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아줌마의 투자 다시 배우기 - 독점의 힘

우연히 TV에서 유명한 연예인이 추천하는 고기집을 봤다. 맛깔나는 설명도 그럴듯했고 화면으로 보이는 고기도 너무나 먹음직스러운데다 위치도 집에서 가까웠다. 평소 유명한 맛집을 섭렵해 온 미식가(?)의 한 사람으로서 안 가볼 수가 없었다. 어느 한가한 날을 잡아 그 고기집을 찾았다.

평일 오후라 한가할 거라고 예상했으나 웬걸…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파를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근처에 비슷한 형태의 고기집이 십여 곳은 넘게 있었으나 다들 파리만 날리는 반면 유독 그 집에는 손님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건물도 다 쓰러져 가는 임시 건물이었고 허름한 내부에 모든 것이 셀프서비스인데도 사람들은 추운 겨울날 가게 밖에서 떨며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맛있는 고기를 먹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인지 기다리는 것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 할만큼이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오랜 기다림 끝에 맛본 고기는 꽤 맛이 있었다.

얼마 전 집 근처에 비비큐 체인점이 생겼다. 맛도 가격도 무난한 치킨집이어서 내심 반가웠는데 어찌된 일인지 개업한지 몇 주도 되지 않아 가게문을 닫는 날이 많아졌다. 문 여는 날에도 그리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지 않았다. 가게가 학생들과 독신 직장인들이 많이 사는 대학 주변 주택가에 있어서 장사하기에 꽤 좋은 조건인데도 말이다. 며칠 전에도 가게가 문을 닫아 어쩔 수 없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치킨호프집에 가서 치킨을 시켰다. 그런데 호프집에는 정작 술을 마시는 사람은 없고 치킨을 포장해 가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게다가 기다리는 몇 분사이에도 배달주문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왔다. 전국에 가맹점 수가 1400개 이상인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브랜드 비비큐가 우리동네에서 맥을 못 춘 이유를 그제서야 알았다. 이미 그곳에는 치킨 배달을 독점한 치킨호프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맛은 물론, 훨씬 싼 가격에 생맥주까지 배달해주니 비비큐가 상대가 되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우리는 주위에서 쉽게 독점의 현장을 발견한다. 낙지전문점으로 유명한 무교동에 가도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한 두 가게뿐이다. 또 강원도 안흥에는 원조를 자처하는 수많은 찐빵집이 즐비하게 있지만 사람들은 심순녀 할머니가 찐빵을 만드는 원조 찐방집만 찾는다. 다른 가게들이 '50년 전통 할머니 찐빵' '심순녀 일가가 만드는 원조 찐빵' '이곳이 진짜 원조 안흥찐빵' 등의 간판을 내세우며 손님을 유혹하지만 사람들은 '안흥찐빵'이라는 초라한 간판만 달랑 달아놓은 심순녀 할머니의 원조 찐빵집을 용케도 찾아낸다.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최준철 김민국 박민우 공저, 한국 최초의 가치투자 지침서)에도 나오지만 가치투자에서 기업을 보는 주요 잣대중의 하나가 독점기업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특히 공기업 중에는 독점 혜택을 누리는 기업이 많다. 한국가스공사, KT&G 등이 대표적인 기업. 이들은 모두 정부에서 허락한 독점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한다. 민영화가 된다고 해도 자본금이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의 성격상 경쟁업체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

이밖에 사무실과 집에서 늘 마시는 커피 시장의 최강자 동서산업, 주부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케첩과 마요네즈 시장의 선두주자 오뚜기, 새우깡과 신라면으로 오랜 세월 사랑 받은 농심 등 정말 많은 독점 기업들이 있다.

신라면의 경우 농심에서도 '내부의 적'으로 불릴 정도로 라면 시장을 석권한 제품. 다른 회사는 물론 농심에서 내놓은 신제품조차 신라면 때문에 제대로 팔리지 않는 실정이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농심을 싫어 한다는데 그 이유는 같은 가격 라면이라도 농심 라면이 도매가가 더 비싸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제일 잘 팔리는 라면이어서 어쩔 수 없이 비싼 농심 제품을 사는 것. 칼자루를 독점 회사가 쥐고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예전에는 독점이란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독점기업에 대한 생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투자자의 눈으로 보니 독점의 긍정적인 부문이 더 많아 보인다. 독점 기업으로 서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쟁사 제품보다 질 높은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또 이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독점력은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일단 시장을 독점하면 소비자들은 이미 각인된 좋은 이미지와 제품에 대한 익숙함으로 물건을 다시 사게 된다. 또 사람들은 기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사는 제품을 따라 사려는 자연스런 욕구가 있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고기집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도 비슷하다. 물론 고기 맛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유명한 집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단골로 삼는 집이기 때문에 나도 그 추세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주위를 한번 주의 깊게 살펴보자. 쇼핑할 때 나도 모르게 무심코 집는 물건이 바로 독점 회사가 만든 제품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독점의 힘을 그냥 간과하지 말고 투자 아이디어로 연결시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