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보기] 넥슨이 엔씨를 부러워하는 이유

넥슨이 엔씨를 부러워하는 이유

엔씨소프트는 공룡이다. 그런데 이게 매력이다. 이게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구?

흔히들 엔씨의 장점으로 프로그래머들의 능력이나 풍부한 자금력이 거론된다. 또는 로열티를 가진 게이머들의 존재가 언급되기도 한다. 맞다.

반면 공룡 같은 회사 스타일은 늘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최근 <리니지 2>가 대박을 터트리고 있어 다행이다. 이 게임이 망했다면, 엔씨의 주가는 완전히 곤두박질쳤을 것이다. <리니지 2>의 오픈베타(공개시범 서비스)가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불안했다. 실은 엔씨내에서도 좀 떨기도 했다.

<리니지>로 많이 벌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게임 전문가들 사이엔 <퀴즈퀴즈>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으로 살금살금 따라온 넥슨이 엔씨를 역전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재빠르게 움직이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넥슨이 엔씨를 부러워하는 이유다. 투자자들과는 정반대다. 민첩한 넥슨은 공룡 같은 엔씨를 부러워한다. <리니지 2>는 200여명이 투입돼 만든 게임이다. 넥슨은 아무리 많아도 한 개발팀의 인원이 30~40명 수준이다.

덕분에 엔씨는 굉장히 큰 규모의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넥슨이 부러워 하는 점은 2년여 동안 그 많은 인원들을 조율해가며 <리니지 2> 같은 게임을 만들어낸 능력이다.

물론 그 배경엔 <리니지>가 있다. 매번 에피소드를 추가하며 유지해 나가는 과정 또한 대규모 인원이 필요하다. 이는 <퀴즈퀴즈>나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사뭇 다르다. 공룡의 매력은 빙하기가 지난 현재의 눈으로 보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MMORPG를 여러 개 만들었으나 첫 작품 <바람의 나라>만한 호응을 얻지 못한 넥슨의 눈으로 보면 너무나 또렷해진다.

물론 이 단면만 보고 엔씨의 스타일이 넥슨보다 낫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경험'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은 확실한 듯하다. 처음 MMORPG를 만드는 제작사들이 여러 모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냉정히 봤을 때 앞으로 <리니지 2>만한 대규모 MMORPG를 만들고 유지해나갈 만한 국내 개발사를 만나기 힘들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날쌘 다람쥐들은 산을 재빨리 탈 수 있다. 하지만 산을 만드는 것은 공룡이다.

PS: 그렇다면 자기 이름을 건 게임을 만들고 싶은 프로그래머들은 어디로 갈까? 엔씨에는 별로 안 갈 것이다. 대규모 생산공장 같은 스타일의 부속으로 일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넥슨은 그런 점에서 야망 있는 프로그래머를 끌어 모으는 데는 더 나은 모델이 아닐까 싶다. '네오위즈'와 '위젯'(<메이플 스토리> 개발사) 등의 CEO를 배출한 넥슨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더욱 그렇다.

게임전문가 임상훈 happysim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