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잊지 말자 - CJ편

과거를 잊지 말자 - CJ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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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모태기업. 설탕 밀가루 조미료 육가공 냉동식품 등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없던 시장도 만들어 내는 식품산업의 개척자. 전국 18개 지역에 업계 최적의 물류 거점을 갖고있는 기업. 미국의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 등이 설립한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출자한 2대주주.

초일류기업중 하나인 CJ(제일제당)에 따라다니는 말들이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평가는 썩 좋지 못하다. 컨디션과 햇반을 만들어내고, 이제는 '신선한 공기'까지 팔아먹으려는 CJ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지난해초로 거슬로 올라가보자. 당시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성과 등을 바탕으로 CJ가 2002년 사상 최대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CJ의 2002년 실적 예측치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지난해 11월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한 2002년 당기순이익은 1500억~1700억원 정도였으나 실제 순이익은 1072억에 그쳤다. 많게는 6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실적이 나빠진 가장 큰 원인은 이 회사가 핵산을 미국에서 팔면서 반독점 추정 과징금으로 420억원을 낸 것이다. CJ는 이를 일회성 비용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징금이 불과 두 달전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도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연 CJ가 이를 두달전에도 전혀 몰랐을 정도로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 의문으로 남는다.

어찌됐건 이번 추징금으로 CJ는 실적에 큰 상처를 받았다. 이뿐 아니라 CJ는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느라, 또 직원들에게 특별 인센티브를 주느라 지난해 4분기 판관비도 크게 늘었다. 결산을 앞둔 4분기에 갑자기 비용이 늘어나 주주들을 당황하게 만든 셈이다.

문제는 CJ의 '4분기 수익성의 악화' 현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01년 11월로 돌아가보자. 당시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CJ의 2001년 예상 순이익을 1200억원 이상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 순이익은 2000년 실적보다 떨어진 503억원이었다. 물론 드림라인 매각 건으로 대규모의 투자자산처분손실이 발생한 탓도 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여전히 남는다. 2001년 전체 영업외 비용 가운데 4분기 영업외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45%나 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기업들이 연말에 비용을 철저히 계산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4분기 비용 비중이 45%라는 것은 좀 심하다는 느낌이다.

아무리 일류기업이어도 비용을 자꾸 감추려는 버릇을 갖고 있다면 주주는 그 회사를 진심으로 믿기 어렵다. 증시에서는 전쟁이 나면 오히려 주가가 오른다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큰 악재로 본다는 뜻이다. CJ는 업계1위의 프리미엄을 줄 만큼 훌륭한 기업이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도 찝찝한 느낌이 남아있다. 이는 필자만이 느낌일까.

박민우 minuz@keb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