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위한 만화 - 소년탐정 김전일

투자자를 위한 만화 and 영화

소년탐정 김전일 - 범인마저 설득하는 논리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기업을 분석하여 나온 논리를 가지고 시장을 설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애널리스트가 이러이러해서 이 기업은 사야한다라고 레포트를 발표했을 때 시장이 이에 대해 매수로 반응을 하느냐 아니면 매도로 반응하느냐는 그 애널리스트가 레포트에 담아놓은 논리가 설득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소개할 ‘소년탐정 김전일(원제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은 애널리스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만화는 아이큐 180의 김전일이라는 소년이 연쇄살인 등 많은 사건들을 직접 부딪히면서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90년대 후반 추리만화라는 장르를 구축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만화 속 주인공인 김전일의 매력은 스포츠나 공부에는 소질이 없지만, 꼼꼼한 관찰력과 사건을 추리할 때의 논리력으로 범죄를 규명하는 능력이다. 완결된 전편은 총 19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구성은 한 에피소드마다 독자들에게 상황을 제시하면서 사건의 실마리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웬만해서는 독자가 보기에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게 짜여져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독자들을 미궁으로 빠뜨려 궁금증을 증폭시켰다가, 종국에 가서는 이런 실마리들을 김전일이 명쾌한 설명으로 연결하여 독자들이 무릎을 치게 만든다.

그런데 김전일이 매 에피소드마다 범인을 잡아낼 때 그 범인은 항상 김전일의 앞에서 그 설명을 듣고 있다. 범인은 살인까지 저지른 자라 어떤 일이든 저지를 수 있지만 결국 김전일 앞에서 알리바이를 만들지 못하고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게 된다. 할리우드 액션처럼 김전일이 무력을 사용해서 범인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의 무기는 단 하나 논리력이다. 살인범조차 스스로를 포기할 정도의 논리력 말이다.

기업은 모든 것을 스스로 말하거나 보여주지 않는다. 기업도 범인들처럼 퍼즐조각과 같은 증거와 신호를 보여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조합하여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애널리스트들도 탐정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탐방을 가거나 재무제표를 읽는 것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고, 레포트라는 것은 이런 증거들을 토대로 만들어낸 논리력의 결정체인 사건부와 같은 것이다. 또한 그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꼼꼼한 관찰력, 아이디어, 상상력, 논리력 등이고, 추가하자면 ‘용기’라는 것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애널리스트들은 살인범도 굴복시킬 정도의 논리력을 갖춘 레포트를 만들고 있는지 자문해보자. 만약 살인범을 찾아내려는 김전일과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분석에 임한다면 단 하나의 레포트로도 시장을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의 무릎을 치게 만드는 레포트가 많이 나와 좋은 기업들이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길 희망한다.

손 우 혁

sonpd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