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잊지 말자 - SK편

과거를 잊지 말자 - SK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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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대주주의 부당 내부 거래. 의혹과 진실을 과거에서 찾아보고 앞으로의 대안을 모색해보자.

지난달말 검찰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SK그룹-JP모건 이면 거래 사건 및 계열사와 워커힐주식-SK(주)주식 거래 사건 등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구속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검찰이 검찰개혁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선수를 쳤다는 둥, 현대그룹 대북 송금 수사 포기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기획 수사라는 둥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의도야 무엇이건 검찰이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의 총수를 구속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검찰은 이왕 칼을 뽑았기 때문에 앞으로 그 칼을 휘두르며 진짜 충격적인 뭔가를 보여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업의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주주의 부당 내부 거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우스개 소리로 '대기업에서 쓰는 종이컵 납품회사도 사실은 대주주 소유 기업'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그 동안 이런 부당 내부 거래에 대한 감시 활동은 주로 시민단체에 의해 이뤄졌다. 1999년에 삼성 이재용씨가 부당한 방법으로 삼성SDS의 BW를 취득했다는 문제제기를 한 참여연대는 아직도 끈질기게 그에 관한 수사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SK그룹 부당 내부 거래 사건은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피하기 위한 SK의 편법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인 것 같다.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재벌 총수가 부족한 지분을 갖고도 계열사를 이용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대표적인 재벌 규제 제도다. 원래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전체 계열사에 대한 지분이 별로 많지 않았다. 그 동안 그는 자신의 지분이 높은 SK C&C를 통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주) 등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출자총액제한 제도로 SK(주)에 대한 SK C&C의 지분율이 낮아지자 직접 SK(주) 주식을 보유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부당 내부거래가 이뤄졌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SK그룹은 최종현 회장 작고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최근 들어 전문경영인의 그늘에서 점차 벗어나 그룹 경영 전면에 서서히 등장하고 있었다. 최 회장의 지분이 높은 SK C&C가 그룹의 대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급성장을 이룬 점도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많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SK C&C는 시스템 통합(SI)업체로 업종의 특성상 계열사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으면 급성장하게 된다.

지난해 1월 최 회장은 손길승 회장 체제에서 간판 전문경영인(CEO)으로 평가받던 유승렬 SK(주) 사장을 퇴진시키고 이후 3월에는 SK C&C의 지배를 통해 SK(주)의 지분을 대량 확보함으로써 최대주주로 급부상했다. 당시 최회장이 인수한 주식은 640여만주로 지분율을 기존 0.18%에서 5.20%로 늘렸다. 최 회장이 전문경영인 그늘에서 벗어나 그룹을 직접 챙길 수 있는 기반을 닦은 셈이다.

검찰이 문제 삼는 부분도 바로 이런 복잡한 지분관계 및 대량의 지분변동을 통한 그룹 지배구조의 변화였다. 검찰이 SK그룹 수사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문제를 처음 제기한 시민단체들은 "이번 SK수사를 계기로 재벌의 편법 지배구조 변화 관행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칙적인 법 집행은 물론 다른 재벌에게도 수사를 진행에 이번 기회에 편법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인 것 같다.

그 동안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에 관한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어떻게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기업의 윤리의식이 높아져야 하는 것도 우선 과제지만 결국 적절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

적은 지분으로도 기업 범죄를 일으키는 경영진과 대주주들을 견제할 수 있는 소액투자자들의 집단소송제 도입은 이런 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집중투표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박민우 minuz@keb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