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아줌마 투자배우기] 3천원짜리 화장품

3천원짜리 화장품 '미샤'의 돌풍

우연히 TV에서 보아가 모델로 등장하는 낯선 화장품 브랜드 광고를 보았다. 결혼 전에는 왠만한 화장품 브랜드들은 줄줄이 꿰고 있었으나 결혼하고 나서는 워낙 관심을 두지 않다 보니 그냥 흘려 보냈다.

여자가 결혼을 하고 나서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는 품목이 바로 화장품이다. 화장품의 경우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 십 만원의 지출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싱글이었을 때는 월급을 고스란히 내 손에 쥐게 되므로 나에 대한 투자에 과감할 수 있었다. 한번 사면 몇 달을 쓰는, 그것도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을 싼 걸 살 수는 없는 노릇. 비싼 수입화장품 같은 경우 해외출장 한 번 갈 때마다 면세점에서 부지런히 사다 날랐다.

화장품 종류라는 것이 또 만만치 않아서 가장 기본적인 클렌저, 스킨, 로션, 크림, 에센스, 파운데이션, 파우더, 아이섀도, 마스카라, 립스틱만 구비하려 해도 상당한 금액이 든다. 그러나 결혼하고 살림을 하면서 화장품에 몇 십 만원씩 투자할 만한 주부는 별로 없을 것이다. 각종 화장품 쇼핑몰 사이트를 넘나들면서 백 원이라도 더 싼 곳을 찾아 다니기 마련이다.

아무튼 위의 브랜드 정체를 알게 된 건 엉뚱하게도 주간경제지의 기사를 통해서였는데 ‘미샤’라는 저가 화장품 브랜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회사 근처 코엑스몰에 늘 사람이 많아 북적거리는 깔끔한 화장품 매장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미샤 직영점이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 미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바로 파격적인 가격이다.

대부분의 아이템이 3천3백원 균일가이다. 최근에는 고급 라인도 선보이고 있으나 이 역시 만원을 넘지 않는다. 백화점 브랜드의 립스틱 하나가 삼 만원을 호가하고 있으니 립스틱 하나 살 돈이면 미샤에서 9개정도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저가 화장품은 기존에도 존재했었다. 몇 년 전부터 대부분의 화장품 회사에서 슈퍼마켓용으로 저가화장품을 내놓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화장품의 경우 단순히 가격만으로 구매를 결정짓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피부에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면 트러블이 나기 쉽다. 따라서 본인 피부에 맞는 브랜드 선호도가 상당히 높으며 같은 브랜드를 반복 구매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아직 제품을 직접 써보지는 않았으나 화장품 후기 사이트에서 알아본 바에 따르면 가격대비 품질에 대해 대부분 만족을 표시했다.

미샤가 품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이런 초저가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화장품 유통 과정에서 거품을 뺐기 때문이다.

화장품 가격이 비싼 이유는 3가지 때문이라고 하는데 포장 용지 가격, 제조사에서부터 소매점까지 거치는 복잡한 유통단계에서 붙는 마진, 톱모델을 기용한 마케팅비용이란다. 실제 화장품 가격에서 내용물의 원가는 3~7%밖에 안 된다고 한다. 미샤는 포장을 생략하고 광고 하나 없이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으며 단일브랜드매장이라는 새로운 유통구조를 개척하여 오프라인에 진출한 케이스이다. 불황으로 인한 짧은 유행일 수도 있겠으나 이미 난 입소문과 재 구매율로 봤을 때는 쉽게 사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던 기존 화장품 업체에서도 비슷한 컨셉의 라인을 런칭 하는 것도 흥미롭다.

태평양 같은 경우 가치투자자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우먼칩이다. 물론 규모 면에서 경쟁상대가 되지는 않겠으나 코스닥등록의 포부를 갖고 있는 미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솔직히 화장품 가격에 거품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으나 그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이런 거품이 비단 화장품 업계뿐 이겠는가? 인터넷의 등장으로 점차 유통구조가 직거래화 되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바람직해 보인다. 그나저나 쓰고 있는 화장품이 떨어지면 나도 미샤에 가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