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의 오마하탐방기 - 6. 워렌 버펫의 단골 레스토랑

여행에 있어서 먹는 즐거움을 놓칠 순 없다. 더구나 맛찾사-맛을 찾는 사람들인 필자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필자는 군에 가기 전 자투리 시간에 2일에 한 번 꼴로 요리책에 나오는 요리를 만들어 먹었었다. 책에 나오는 메뉴 중 큰 케이크를 제외하곤 다 만들어보았다.

요리와 투자는 비슷한 점이 많다. 요리를 처음 할 때 요리책을 보고 하듯이 투자도 좋은 투자책을 보고 공부해야 한다. 일부 사람들 중엔 투자책은 보지도 않고 신문이나 증권방송,인터넷 사이트 등만 살펴보고 스스로가 주식과 투자에 대해 많은 연구와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건 단지 조사일 뿐이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재료는 정성껏 준비해놓고 정작 요리방법은 모르는 것과 같다. 요리책에 나오는 방법을 따라 하면 비슷한 맛이 나오듯 투자도 책을 따라 하면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사람마다 같은 요리를 해도 맛이 다르듯 같은 투자방법을 적용해도 개개인의 수익은 다르다. 요리도 규격화된 방법 없이 감에 의한 손 맛으로 하는 경우가 있듯 투자도 감각에 의존한 투자가 있다. 이 경우 요리법을 자신만 알고 며느리도 모르듯 자기만의 투자노하우를 가진 경우가 되겠다. 하지만 음식점도 규모가 커지고 체인화가 되면 규격화된 조리 법으로 통일시키듯 투자도 규모가 커지고 공식화되면 일관된 투자방법이 필요하다.

요리책을 따라서 요리를 하다 보면 자기만의 독특한 노하우가 생기듯 투자도 처음엔 책을 따라 하지만 책과 실제 투자와의 피드백과정을 거쳐서 자기만의 투자 방법이 정립되곤 한다.얼마 전에 유명한 요리사 구본길 씨가 "정성껏 만든 음식을 남기거나 맛이 없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세요?" 란 질문을 받았을 때 "그건 다 제 잘못이죠. 저한테 문제가 있는 겁니다."라고 대답하는걸 듣고 역시 대가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투자를 했는데 수익이 좋지않다면 뭐가 문제일까… 한국이란 상황…아님 북한이나 노조문제..정치..아님 작전 세력..  그렇다. 문제는 바로 자신이다. 자신의 투자 방법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럼 투자의 대가인 워렌 버펫의 식생활과 오마하의 먹거리를 알아보자.

알다시피 워렌은 햄버거 같은 패스트 푸드와 콜라, 아이스크림 등을 좋아한다. 하지만 필자는 원래 콜라 같은 탄산 음료는 마시지 않으며 햄버거는 가끔 먹지만 패스트 푸드 역시 음식으로선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은 좋아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워렌도 좋아하면서 나도 좋아하고 거기다 오마하의 특산품으로 유명한 음식이 있다. 바로 비프 스테이크다. 오마하 소고기가 유명한 이유는 다른 지역에선 소에게 풀을 먹이는데 비해 네브레스카에선 콘 즉 옥수수를 먹여서 소를 기른다. 그래서 고기가 부드럽고 단 맛이 나며 연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특별 재료로 키운 한우가 더 맛이 있지 않은가…아쉽게도 스테이크를 제외하면 오마하의 먹거리는 기대 이하이다. 뭐..미국 음식이 다 그렇겠지만 특별한 맛이 없다. 필자 숙소 옆에 있는 ‘빌리지 인’이란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이 있었는데 첫날 저녁을 거기서 먹었다. 그리고 다신 그곳에 가지 않았다. 거기서 두 번째로 비싼 메뉴를 시켰는데도 짜기만 하고 정말 맛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미국인들이 불쌍해 보였다.

오마하에 많이 있는 음식점 중 하나가 중국 음식점이다. 주로 뷔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한국 음식점은 거의 없고 3군데 정도 있는데 숙소 근처의 한국 식당이 맛있었다. 한국인들 중에 중국음식점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아무래도 한국식당은 한국 사람과 한식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대중적인 위치를 차지하진 않은 것 같았다.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론 고랏츠를 비롯해서 영화 ‘어바웃 슈미트’에 나온 쟈니즈 카페가 있고, 참고로 ‘어바웃 슈미트’의 배경이 오마하인데 감독이 오마하 출신이라고 한다. 필자 숙소 근처의 오마하 스테이크 하우스가 개인적으로 고랏츠를 능가하는 맛을 자랑한다고 생각한다. 그곳의 와인 소스 안심 스테이크는 거의 환상이었다. 다운타운 근처의 올드 마켓이란 곳에 가면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들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특이한 음식으론 버팔로버거를 들 수 있는데 그냥 ‘버팔로도 역시 소구나’라는 생각이 들 뿐 별다른 맛은 없었다. 알고 먹어선지 왠지 야성적인 맛이랄까….

