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위한 영화 - 세렌디피티

어디선가 자신에게 궁합이 맞는 주식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본적이 있다. 사주로 풀어서 좋은 코드번호를 찾아준단다. 오죽 답답해 하는 사람이 많으면 저런 장사까지 나오나 싶어 씁쓸했던 적이 있다. 과연 운명이 인간의 노력과 의지를 꺾을 정도일까?

맨하탄에 있는 가게 이름인 Serendipity는 여주인공 사라가 좋아하는 빵집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블루밍데일 백화점에서 하나 남은 장갑을 서로 사려다 남주인공 조나단과 만나게 되고 그날 저녁에 근사한 데이트를 하게 된다.

운명을 믿는 여자,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남자는 결국 여자가 제안한 방식대로 서로가 운명의 짝인지 시험하게 되지만 결국 헤어지게 되고, 서로의 연락처를 적은 ‘콜레라 시대의 사랑’ 초판본과 5달러짜리 지폐는 각각 헌책방과 사람들의 손에서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렇게 7년의 시간이 지나 두 주인공은 각각 우연히도(?)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앞두게 된다. 둘 다 7년 전의 스쳤던 만남을 잊지 못해 결혼을 앞두고 서로의 행적을 쫓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만나서 다시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흔하디 흔한 스토리이다.

이 영화에서는 운명적 만남이란 옷을 입혀 주인공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려 하나, 정작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주인공들의 의지이다. 서로의 행적을 쫓으려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와서 이름밖에 모르는 남자를 찾아 헤매는 사라, 마찬가지로 이름밖에 모르는 여자의 성을 찾으려 백화점 직원을 닦달하는 조나단은 그러한 행동만으로도 보는 사람의 가슴을 찌릿하게 만든다. 여주인공이 그렇게 원했던 운명적인 만남이란 그녀의 의지가 만든 것이다.

투자에도 의지가 필요하다. 물론, 의지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분석 능력도 필요하고, 위기관리도 필요하다. 흘러들은 정보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 작전을 펼치는 사람들이 횡행하는 시대에 웃음거리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당한 수단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목표를 이루어내는 것보다 더 값진 일이 어디 있을까. 언젠가 주택복권 역대 당첨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다룬 기사를 본적이 있다. 놀랍게도 단 한 명도 당첨금을 보전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스스로 개척하지 않은 수익은 손가락 사이의 모래와 같다는게 운명인가 보다.

박민우 minuz@keb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