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투자자, 이것만은 알자] 미수의 유혹

증권사들이 연레적으로 여는 투자수익률 대회. 이 이벤트를 찬찬히 살펴 보면 경이적인 숫자를 볼 수 있다. 중간 집계 순위에서 1위 '대박동자 하루 수익 36%', 2위 '작두도령 하루 수익30%', 3위 '무적단타 하루수익 28%' 이런 식이다. 옵션도 아닌 주식으로 이런 수익률을 하루만에 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물론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거래소의 경우 하루 가격 제한폭은 위 아래로 15%이고. 코스닥의 경우는 12%이다. 하한가 15%까지 빠졌다가 15%까지 상한가로 가면 하루 30%의 수익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파생상품이 아닌 주식만 가지고 이런 수익률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미수'이다.

그러면 미수란 어떠한 것일까?

개인적으로 미수를 알고 사용하게 된 것은 역시 공시매매 등을 하던 때 였다. 모니터의 속보창을 쳐다보며 오른손을 자판에 대고, 긴장하고 있던 나는 모 종목의 수주 공시를 접했다. 그와 동시에 자판에 종목번호를 치고 수량을 치고 바로 매수를 클릭했다. 근데 이 때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당시 내 수중에 50만원이 있었다면, 1000원 짜리 주식이어서 수수료는 없다고 치면 500주가 매수가 되어야 하는데 실수로 계산을 잘못해서 800주를 입력했는데 매수체결이 됐다. 정말 황당했다. 증권회사의 HTS가 잘못된 것인 줄 알았다.

단말기 한 쪽에는 내가 산 주식의 평가 금액이 나와있고 다른 한쪽에 있는 현재 잔고란에는 300주만큼의 금액이 미수라는 글자와 함께 '-30만원'이 나와 있었다. 당황한 나는 바로 매도를 실행했고, 미수금란에 있는 '-30만원'은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였다. 분명 3%정도의 평가 이익을 확인했는데 찬고에는 5%정도의 수익이 난 상태로 되어 있는것이다. 15000원이 아닌 24000원 정도의 매매 차익 실현이 된 것이였다. 영문을 모르지만 일단 예상한 금액 보다 많은 돈을 번 나로서는 당시에 매우 기분이 좋았지만 이것은 개인적으로 엄청난 마이너스 수익률의 서막이었다.

미수는 증권거래의 결제 시스템이 낳은 마력을 가지고 있는 제도다. 증권거래의 결제시스템은 3일 결제 시스템이다. 오늘(D-day) 100만원 어치의 주식을 샀다고 하면 그 주식의 결제는 모레(D+2) 이루어진다. 신용카드의 결제시스템과 유사하다. 가령 100만원을 가지고 있으면 약 200만원 어치의 주식을 살 수 있다(수수료와 세금이 없다는 가정하에). 그러면 그 200만원은 바로 결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3일째 되는 날 결제가 된다. 그렇다면 200만원은 어떻게 결제를 하는 것인가. 일단 수중에는 200만원 어치의 주식이 있다. 그러면 3일째 되는 날 100만원 어치의 주식을 되팔면 잔고에 있는 미수금액은 다시 지워 지는 것이다. 즉 가지고 있는 돈을 담보로 3일간 돈을 빌리는 것이다.

미수는 표면적으로 보면 매매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증권 회사의 경우 매매 금액이 크면 클수록 수수료 수익이 많아진다. 그리고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100만원으로 10%로의 이익을 내는 것 보다는 200만원으로 10%의 수익을 냈을 때 수익금액이 더 크다. 미수로 풀 배팅을 해서 5%가 오르면 10%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증권사로서는 매매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커지고 위험을 선호하는 투자자의 경우는 한정된 자금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필자는 한때 데이트레이딩으로 원금에 30% 정도의 손실을 보고 괴로워할때 미수를 접하게 됐다. 한번은 모든 매입 금액을 미수로 한 뒤 오버나이트(홀딩한 채로 다음날까지 가지고 갈때 사용하는 말)했다. 매수 첫날은 +3%에서 마감을 했지만, 다음날 이 종목은 '갭 하락'을 한 상태에서 출발했고 -8%에 손절매했다. 결과적으로 손실은 더 했다. 풀 미수였기에 16%의 손실에 수수료, 세금 거기다 미수금 이자까지 더해서 거의 20%의 손해를 보고 말았다. 재기 불능의 상태가 되었다. 이틀 동안 날려 버린 손해를 메우고 원금으로 다시 돌아 오는 데에는 5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당시 상승장이었기에 회복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미수는 3일 동안 투자자를 마력에 빠뜨리는 묘한 제도이다. 여러분이 진정한 가치 투자자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멀리 해야 하는 것 중 하나이다. 가치투자를 하기 위해 기간을 3일간으로 잡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남에게 빌린 돈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것 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세계에서 진정한 가치 투자자로 손꼽히는 사람들 중에 첫 투자를 남의 돈을 빌려서 했다는 사람은 없다고 봐고 무방하다.

김윤환 명예기자 ryoma-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