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아줌마의 투자 다시 배우기 - 로또가 뭐길래

지난달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로또였다. 그 중 절정을 이룬 건 1등 당첨자가 없어 상금이 몇 차례 다음 번으로 넘어가 1등 당첨금이 836억원까지 치솟았던 10회차 로또가 아닐까 싶다. 우리 회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모두들 인터넷사이트를 비롯, 로또게임기와 생일조합까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6개 번호 뽑기에 열중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다음주부터 나를 회사에서 보기 어려울 거야"라며 자신만만해 하던 고액투자자분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추첨결과 1등 당첨자가 13명이나 나와 50억 정도 사이 좋게 나눠 가진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됐다. 아, 물론 우리 회사 고액투자자분들은 한 분도 빠짐없이 월요일에 출근하셨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사무실에서 로또를 구입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돼 한동안 왕따(?)를 당했다. 사실 뭐 그리 거창한 비판의식 때문에 구입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한번 시험을 해 보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고 할까. 이번 기회가 바로 과연 내가 소신파인지 부화뇌동파인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군중심리란 생각보다 더 강했다. 회사동료들은 우리가 살면서 언제 836억원에 배팅해 보겠느냐며 유혹하기 시작했다. 정말 막판에는 '2000원 정도 버리는 셈치고 하나 사볼까?'라는 생각이 굴뚝같았으나 그러기엔 그 돈도 너무 아까워 결국 안 사기로 결정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시장에서 승리하는 자들은 군중에게 흔들리지 않는 소신파들"이라고 했다. 온 나라가 들썩거린 엄청난 유행이었던 로또에서도 흔들리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나도 소신파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마음이 뿌듯하다). 물론 소신 있게 매수한 주식의 주가가 전쟁설 및 여러 가지 요인으로 빠지는 것을 보면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인.생.역.전.을 꿈꾸며 로또를 하지만 그 뒤에도 인생은 여.전.하다. 심지어 당첨이 돼도 인생이 여전한 경우가 종종 있다.  23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에 당첨되고도 몇 년만에 파산한 미국의 폴 쿠니가 그런 사람이다. 그 많은 돈을 갖고도 파산을 하다니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실제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한다. 당첨자 대부분이 돈이 생겼을 때 돈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과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거의가 목돈을 쥐어본 적이 없는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돈을 운영하는 능력이 탁월한 백만장자들은 정작 복권을 사지 않는다. 복권이 사는 사람에게 무조건 불리한 확률게임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처럼 재벌 부모님을 만나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코스톨라니는 부자가 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부유한 배우자를 만나거나,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갖거나, 아니면 투자를 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이미 평범한 배우자를 만난 아줌마이므로 첫 번째 방법도 물 건너 갔고 두 번째 방법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내게는 세 번째 방법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투자저널 독자들 대부분도 세 번째 방법을 택한 분들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전에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둬야 하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대부분 그들이 택한 직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언젠가 게시판에 정말로 본인이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사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획일적인 주입식 입시교육을 받으며 세월을 보낸 대부분의 우리들에겐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기회를 가져본 적이 거의 없다. 전공조차 점수로 정했던 우리들에게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은 현실과 동떨어진 사치였다. 그렇다면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만약 평생 동안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생긴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라고... 아마 로또를 샀던 많은 사람들이 1등이 당첨되면 무엇을 할지 한번쯤 생각해 봤을 거라 믿는다. 이 질문이 본인이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열심히 일하고 그 노동수입을 저축하고 투자하며 꾸준히 돈에 대한 지식을 쌓아 나간다면 복권당첨자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10억 부자는 노력하면 될 수 있고 100억 부자는 운이 따라야 하며 1000억 부자는 하늘이 내려준다고 한다. 우리 모두 한번 노력해 보자. 혹시 또 아는가? 운이 따라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