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 PC방에서 본 리니지II

PC방에서 본 리니지II - '태풍일까? 미풍일까?'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파트 재건축이 한창인 강북의 한 대형 PC방을 찾아갔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실내장식도 잘 되어 있었으며 공기도 그리 탁하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카드와 음료수를 가져다 준다.

카드를 내장시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쪽 구석에서는 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로 작전명령을 내리며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있었고, 또 다른 곳에서는 너 댓 명이 리니지 게임을 하면서 아이템 생성 및 판매에 관한 회의에 여념이 없었다.

필자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커플석'이라는 문구였다. 이곳은 칸막이를 없애고 2인용 의자를 설치하여 연인끼리 오붓하게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설치해 놓은 곳이다. 대부분의 연인들은 한게임이나 넷마블 등 편하게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PC방의 초기에는 스타크래프트가 대세였다. 스타크래프트가 PC방을 활성화시켰단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PC방에서 과금하는 체제가 생겨나면서 리니지를 비롯한 RPG 온라인게임이 점차 보급되었다. 또 무료로 할 수 있는 캐쥬얼게임이 생겨나면서 여성들이 PC방으로 몰려들었다. 이후 눈에 띄는 주도적 세력 없이 유저들의 취향에 따라 리니지, 뮤, 라크나로크 등의 RPG, 한게임, 넷마블,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의 캐쥬얼 게임, 스타크래프트, 카운터스트라이커 등의 PC게임으로 시장이 세분화 되었다.

이렇게 게임 시장이 세분화 되고 집집마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PC방 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혜성처럼 나타난 리니지2가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유저들의 PC방 체류시간을 늘려줘 불황을 타개해 줄 대작을 기대하고 있는 PC방 업계에 리니지2는 초미의 관심사다. 물론 큰 건수를 기다리는 주식시장도 엔씨소프트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파악한 바로는 리니지2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진 모습이다. 먼저 어느 정도 레벨이 되는 리니지1 유저가 리니지2를 처음부터 시작할 리는 없고 1의 캐릭터를 2에서 쓸 수 있다고 한다면 신규가입자들의 불만 또한 커질 것이므로 리니지2의 성공은 요원하다라는 평가가 있다. 다른 의견으로는 전작인 리니지1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단순한 그래픽을 개선해 3D 인터페이스로 화면을 구성하고 있으며 엔씨소프트만의 독특한 게임운영능력이 건재하기 때문에 신규 게임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평가다. 주식시장에서는 후자 쪽에 무게를 실어주는 분위기다.

실제로 7월에 첫 선을 보인 리니지2는 지난 7월 중순부터 2위 온라인게임이었던 '뮤'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8월들어서는 PC방 점유율이 17.47%를 기록해 뮤(8.38%)와의 격차를 2배 이상 벌렸다. 또 최근 한 아이템 현금 거래 사이트는 리니지2의 아이템 거래량이 급상승하고 있어 현금거래에 있어서도 뮤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리니지2의 정식 유료화 전환일인 10월1일, 하루동안 동시접속자 6만을 보여주어 장미빛 전망을 가지던 사람들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해주었다. 소위 말하는 L2의 돌풍이 이어져 불황에 놓인 PC방을 살리고 엔씨소프트를 다시 한번 황제주로 등극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경쟁사에 미칠 파장은 어떻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기사 및 사진 : 김세훈 acc1@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