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아줌마 투자배우기] 나의 결혼식 이야기

나의 결혼식 이야기

5월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봄과 가을에 예식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나 만물이 푸르고 싱그러운 이 때 ‘5월의 신부’를 꿈꾸는 여성들도 많을 것이다. 올 봄에는 윤달이 있어서 봄예식이 많이 미뤄진 듯 하다. 결혼식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이지만 준비하는 과정은 만만하지가 않다.

작년 신문기사를 보면 신혼부부 한 쌍이 결혼하는 데 평균 9천만원이 넘게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서울, 부산 등 전국 5대 도시에서 최근 2년 이내에 결혼한 신혼부부 418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결혼비용이 9088만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68.5%(6226만원)가 주택자금으로 부담이 가장 컸으며 혼수 비용이1819만원(20%), 피로연과 신혼여행 경비 등을 포함한 결혼식 비용이 1043만원(11.5%) 등이었다. 특히 응답자의 61.6%가 혼수와 주택자금을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답해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모 신문 기사 내용중)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결혼문화는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 체면 때문에 형식적으로 챙겨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학비와 용돈 받아 학교 다닌 것도 모자라 결혼준비 하는 것까지 부모님에게 경제적인 의존을 한다는 것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부모님에게 신세지지 않기 위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결혼비용을 위한 적금을 부었고 결혼준비 또한 평소 소신대로 남들과 조금 다르게 했다.

결혼준비를 하면서 남편과 나는 둘이 적금한 돈을 한꺼번에 모았다. 남편이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주택자금을 댈 수 있을 만큼 여유가 되지도 못했지만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 비용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도 역시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한꺼번에 모아 대부분을 전세자금으로 쓰고 혼수는 최소한만 준비했으며 피로연비용은 축의금으로 충당하고 남은 돈은 부모님을 드렸다.

사치 문화의 대표가 바로 예물과 예단이 아닌가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예물을 몇 세트 받았는지가 종종 화제로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많은 예물을 받았다고 해도 그걸 하고 나갈 기회도 그리 많지 않으며 몇 년 지나면 디자인이 구식이라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부모님을 설득해서 예물과 예단을 생략하고 따라서 함도 생략했다. 커플링을 맞춘 걸로 예물을 대신하고 양쪽 부모님이 우리에게 예복 한 벌씩 해 주는 것으로 예단을 대체하기로 합의(?)했다.

야외촬영을 하는 스튜디오를 통해 드레스, 턱시도, 메이크업, 부케 등등 결혼식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패키지로 계약하면서 따로 따로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신혼여행도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항공사에서 판매하는 에어텔(항공권 + 호텔) 상품을 이용해서 다녀왔다. 배낭여행 갈 때처럼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수집해서 스케줄을 짜고 자유롭게 여행을 했는데 가이드를 졸졸 따라다니는 패키지여행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또한 내집 마련까지는 여러 번의 이사를 해야 하므로 가전과 가구도 최소한만 준비했다. 장롱대신 행거를 샀고 소파대용으로 큼직한 대쿠션을 샀으며 서랍장 위에 거울 하나 놓고 화장대를 대신했다. 결혼 당시 양문 냉장고가 한창 유행이었으나 용량은 같으면서도 이십만원 가까이 저렴한 일반형 냉장고를 샀고 청소기, 전자레인지 같은 소형가전들은 미리 친구들과 의논하여 결혼선물로 받았다. 결혼 후 이사를 두 번 했는데 그때마다 짐이 적어 이사비용도 덜 나오고 훨씬 수월하게 이사를 다녔다. 또한 가구가 적으면 집이 훨씬 넓어 보인다.^^

평생에 한번이라는 생각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과소비 하기 마련인 것이 바로 결혼 준비이다. 하지만 남들 하는 데로 다 따라 하다 보면 신혼여행 다녀 오자 마자 날아오는 카드 영수증에 행복해야 할 신혼생활이 우울해 질 수도 있다. 두 사람의 경제적인 여건을 감안하여 알뜰하게 준비해 보자.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명하게 준비를 하는 것이다. 부부가 여행을 좋아한다면 신혼여행에 좀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고급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고 대신 다른 부분에서 조금씩 아끼는 것이다.

신혼부터 많은 빚을 안고 출발하면 경제적으로 안정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분수에 맞지 않는 겉치레를 하기 보다 실속있게 준비하고 몇 년 뒤에 여유있는 삶을 누리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