GORAT'S

오마하에 와서 가장 가보고 싶은 스테이크 집이었고 버펫의 단골집으로 가장 유명하다. 오죽하면 주총 마지막 날 일정이 고랏츠에서의 저녁식사이지 않은가…벅셔 주주의 밤… 공식지정 단골집이라 할만 하다. 사실 그래서 주총에 못 들어가면 거의 매일 여기로 와서 식사를 하며 버펫을 기다려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그렇게 되진 않았다. 우선 택시비가 식비보다 훨씬 많이 들고 또 워렌이 언제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들 중 오마하에만 가면 쉽게 워렌을 만나고 자주 마주치는 줄 아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리 버펫이 소탈하다고 해도 그는 세계적인 부자이며 벅셔의 경영자이다. 쉽게 만날 수는 없는 것이다. 필자가 그렇게 노력했지만 버펫을 본건 주총 때가 유일했으며 오마하에서 오래 생활한 교포들에게 물어봐도 우연히 마주친 경우는 몇 번 없었다. 사실 10년 정도 거주한 교포들 중에도 얼굴 한 번 못 본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래서 워렌을 보는 것은 신경 쓰지 않고 편안히 저녁식사를 즐겼다.

고랏츠에서의 필자-밤에 찍다 보니 어둡게 나왔지만 그래도 외관 사진이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올린다.

고라츠의 내부-내부가 여러 구조로 되어 있으며 실내가 생각보다 고급스럽다. 벽에 걸린 사진을 보고 처음에 언뜻 찰리 멍거를 생각했으나 자세히 보니 다른 사람이었다.

식사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빈 자리가 있어도 모두 채우지 않고 기다리게 했는데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이런 바와 테이블이 있는 곳이 따로 있어서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마시며 편히 기다릴 수 있다.

유학생들과 함께-오마하는 음식값이 싼 편인데 특히 육류가 상대적으로 싸다고 볼 수 있다. 고라츠에서 4명이 스테이크 세트 메뉴를 먹었는데 팁을 포함해서 80달러 정도를 지불했다.

물론 필자가 말이다. 하지만 원화로 약 10만원 정도로 4명이 어디에서 이런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겠는가…

필자가 선택한 안심 스테이크-스테이크는 역시 안심이다. 필자는 항상 미디엄으로 먹는데 예전에 레어를 먹었더니 껌 씹는 느낌이 나서 그 뒤로 항상 미디엄으로 먹는다. 그리고 워렌도 아마 안심을 즐기지 않겠는가… 여기 육질은 차원이 달랐다.

고라츠의 음식들-로스트 비프와 등심 스테이크 등이 보인다. 이런 디테일한 사진까지 챙기는 필자의 세심한 배려를 보라…

THE GREEK ISLANDS

버펫은 스테이크뿐 아니라 그리스 음식도 즐기는 편이다. 그 중 버펫의 단골집은 바로 그릭 아일랜드인데 예전에 여기서 버펫이 친척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즐기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었다. 이 곳은 버펫의 사무실이 있는 키윗 플라자와도 멀지 않아서 걸어가 봤는데 20분 정도 지나서부터 엄청 후회했다. 날은 더운데 길에 사람도 없고 지나가는 택시나 공중전화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끝까지 걸어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멀었다. 여기 주인은 그리스인으로 약 30년 전에 이민을 왔으며 정통 그리스식 음식을 선보인다. 그러나 나는 그리스음식을 잘 몰라 그냥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이는 엄청난 실수였다.

여기의 자랑은 기저라는 이름의 그리스 음식으로 꼬챙이에 고기를 꽂은 것이다. 우리의 꼬치 비슷한 것으로 그리스에서는 핫도그처럼 들고 다니면서도 먹는 대중적 음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버펫도 기저를 즐긴다고 한다. 오마하에서의 마지막 날 미세스 오가 공항까지 데려다 줬는데 점심을 먹었냐고 물어보길래 그 전에 유학생 부부 집에서 식사 대접을 받은 터라 먹었다고 했더니 나중에 하는 말이 공항 가는 길에 그릭 아일랜드가 있다고 내가 못 먹은 기저를 사 줄려고 했다는 것이다.  근데 이 말 들었을 때는 이미 공항이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좀 빨리 말씀하시지… 이래서 누가 뭐 사준다 그러면 주저말고 먹어야 하는가 보다.

그릭 아일랜드의 외관-무슨 조립식 건물 같지않나…나는 처음에 텐트 바 인줄 알았다. 이래서 버펫이 싸구려만 찾아 다닌다고 소문이 났나 보다. 하지만 맛은 절대 싸구려가 아니다.

외관에 비해 내부는 상당히 신경 쓴 모습이다. 사진에선 나오지 않았지만 한쪽 벽면은 bar로 꾸며져 있다.

필자가 선택한 스테이크-그것도 뉴욕 스트림 스테이크다. 그리스 식당에서 뉴욕 스테이크라니 잘못된 선택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 때 필자가 걸어오면서 더위를 먹었나 보다. 그래도 그리스식 감자 구이가 옆에 있어 위안이 된다. 여기 스테이크는 그저 그렇다. 고라츠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별로라는 거지 절대적으로는 괜찮은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