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조류독감 물럿거라!!

청계천 닭한마리 거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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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살 것 같습니다. 지난 달만해도 죽을 지경이었는데 이젠 좀 숨통이 트입니다. 이곳에서 30년을 장사했는데 지난 달 같은 경우는 처음 이었어요” 닭한마리 거리로 유명한 서울 청계천 5가에서 닭집을 운영하시는 한 아주머니의 말이다.

 

조류독감의 된서리를 맞은 청계천 닭한마리 거리에 오랜만에 생기가 돌고 있다. 21일 토요일 저녁, 봄을 재촉하는 단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직장인들과 가족끼리 저녁식사를 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필자가 찾은 식당은 상당히 넓은 공간임에도 빈자리를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구수한 맛을 찾아온 이들로 가득 찼다.

 

 

조류독감이란 조류에게서 사람으로 인풀루엔자(H5N1, 바이러스의 일종)가 전염된 것을 말한다. 원인은 인풀루엔자가 변이를 통해 사람에게 침투하고 병원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변이를 하고 이를 통하여 자신들의 생명을 이어줄 숙주를 확장한다. 타 동물에게서 변이를 통해 사람에게 전염되면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일반 신종 독감의 경우, 기존의 독감이 변이한 것이기 때문에 병원성이 그렇게 높지 않아 대부분 곧 회복하지만 타 동물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면 사람에게 적응된 바이러스가 아니기 때문에 병원성이 굉장히 높고 백신의 개발이라든가 원인체의 규명 등 정보를 얻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조류독감의 확산 과정을 살펴보면 아시아에서는 97년 홍콩을 시작으로, 베트남, 대만, 태국, 일본 등 아시아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2월 충북 음성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이래 경북과 전남 등 전국 18개 농가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조류독감의 확산과 잘못된 조류독감의 상식으로 닭과 오리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닭고기 산업의 피해는 엄청났다. 323개 농가의 닭과 오리 416만 마리가 도살 처분됐고, 농가 피해액은 이달 초까지 1,500여 억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밖에 닭과 오리를 판매하는 식당과 정육점, 치킨 점 등 닭고기 산업의 피해를 포함하면 8,147억원으로 피해액이 늘어난다.

 

이번 조류독감은 닭고기 및 오리고기 섭취로 인하여 감염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고, 익혀서 먹는다면 전염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러한, 발표와 여러 단체들의 캠페인으로 닭고기와 오리고기 수요는 드디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림, 마니커 등 4대 가공업체의 하루 판매량은 12월 2째 주 일 평균 59만8천 마리에서 조류독감 파동으로 24만 2천마리 까지 떨어졌다가 2월 중순 이후 60만 4천 마리로 늘어났다. 산지 닭 값도 킬로그램당 722원에서 1,165원으로 뛰어 조류 독감 이전 수준을 오히려 넘어섰다.

 

 

주식시장 또한 조류독감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닭고기 관련주들과 상대적 수혜주들 간에 주가 자리 바꾸기가 바르게 진행되었다. 지난해 중반 이후 올 2월초까지 닭고기를 생산, 유통하는 하림과 마니커 급락세를 보이면서 예전 가격의 절반 수준까지 폭락하였다. 반면에, 조류독감 확산으로 닭고기 수요를 수산물 등이 대체 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수산주들은 연일 급등세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닭고기 수요가 최악을 지나면서 이들간의 주가 움직임은 극적으로 전환되었다. 하림과 마니커는 지난해 이후 하락하였던 수준 이상으로 급등하였던 반면 수산주들은 지난해와 올 초에 상승하였던 부문을 모두 토해내고 예년의 수준으로 복귀하였다. 실적 증가의 확인 없이 기대감만으로 폭등하였던 당연한 결과였다.

 

비 내리는 늦은 토요일 청계천 닭한마리 거리는 30년 전통의 구수한 맛을 느끼려는 사람들로 다시 붐비고 있다. 닭에 대한 수요의 회복이 주식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김세훈 shkim@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