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위한 영화 - 와이키키 브라더스

와이키키 브라더스 - 지금의 넌 행복하니?

투자자를 위한 영화라는 기사를 연재해오면서 필자는 영화를 통해 투자철학이나 투자방식에 대한 교훈을 찾아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세상 속에 조금씩 휩쓸려 가면서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우리들 자신의 꿈에 관한 영화이다.

주인공 성우를 포함한 4명의 친구는 고교 밴드의 멤버로 한국의 롤링스톤스, 비틀스를 꿈꾸던 꿈 많은 학생들이었다. 세월이 한참 흘러 그들의 꿈은 점차 사라져가고 약사, 말단공무원, 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직업으로 바뀌어져 간다. 그러나 성우는 아직도 음악의 열정을 가지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유흥업소 삼류밴드에 소속되어 노래를 부른다.

밴드는 벌이가 시원찮다. 고정적인 자리도 없이 각종 행사나 잔치에 불려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다 성우의 고향인 수안보 온천을 끼고 있는 와이키키 나이트클럽에 흘러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수입도 불규칙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밴드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각자 사정을 않고 뿔뿔이 흩어지게 되며 결국 성우 혼자 남게 된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이지만, 고등학교 때 쫓아다녔던 여성 그룹사운드의 보컬인 여학생 인희는 억척스런 야채장수로 바뀌었고, 학생 때 같이 음악을 했던 수철은 공무원직을 하다 해고당하고 뺑소니차에 치여 죽는 등 성우에겐 당황스런 일들 뿐이다.

이쯤 되면 꿈만을 쫓다가 이미 날아가버린 인생의 중반에서 어쩔 줄 모르는 주인공을 보며 관객들은 동정표를 던질만하다. 그러나 성우는 그리 나약하지 않다. 술 취한 군상들 사이에서 옷을 모두 벗고 굴욕적인 연주를 하는 와중에도, 노래방기기 속에서 뛰어다니는 벌거벗은 금발을 보며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뛰어 놀며 비틀즈를 꿈꾸던 시절을 떠올린다.

투자의 목적은 수익이며,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라면 우선순위에서 미뤄두어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으로 냉정해야 하는 분야이다. 야속한 얘기일 수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성우라는 기업은 절대로 투자해서는 안 되는 기업이다. 가지고 있는 자산은 기타1대 뿐이며 무형자산을 살펴보아도 브랜드는 전혀 없으며(수안보에서는 와이키키브라더스가 유명한지는 모르겠다) 음악적 능력도 평가하기 애매하다.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는 여부도 불투명하다. 오히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음악이 다 연주되어 나오는데 결국은 비디오가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설치는 웨이터 기태가 시류를 정확하게 읽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직장잃은 친구 수철이 어느날 포장마차에서 성우에게 묻는다. “행복하니? 그래도 하고 싶은 일 하며 사는 사람은 너 뿐이잖아. 그러는 넌 행복하니?” 성우는 그냥 소주잔을 들이키기만 한다.

성우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고교 때부터 십 수년째 계속해오고 있다. 현상유지도 어려운 직업을 말이다. 전혀 상품의 가치가 없는 성우에게 필자는 진정으로 야채장사 하는 인희와 결혼하여 같이 열심히 살기를 바랬다. 그래도 좀더 내실 있는 기업과 합병하는 것 만이 부실사업부문을 떨어버릴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말은 생각지도 못한 장면으로 대신한다. 수안보를 떠나 여수에서 다시 시작하는 성우의 밴드에 새로운 멤버가 생겼다. 인희가 야채장사를 집어치우고 새로운 보컬로 나선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막을 내린다. 수많은 군중 앞에서 하는 락콘서트가 아니라 캬바레에서 트로트를 부르는 그들이지만, 나는 감히 그들에게 수익도 안 나는 당신네 사업을 접으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리고 난 나에게 되물었다. ‘네 꿈은 뭐하고 있니? 지금의 넌 행복하니?’라고 말이다.

박민우 minuz@keb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