 37번의 1월이 상승하는 결과를 입증했다. 위의 결과 1월효과는 있으며 특히 중소형주의 경우 괄목할만한 상승을 거둔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1월 효과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경제신문의 대예언 광고를 내는 차티스트처럼 구체적인 날짜까지 거론해가며 주가의 패턴을 정형화하고 있다. 그들은 12월 16일에서 18일 사이에 주식 혹은 선물을 매수해서 1월 6일부터 8일 사이에 매도할 것을 충고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 Mr. Market의 행태로부터 도출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다. 그러나 올해 1월처럼 몇 안 되는 예외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왜 1월이 되면 Mr. Market 은 바보같이 관대해지며 특히 소형주를 사랑하는 걸까? 1월 효과의 원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Mr. Market이 연말에 마신 술의 숙취 때문일까?

1월 효과에 대한 원인은 세금설, 연초 포트폴리오 재구성설, 신년희망설 등이 있으나 1월 효과에 관한 원인은 아직은 불분명하다. 다만 우리는 Mr. Market 의 인간적인 면이 있음을 고마워해야 할 따름이다. 시장에 심리적인 면이 스며들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생각하고 1월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어린이들이 어린이날을 즐기듯.

가치투자자에게 1월 효과는 그다지 좋은 정보는 아니다. 가치투자자들의 특징은 가치분석과 장기보유로 특징화할 수 있다. 1월은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 중에 하나이며 상승폭이 큰 걸 고마워해야 할 따름이지 가치투자자에게 큰 행운은 아니다.

그러나 사이 하딩의 "하락장에서 큰 돈을 벌어라"를 보면 가치투자자적인 기술적 투자방법이 연구되어 있다. 책에서 언급한 "계절적 시스템 트레이딩" 역시 과거의 주가 행태를 유형화한 것이다. 주가는 10월말부터 오르기 시작해 5월말까지 오르고, 5월말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0월말까지 하락하며, 이를 이용한 투자방법의 유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로 주가행태를 보면 여름장세는 우울한 편이며 연말부터 연초까지의 장세는 즐거운 편이다.

아마도 투자자들이 10월 말부터 기업들의 성적표에 대한 투표를 시작해서 그 정점이 1월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3월에 성적이 발표되면 성적결과에 따라 현금화하는 투자자들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

가치투자자에게 중요한 건 투자시점이 몇 월이냐가 아니라 투자종목이 무엇이냐 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1월 효과는 가치투자자의 친구는 아니다. 다만 1월 효과는 Mr. Market 이 완벽하지 않으며 두려운 존재가 아니란 점을 알 수 있는 계기다. 항상 준엄하신 아버지가 1월에는 어김없이 세뱃돈을 주시는 것처럼 인간적인 면이 있듯이.

시장의 효율성을 논할 때 가위바위보를 연속해서 이기는 경우가 없음을 증거로 삼기도 한다. 단 워렌 버펫처럼 거의 50번 이상 가위바위보를 연속으로 이기는 경우가 효율성을 기각하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그는 Mr. Market 의 맘을 읽는 독심술을 연마했는지 모른다. 워렌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도 1월에 한해서는 가위바위보를 연속해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는 1월에만 가위바위보를 연속해서 이기는 점에서 만족을 해야 할까 아니면 워렌 버펫의 독심술을 배워야 할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대학투자저널 명예기자 이방인 info@itooza.com

서울의 동쪽에 거주하며 주식관련 이론과 주식을 탐구하는 행인이며 투자자로 우리 시장에서 가치투자의 가능성과 가치투자이론적 방법론을 장기간 실험 중이다. 이방인이라는 필명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