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의 오마하탐방기 - 7. 워렌 버펫의 집과 사무실

검소함의 기준이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의외성이 큰 몫을 하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예를 들어 고급 요트와 개인 제트기를 가졌지만 청바지를 즐겨 입는 사람과 요트나 제트기는 없지만 제냐 같은 고가의 옷을 입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각자의 가치 기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둘의 부가 비슷하고 매니아적 취향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후자를 검소하다고 생각해야겠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전자를 검소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제트기까지 가질 정도의 부자가 의외로 청바지 같은 대중적인 옷을 즐겨 입으니 그 부분이 유난히 부각되면서 더 검소하게 보이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관심 분야나 좋아하는 것에 돈을 더 쓰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워렌 버펫은 참 독특한 사람이다.

투자 외는 도대체가 관심분야가 없는 것 같으니 말이다. 좋아하는 것도 대부분 저렴한 것이라 돈이 많이 나가지 않는다. 고가의 와인이나 포도원, 고급 스포츠카, 예술품과 화려한 집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며 골프를 즐기지만 그렇다고 많은 돈을 쓰진 않는다.

난 버펫이 일부러 절제한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그냥 취향이 그런 것일 뿐이다.

사실 투자를 하면서 투자자체보다는 생활에 있어 유혹을 느낀 적이 많았다. 그리고 젊은 남자가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를 파고들면 이성문제가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우도 허영과 현시욕으로 인해 소모적인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것이 긍정적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필자에게 워렌 버펫은 투자뿐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하나의 지표가 되었기에 책을 읽고 그의 생활과 집이나 사무실 등을 상상해 보곤 하였다. 하지만 책에 잠깐 나오는 글로는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그의 집과 회사였다.

워렌의 자택

네브레스카 가구 마트를 둘러본 후 나는 그곳 보안 요원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행선지를 물어보길래 워렌 버펫의 집으로 갈 거라고 하자 나를 다시 보더니 왜 가냐며 가지 말라고 종용했다. 그는 워렌과 닮은 외모의 할아버지 경비원이었는데 워렌을 대단히 아끼고있음이 느껴졌다. 나에게 버펫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그를 찾아가거나 귀찮게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구 마트 지하 사무실에 있는 워렌과 블럼킨 여사의 사진 등을 보여주며 버펫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주립대 도서관에 가보라고 했다.

나는 당시 여행 이틀째로 주주티켓은커녕  그 때는 주주티켓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을 때라 그의 말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는 택시기사에게 나를 절대 워렌의 집에 데려가지 말고 도서관에 데려다 주라고 부탁까지 했다. 하긴 영어도 잘 못하는 동양의 외국인이 1회용 카메라를 들고 버펫의 집으로 찾아간다니 좀 위험해 보였나 보다. 여하튼 나는 택시를 타고 가며 기사를 설득해서 버펫의 집으로 갔는데 그 기사가 바로 전에 얘기한 죠다.

필자는 오마하에서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에게 버펫의 집을 아냐고 물어봤는데 약 20%는 모르고 나머지는 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잘 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바로 죠의 경우가 그러한데 그렇게 볼 때 약 60%정도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버펫의 집은 55번 가에 있는데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중산층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죠는 비슷하게 찾아갔지만 그곳은 옆 블록이었고 이웃에게 물어서 정확한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생각할 때는 가끔 관광객이나 주주들이 찾아가서 기념사진도 찍는다고 생각했는데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주위에 사람도 없고 일부러 와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없었다. 마침 버펫의 집에 잔디 관리를 하러 파견 온 사람이 있어서 그를 통해 물어보니 지금 버펫이 집에서 쉬고 있으니 마당 안으로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만 촬영을 하는 걸로 허락을 받았다. 근데 사실 마음만 먹으면 집안에도 침입할 수 있을 정도로 보안은 허술했다.

