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아줌마 투자배우기] 대박..도박..쪽박

대박..도박..쪽박

예전에는 여름에나 팥빙수를 사먹을 수 있었지만 요새는 사계절 내내 빙수를 파는 전문점들이 생겨서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팥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 전문점에서 파는 다양한 메뉴의 과일빙수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마다 자리잡고 있는 '아이스베리'라는 빙수체인점이 있다. 값도 싸고 양도 많아 가끔 들른다. 창업주는 대학시절 2000만원으로 창업하여 대박을 터뜨린 청년 사업가. 체인점도 30여 개가 넘어 대학생 창업의 성공신화로 꼽혔다. 창업주가 같은 또래였기 때문에 질투 반 부러움 반으로 '나는 언제 이런 거 해보나' 푸념을 하기도 했었다.

얼마 전 신문에서 그 청년사업가가 카지노에서 재산을 탕진하고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끌어 모으다 사기혐의로 구속 기소됐다는 기사를 읽었다. 도박으로 수 억원을 날리자 타인 명의의 점포를 넘겨주겠다고 속여 64억원을 가로챘다고 한다. 사람의 인생이 하루 아침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놀랍고 도박의 무서움에 다시 한번 놀랐다.

몇 년전 컨벤션 참가를 위해 라스베가스에 다녀온 동생한테 들은 카지노 풍경은 꽤 흥미로웠다. 카지노 안에는 없는 게 2가지가 있는데 바로 '창문’과 ‘시계’라고 한다. 손님들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서란다. 호텔 복도마다 간단한 슬롯 머신들이 설치되어 있어 언제든지 투숙객들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호텔 객실 내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인데 카지노에서 재산을 탕진한 손님들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들의 배려(?)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개인적으로는 호주 여행 중에 시드니 카지노에 구경간 적이 있는데 한국인 손님들이 워낙 많아 한국인 딜러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어학연수 갔다가 학비를 카지노에서 탕진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도 상당히 많았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주말마다 카지노에 간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학비명목으로 돈을 송금 받아 수 천 만원을 날린 학생도 보았다.

시사고발프로그램에서 본 강원랜드의 모습도 별반 차이가 없다. 한 두 번 재미로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 도박에 중독되어 황폐해져 가는 모습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가진 돈을 다 날리고 가족들한테 밥값으로 송금 받은 몇 만원을 쥐고 다시 카지노로 향하는 사람들… 착실한 직장인, 스타 청년 사업가, 평범한 우리네 이웃들이 결국 똑같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도박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지금까지 살면서 공짜 경품 하나 변변하게 당첨된 적이 없는 운 나쁜 나로서는 아예 대박은 포기하고 산 지 오래다. 딱 한번 간 경마장에서 날린 만원 한 장에 며칠 동안 열 받았던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이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전에 로또를 비판하는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도박에 비하면 로또는 양호하다는 생각도 든다. 로또를 사고 나서 일주일 내내 기대에 부풀어 행복해 하던 남편을 보고 생각이 좀 바뀌었다 –당첨되면 사장실 문을 발로 걷어차고 들어가 사표를 내는 상상을 하며 하며 즐거워 했었다. 물론 사표는 아직도 못 냈지만-. 본인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라면 가끔은 괜찮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안 좋은 법이니 적당히 자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로또 금액이 천원으로 인하된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부디 부작용이 없기를 바란다.

아무튼 속으로 부러워했던 청년사업가의 비참한 말로는 꽤나 씁쓸하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창업에 성공한 그가 정직하고 성실하게 돈을 모았다면 남들보다 빨리 경제적인 안정을 찾았을 테고 정말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었을 텐데… 실패 경험 없는 젊은 그에게 창업대박은 로또당첨에 불과했던 것일까?

부자들은 부의 크기가 인격에 비례한다고 말한다.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은 더더욱 중요한 일인 것이다. 올해에는 인격수양에 좀 더 전념해야겠다. 허황된 대박의 꿈을 좇지 않는 의지력과 자제력을 키워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