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위한 만화 - 감사역 노자키

이사회는 기업 내부 지배구조의 일원으로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기업의 성공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경영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특히 경영성과가 악화가 위기 상황에 이르기 전에 조기 경보 기능을 수행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이사회의 역할이다.

이렇듯 언뜻 보기에, 이사회에 부여된 중요성은 매우 큰 듯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이사회는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며, 이름만 있는 유명무실한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 조금씩 달라지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기업이 이사회의 존재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 만큼이나 필요한 것이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인식제고이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 이사회의 모습에 따끔한 충고를 가하고 있는 ‘감사역 노자키’라는 만화가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만화는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의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우리나라 현실에서도 상당히 공감이 가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감사역 노자키’의 주인공 노자키 슈헤이는 아오조라 은행의 일개 지점장으로 근무하다가 뜻하지 않게 회사의 업무 및 재산을 감사하는 감사역에 취임하게 된다. 불법대출 사건을 조사하다가 은행 상층부와 권력층?폭력조직?총회꾼 등이 합종연횡하며 암투를 벌이는 단서를 포착하는 노자키. 은행장을 비롯한 상층부가 이용물로 선택했던 노자키는 오히려 거품경기가 가신 뒤 부실과 비리로 흔들리는 일본 금융계의 문제를 개혁하는 중심인물로 떠오른다. 그 과정에서 생사의 고비도 넘기고, 부인과 딸의 목숨을 위협 받기도 하며, 다양한 파벌의 유혹도 받는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개혁을 위해 앞만 보고 나가는 미련스러울 정도의 신념이 적들의 예상을 빗나가 허를 찌른다.

이 만화의 작가 ‘시게루 노다’의 다른 작품인 ‘멋진 남자 김태랑’, ‘야망의 사나이 도삼’(두 작품 모두 기업에 관한 만화이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주인공 노자키는 다소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상적인 사람의 주변에 나타나는 높은 자리에 올라간 인간들의 노회함, 비리에 연루된 간부, 힘 없이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평사원의 모습은 과장된 면도 있지만 실제 기업 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이사회에 관한 내용이지만 정경유착, 비리와 관련된 은행의 생리를 알기 쉽고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이사회를 단지 정년퇴임을 기다리는 편한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기업의 임원들에게 이 만화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단지 경고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감사역 노자키’에서는 이사회를 통해 기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보여준다.

손우혁 / sonpd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