담이 없으니 마당도 금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아무도 보지 않으니 들어가면 그뿐 아닌가…

물론 필자는 그러지 않지만 악의 무리들이 그렇게 들어가면 어쩔 것인가...얼마 전 아이투자회원분께 메일을 받았는데 그는 버펫같이 부자면서 유명한 사람이 경호원도 없이 그렇게 생활하면 범죄의 대상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안전한 생활을 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인데 필자도 사실 그 부분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엔 오마하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 중요해보이는데 원래 오마하가 범죄가 별로 없는 곳이며 다운타운 쪽에 위험지역이 있긴 하지만 다른 대도시에 비해 얌전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모두 담이 없으니 대저택에 살아도 어차피 마찬가지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못 들어갈 곳이 어디 있겠나…미세스 오의 집에 갔을 때도 도둑이 들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원래 도둑이 없는 편이고 들어와도 가져갈 만 한 것이 없다는 걸 도둑들도 알고 있어서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게 보안장치가 되어있다고 했다. 워렌같이 유명한 사람은 범죄자들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한인 태권도 사범의 딸이 납치됐다 풀려난 적이 있는데 무슨 전쟁보도처럼 긴급뉴스로 실시간 방송이 종일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평화롭고 조용한 동네라고 볼 수 있다.

워렌의 자택이다. 저기 보이는 트럭은 잔디 관리인의 자동차이다.

집의 정문쪽이다. 한가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정문과 주차장 사이의 정원이다. 집은 길모퉁이에 자리잡고 있다. 역시 화질이 문제인데 스캔 하니 무슨 물감 번진 수채화 같다... 실제론 너무 아름답다. 절로 머리가 맑아질 정도이다.

집의 차고이다. 버펫은 쉐비의 픽업트럭을 자가 운전한다고 하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주변인들의 말이니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오마하 사람들은 대부분 워렌을 떠받든다. 그로 인해 시골이었던 오마하가 많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오마하에선 벅셔 주총 기간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인구 30만의 도시에 약 1만 5천명 이상의 주주가 미 전역과 세계각지에서 몰려드니 엄청난 관광수입도 올리는 셈이다. 필자만 해도 워렌 버펫 때문에 오마하에 여행을 온 것 아닌가…하지만 누구에게나 반대파는 있는 법. 일부 젊은 층에선 버펫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는데 그건 자식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 하단 것과 기부 활동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허나 이건 버펫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사람들이 주로 얘기한 거라 큰 의미를 부여할 순 없다.

살펴보면 버펫의 집안 사정을 깊이 알 순 없겠지만 대체로 원만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아마 예전에는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엄청난 부자의 자녀이지만 그 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니 나름대로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경영문제나 미래의 유산상속으로도 갈등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며 사실 그 정도면 다른 부자가문과 비교해 볼 때 원만하다고 봐야 한다. 기부에 대해선 미국의 기부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이 사람들에게 기부는 선택이 아닌 생활의 일부였다. 그리고 돈만 낸다고 끝이 아니고 몸을 이용한 실제 봉사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자녀들을 항상 동반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절로 몸에 배이게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 입장에선 지금의 버펫의 기부는 다른 부자들에 비해 소극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는 벅셔의 배당정책과도 관련이 있는데 지금 워렌이 기부할 재산은 벅셔 주식이 전부이며 그럴 경우 배당이 없는 상황에선 주식을 팔아야 현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펫은 재단이 주식을 파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임으로 지금으론 기부도 무의미하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버펫 사후에는 벅셔도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보여진다. 벅셔의 자선 프로그램외에 버펫의 개인적 기부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오마하 교사들에게 주는 특별상이 있다. 버펫의 친척 중에 교사가 많았고 그 역시 교사들에게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래서 매년 훌륭한 교사들을 지정하여 상금을 1만 달러씩 주는데 상금보다 공정한 심사로 인해 교사들이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키위트 플라자

사실 오마하는 어찌보면 하이테크 도시이다. 1947년 전략공군사령부(SAC)가 이곳 오푸트 공군기지 근처에 지부를 세우며 인재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SAC가 핵폭발에도 견딜 수 있는 통신망을 설치했다는 점이다. 광섬유 매설 시공사는 피터 키위트 선스 사였다. 선스 사의 운영자인 피터 키위트는 건축 회사로 많은 돈을 번 오마하에서 가장 저명 인사이며 건축분야에서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오마하에서 가는 곳마다 그의 이름을 볼 수 있는데 모두 그가 기부한 곳으로 그의 이름도 같이 붙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터 키위트 콘서트 홀, 피터 키위트 도서관 같은 식이다.

