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위한 만화 - 어설픈 희망은 독이다!

도박묵시록 카이지 : 어설픈 희망은 독이다!

자본주의 시장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생각보다 현명하지 못하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몇 백원을 아끼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던 사람도 큰 돈 앞에서는 이성을 잃고 만다. 큰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천천히 갚기 보다는 한번에 갚을 수 있는 방법 연구에 몰두한다.

‘도박묵시록 카이지’ 는 자본주의 시장 속의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고 안일한 생각을 하는 지를 소름끼칠 정도로 치밀한 심리묘사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순식간에 큰 빚더미 위에 앉게 된 주인공 카이지는 갚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거액의 판돈이 오고가는 도박선, 에스포와르호에 오르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불어로 희망이라는 뜻을 가진 에스포와르호.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카이지는 아니 어쩌면 우리는, 역설적인 이름을 가진 그 배에 올라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 된다.

배 안에서 진행되는 것은 인생을 건 게임. 승리를 위해 시장의 맹점을 공략하고, 물자를 독점하며, 투기로 매매를 성사시키는 카이지를 좇아 가다 보면,  독자는 결국 공황을 맞아 파국에 이르고야 마는 자본주의 경제학의 함축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눈 앞의 곤경은 더 커져만 가고 카이지는 어리석었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남은 것은 더욱 위험한 도전뿐. 더 이상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불어로 희망이라는 뜻을 가진 ‘에스포와르’ 호. 그러나 막연하기만 한 희망들은 오히려 그를 이성적인 사고에서 멀어지게 하는 자기최면의 독이 될 뿐이다.

카이지는 혹독한 게임의 법칙에 휘말려 끝도 없는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일확 천금의 기회를 향한 막연한 한걸음이 그를 수십 걸음씩 뒷걸음질 치게 만들고 더욱 깊은 수렁에 빠뜨린 것이다. 승패가 거듭될수록 리스크는 불어나고 성공할 확률은 줄어드는 애초부터 불리한 게임. 카이지를 그 위험 천만한 게임에 묶어 둔 것은 ‘이번만은 확실해’라는 근거 없는 희망이었다.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해 자살을 했다는 기사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근거 없는 바람에 사로잡혀 때때로 커다란 위기에 빠져드는 우리의 모습을 볼 때, 카이지는 결코 만화속 허구적 인물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일한 태도와 어설픈 희망만으로 ‘돈’을 상대한다면 언제 누구라도 카이지가 될 수 있다는 작가의 따끔한 충고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만화를 가슴 깊이 되새겨 읽어볼 것을 권하며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어설픈 희망은 독이다.

손우혁 / sonpd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