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의 꿈' 보다 중요한 건…

'대박의 꿈' 보다 중요한 건…

케이스 하나.

"주식 좀 사려고 하는데 어떤 거 사면 좋을까?"

친하게 지내던 부장님께서 갑자기 질문을 해 오셨다. 평소 투자서적을 즐겨보는 탓에 가끔 부서직원들로부터 질문도 받고 재테크 상담(?)을 해 주기도 한다. 여느 때처럼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열심히 설명을 해 드렸다. 여러 투자 유형과 가치투자에 대한 소개, 저평가된 종목을 고르는 방법, 장기로 투자했을 때 예상되는 수익률 등등… 한참을 들으시던 부장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아니, 그런거 말구… 그 정도 수익 가지고 언제 돈 벌어? 적어도 1년 안에 두 배는 벌어야지. 그런 종목 찍어달라니깐…"

맥이 탁 풀리는 거 같았다. 평소 돈 문제에 초연해 보이시던 부장님이 왜 갑자기 주식투자를 하시려 하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나도 내년이면 사오정이잖아. 회사 분위기도 안 좋고… 위험한 거야 알지만 어차피 주식도 도박이잖아. 대박 아니면 쪽박이지. 더 늦기 전에 승부수를 띄워야지."

결국 부장님께서는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분식회계로 뉴스에 오르내리던 업체 주식에 몰빵(?)을 하셨다. 지금 주가가 바닥이니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것이며 왠지 이 회사는 망하지 않을 거란 감(?)이 온다는 것이 이유였다. 부장님이 매입하시고 한 달도 채 안되어 주가는 반토막이 났고 지금은 거래정지가 됐다.

케이스 둘.

옆자리 대리가 결혼을 하게 됐다. 결혼 또한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기에 내 경험을 살려 열심히 상담을 해 주었다. 한참 연애하던 때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를 위해 - 역시나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 30개월 할부로 차를 구매한 터라 금전적으로 상당히 힘들어 하고 있었다. 현재 결혼자금이 부족하므로 신혼집은 빌라 전세를 구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내 집 마련까지는 여러 번의 이사를 해야 하므로 가전이나 가구는 반드시 필요한 것만 구입해야 하는 것도 일러 주었다.

며칠 뒤 물어보니 가구가 너무 예뻐서(?) 300만원을 들여 풀세트로 구매를 했다고 한다. 큰 가구들을 들여놓으려니 왠만한 빌라가 눈에 찼을 리 없다. 결국 보유자금보다 더 많은 대출을 떠안고 아파트 전세에 들어갔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야 할 이 맞벌이 부부는 결혼비용으로 지출한 카드빚과 전세대출금을 갚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대출금 다 갚을 때쯤엔 또 전세금이 오를 것 같다며 씁쓸하게 미소 짓는 동료에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회사사람들은 내가 그들보다 조금 더 많은 금융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상담을 요청하곤 한다. 그때마다 성심 성의껏 얘기해 드리지만 정작 결정은 본인들 마음대로이다. 처음에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눠주는 것에 보람을 갖고 열심히 상담했지만 요즘 들어 좀 회의적인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나와 그분들의 차이는 몇 권의 책과 내 얄팍한 투자지식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넓은 집에서 살고 싶고 멋진 차도 갖고 싶고 대박을 꿈꾼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대박이 싫어서 가치투자를 공부하고, 자가용이 싫어서 폼 안 나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미래를 위해 불필요한 소비성 자산에 지출하지 않고 현재의 불편함을 참으며 내 분수껏 사는 것이다.

위에 예를 든 분들이 특별히 투기성이 강하거나 과소비적인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평범한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자산 포트폴리오보다 여름휴가 계획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다. 그 어디에서도 절제 있는 소비에 대해 배우지 못했고 바람직한 투자관을 확립하지 못한 채 남들과 똑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수십 년 간 습관화 된 삶의 방식을 바꾸려면 재테크 서적 몇 권과 경제신문을 읽는 것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돈에 대한 좋은 습관과 가치관을 가졌으면 한다. 지식은 나중에라도 배우면 되지만 한번 익숙해진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힘들어진다.

벌써 12월이다. 지난 한 해 세운 목표가 얼마나 지켜졌는지 내년에는 또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할 때이다. 가만히 본인의 생활습관을 살펴보자. 체면 때문에, 현재의 불편함 때문에 또는 남들이 다 하니까 분수에 맞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만일 그렇다면 내년에는 그런 습관을 버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 보자. 젊은 시절의 구질구질함(?)은 결코 창피한 일이 아니다. 나중에 웃는 현명한 사람이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