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의 오마하탐방기 - 3. 웨스트 오마하 스토리

오마하에 도착하자 마자 디지털 카메라가 고장이 났다. 그래서 카메라 수리에 도움을 받기위해 한국식당을 찾았는데 거기에서 교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보통 한국인이 오마하에 오는 이유는 유학이나 어학연수 같은 거고 관광도 잘 오지 않는 곳이다. 그러니 필자가 워렌 버펫을 보고 벅셔 주총도 구경하러 오마하에 왔다고 하자 한인사회에서 유명해져 버렸다. 한인회에서 하는 바비큐 모임에도 초대 받고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무료급식행사에도 가서 고기도 굽고 서빙도 하며 많은 교포들, 유학생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미국은 기독교 국가라 모든 일이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필자 역시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교회에 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인적 네트워크가 교회를 중심으로 되어있어 사회 활동에 꼭 필요할 것 같았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는데 그 중 일가족이 벅셔 주주인 미세스 오란 분의 얘길 할까 한다.

오마하엔 약 2000명 가량의 교포들이 살고있다. 오마하 한인회의 회장인 토미 김과 부인 김미아 씨-(나중에 이 분이 주주티켓을 구해 주신다)의 소개로 미세스 오를 만나게 됐다. 미세스 오는 한인 사회의 대모 같은 존재로 초창기에 오마하로 와서 약 30년간을 오마하에서 살고있는 터줏대감이다. 이 분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황해도 출신으로서 서울대 물리학과를 다니던 중 역시 서울대 의대를 다니던 남편을 만나 60년대 초 보스톤으로 이주한다. 거기서 약 10여년간 생활하다 오마하로 옮겨 오늘 날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캐피탈 펀드의 아시아지역 책임자인 유진 오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유진 오는 하버드를 최우수로 졸업한 재원으로 24살 때부터 펀드 매니저를 하며 한국에서도 생활한 적이 있다.) 미세스 오 역시 버펫의 팬으로서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으며 벅셔의 B주주로서 99년에 주총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나의 열정을 높이 평가해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으며 집에도 2번이나 초대해 주셨다. 그리고 이분이 고향이 이북이고 북한에 형제, 자매들이 있어서 약 2년에 한 번씩 북한을 방문하시는데 벌써 7번 정도 갔다고 하니 역시 달러의 위력을 알 수 있었다. 필자가 운이 좋았던 것이 원래는 올 해도 북한을 가는데 갈려면 베이징을 거쳐야 하지만 사스 때문에 못 가게 된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나를 만난 것이니 사스가 아니었으면 우리의 인연은 없었던 것이 될 번 했다.

필자에게 미국생활에 대해서 많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얘길 하나 하겠다. 미국에 사는 교포들은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한국 교포 뿐 아니라 일본, 중국도 해당된다.) 첫째, 돈도 없고 주류사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사람-이들은 주로 영어가 부족하며 한국인 상대의 장사를 해서 살아간다. 그리고 한국 교회를 다닌다. 둘째, 돈은 있으나 백인 주류사회에 완전히 진입하지 못한 사람- 김미아 씨가 그런 케이스이며 영어를 잘하지만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영어에는 미숙함. 이들도 한국교회를 다닌다. 셋째, 돈도 있고 백인 주류사회에 진입하여 활동하는 사람- 미세스 오의 경우이며 고급영어구사가 가능하다. 이들은 미국 교회를 다닌다.

"이봐요.. 미스터 노..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차이가 왜 생기는지 알아요. 바로 영어 때문이에요. 난 미국 와서 영어가 안 되서 엄청 고생했어요. 그래서 주립 대에서 다시 영어를 배웠지. 미아도 영어를 잘 하지만 그 걸론 안돼.. 나도 한 20년 정도 해서 완전히 마스터했어요. 백인 상류층의 파티에 통역을 데리고 다닐 수 있겠어요. 미아는 아직 파티 가는걸 꺼리는 경향이 있어… 높은 사람 만나는 것도 두려워하고... 그리고 교회도 미국 교회를 다녀야지 인맥도 생기고 일 하기도 수월해요. 사람들은 영어를 쉽게 생각하지만 실제 미국에서 주류사회에 진입하려면 영어가 생각보다 중요해요."

"저도 워렌 버펫과의 인터뷰를 원하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했어요. 아마 버펫과 1대1로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줘도 제가 대화할 영어가 안 되거든요."

"미스터 노는 내가 보기에 투자를 한다고 영어를 등한시 한 것 같은데 한국을 벗어나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영어가 정말 중요해요. 그래야 고급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요. 영어를 공부해서 다시 미국에 오세요. 그럼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뭐…대충 이렇다. 사실 필자는 영어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미국 가보니 영어의 중요성을 다시 깨우치게 됐다. 나중에 주총 때도 영어가 딸려서 버펫이 하는 말 못 알아 들었다. 그리고 교포들 중에도 미국의 대기업을 소유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국인들 중에도 백만장자가 아닌 억만장자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웨스트 오마하

미국의 도시는 보통 다운 타운에서 시작해서 서쪽으로 갈수록 부유층이 거주한다. L.A의 산타 모니카와 비버리 힐즈 같은 부자 동네를 웨스트 사이드라고 하듯이 오마하에서도 웨스트 오마하라는 부자 동네가 있다. (근데 워렌은 웨스트 오마하가 아닌 55번가의 중산층 동네에 산다.) 웨스트 오마하에는 한국인도 사는데 김미아 씨나 미세스 오도 그곳에 산다. 그럼 이쯤에서 구경을 해보자.

미세스 오의 집이다. 이 집에는 미세스 오 부부만 살고 자녀들은 모두 다른 도시에서 산다.

창 밖의 풍경….사진이 왜 이리 검게 되었는지…ㅜㅜ

정원에서 한 컷…프레피스러운 복장에 저 공손한 포즈를 보라… 그렇다. 필자 착하게 보이려 애쓰고 있었다.

정원 뒤로 보이는 건 골프장이다. 미국은 퍼블릭 골프장이 발달해 있어서 여기뿐 아니라 유학생 부부가 사는 서민용 아파트에도 뒤에 골프장이 있는데 20달러만 내면 하루종일 필드에서 골프를 칠 수 있다. 참고로 전세계 3만개의 골프장 중 미국에 무려 1만 7천 개가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엔 몇 백개 밖에 없는데 지금 무지하게 건설 중이다.

테라스에서의 필자…실물은 아주 멋있다..ㅋㅋ

STRATEGIC AIR & SPACE MUSEUM

말 그대로 전투기나 우주선 전시한 곳으로 저 번에 본 유진 마호이 공원 바로 옆에 있다.

이게 무슨 기종인지 생각이 안 난다…정찰기 종류인데..아시는 분 리플 달아주시길. 아무튼 이게 휘귀한 건데 무슨 행사 기간이라 특별히 전시된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