버펫의 사무실은 키위트 플라자 안에 위치해 있다. 처음에 여기 갔을 땐 토요일이라 사람도 없고 버펫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쳤었다. 그래서 오마하를 떠나기 전 날 다시 찾아갔다. 플라자는 다운 타운가에  위치해 있으며 지상 14층 건물이다.

건물 안에 들어서며 그냥은 안 보내 줄 것 같아 몰래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이럴 때는 최대한 자연스러워야 한다. 다행이 건물 구조는 간단했다. 하긴 빌딩이 다 거기서 거기지. 나는 매일 드나드는 사람인 것처럼 경비원들을 지나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 가면서 벅셔 사무실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왼쪽은 피터 키위트의 흉상이 있고 오른쪽 벽면에 입주한 회사들이 적혀 있었다. 난 걸어가면서 재빨리 살폈다. 절대 멈춰서 보면 안 된다. ‘ 1440호 벅셔 헤서웨이 ’

나는 흐뭇해 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라 14층을 눌렀는데 다급한 소리가 들리며 경비원이 엘리베이터 문 사이를 막아섰다. 그는 내가 누른 14층 버튼을 보며 방문 목적을 물었고 나는 주주티켓을 보여주며 견학을 하고 싶다고 사진은 찍지않고 구경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안 된다며 사전예약을 하고 오라고 했으나 나는 다음날 한국으로 가지 않는가…

다시 부탁했지만 들어주지 않았고 내가 알겠다고 하자 그도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그 때 나는 속으로 놀랐는데 아직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안이 허술한 건지 사람을 잘 믿는 건지 그러다 그냥 올라가도 그 뿐이 아닌가..하지만 나는 약속을 지켜 사무실로 가지는 않았다. 사무실 내부 모습은 주총 때 비디오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말을 잘 믿는 것 같긴 했다. 미술관에선 학생증도 없었는데 학생이라고 하니 입장료 할인을 해 줬다.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약속을 잘 지킨다는 것인데 약속자체를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중에 전화할게, 다음에 보자, 주말에 한번 만나자 와 같은 약속들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요일 3시에 전화할게, 내일 6시에 집 앞에서 만나자 등과 같이 약속자체를 구체적으로 잡으니 안 지킬 수가 없는 것이다.

키위트 플라자의 전경-깨끗하고 깔끔한 이미지다. 오마하에서는 고층건물에 속한다.

로비에 있는 피터 키위트의 흉상이다.

KIEWIT이란 글자 밑의 최상층인 14층이 벅셔 헤서웨이의 사무실이다.

참고로 엘리베이터에서 경비원이 소리치며 달려올 때 닫힘 버튼을 누르면 그냥 올라갈 수도 있었으나 나는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 상황에선 무리하게 올라가면 일이 복잡해진다. 내가 방문한 곳 중 일부장소는 사진을 찍을 때도 사전 양해 하에 촬영을 한 것이다.

그들이 거부한다면 절대 저항해선 안 된다. 그래서 미술관에서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었고 보쉐하임에서도 주총 날 외에는 내부를 찍을 수 없었다. 얼마 전 보잉 사를 촬영하다 문제가 생긴 유학생이 있었는데 애매한 장소에서는 반드시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한다.

보잉 사는 준 군사시설과 같은 곳이라 사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제재가 들어오면 그냥 따르는 것이 좋다. 간단하게 말한다고 쉽게 생각하고 밀어 부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교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은 사회의 중심이 교회이고 특히 한인사회는 교회가 주축이 된다. 한인 회가 곧 한인 교회고 한인교회가 곧 한인 회다.  오마하에만 한인 교회가 무려 4개나 있다. 그러니 교포,유학생,어학 연수생 등 모두가 연결되는 장소라 할 수 있다. 기독교인이 아닐지라도 교회와는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에선 교회근처도 안 가본 필자도 미국에선 예배를 2번이나 본 것이다. 자연히 목사들의 영향력도 대단한데 그래서 보잉 사 사건이나 유승준 사건 때 목사들이 같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