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아줌마의 투자 다시 배우기 - 세미나 이야기

동전도 빠짐없이 모으는 짠순이 아줌마이지만 돈 쓰는데 인색하지 않은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책구입과 세미나 참석비용이다. 재테크와 관련된 책에서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독서와 세미나 참석을 통해 꾸준히 공부하라는 것이다. 책은 비용도 그리 많이 들지 않고 손쉽게 접할 수 있었기에 큰 거부감이 없었으나 강연회나 세미나 참석은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비용도 만만치 않고, 적합한 강연을 알아보고 신청하고 버스 타고 전철 타고 세미나 장소까지 가서 노트필기 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상당히 귀찮게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까운 곳에서 하는 무료세미나를 주로 애용(?)하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료세미나에도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데 질적인 면에서도 무료와는 차이가 있었고 참석하는 입장에서는 본전(?)생각 때문에라도 좀더 열심히 청취하는 효과가 있었다. 기요사키도 교육비용을 지불하는 편이 효과가 더 크다고 하지 않던가? 어쨌든 참석하는 세미나의 종류는 가리지 않는 편이다. 굳이 주식이나 투자 쪽에 국한되지 않고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세미나에 참석하려고 노력 중이다.

세미나에도 몇 가지 부류가 있는데 우선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실물경제에 대한 세미나가 있다. 증권사의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이 나와서 장세에 관해 얘기한다거나 부동산전문가들이 투자에 적합한 아파트에 대해 강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공개적인 강연회이다 보니 콕 집어서 얘기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내용이 매우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얘기가 주를 이룬다. 처음 세미나를 접하는 사람들은 이런 종류부터 듣는 게 좋을 듯 싶다.

얼마 전에는 처음으로 사이버고수의 주식강의를 들었다. 주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처음 접했던 것이 가치투자였기에 한번도 차트투자를 접해본 적이 없었다. 호기심도 나고 결정적으로 무료강연이었기에 한번 참석해 보았다. 처음 듣는 용어와 복잡한 매수 매도 타이밍 계산법을 보고 있노라니 머리가 아팠다. 아직 주식투자 초보자이고 어떤 방법이 옳다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나처럼 게으른(?) 투자자는 가치투자가 가장 맞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나름대로 소득은 있었던 셈이다.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세미나로는 일명 '부자학' 개론이다. 경제신문 기자들이 부자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지식들을 전달하는 차원에서부터 이미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한 이들이 본인의 시행착오나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형식이다. 가장 최근에는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의 작가이자 독일의 머니 코치인 보도 섀퍼가 방한하여 어린이 경제교육에 대한 강연회를 했다. 참석자들 중에는 어린이들도 있었기에 강연회 자체는 매우 쉽고 재밌게 진행되었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는 강력했다. '소비하기 전에 수입의 일부분을 떼어 저축하라. 빚을 지지 마라. 부를 나누라' 너무나 뻔한 얘기라고 해서 무시하지 마시길... 우리가 어릴 때 이런 교육을 한번만 받았더라도 지금처럼 신용불량자가 몇 백만 명씩 양산되진 않았을 것이다.

직접 투자와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성공이나 자기처세에 관련된 세미나도 종종 듣는다. 의외로 투자에 대해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 되곤 한다. 공병호 박사의 경우 다독을 통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미나에서 배운 자기경영방법을 통해 시간관리와 경력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고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앞으로의 트랜드와 어떤 제품들이 경쟁력을 갖게 될지 나름대로 예측해 볼 수도 있다.

세미나는 독서와는 또 다른 기쁨을 준다. 나와 비슷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다. 남들은 집에서 TV를 보거나 산으로 바다로 놀러 가는 휴일에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을 내어 참석하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세상에는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이상건기자의 강연회로 기억한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학생 한 명이 필기도 하지 않고 강의하는 사람 얼굴만 뚫어져라 보고 있길래 좀 이상하게 느꼈었다. 쉬는 시간이 되어서야 그가 청각장애우임을 알았다. 들리지가 않기에 입모양을 읽어가며 세미나 내용을 따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말이 너무 빨라 50%도 이해하지 못했다며 빙그레 웃는 그 학생의 모습은 내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계획해 놓은 일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지금 강의 내용은 거의 다 잊혀졌지만 그때 받은 느낌은 아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런 것들이 아마 세미나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오늘이라도 인터넷을 뒤져 세미나 하나를 신청해 보자. 아마 지루한 삶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