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매치] 신세계 VS 롯데쇼핑

이마트 갈까? 롯데마트 갈까?

유통시장 백화점에서 할인점으로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성수대교가 엄청나게 막혔다. 강남 주민들이 주말이면 백화점을 가는데 대부분의 백화점이 명동에 있어 그 길목인 성수대교가 붐빌 수 밖에 없었다. 성수대교에서의 교통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시당국에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시당국이 아니라 1985년도 압구정에 생긴 현대백화점이었다. 강남주민들이 압구정 현대백화점을 이용하면서 주말에 굳이 명동까지 가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 이렇게 백화점은 80, 90년대까지 우리 생활패턴을 결정짓고, 큰 영향을 주는 유일한 유통경로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할인점이란 새로운 유통업태가 생겨나며 백화점의 지위는 약화되고 할인점은 매년 30-40%씩 성장하며 주류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부부가 손잡고 같이 쇼핑하는 모습을 할인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2003년에는 매출규모 면에서 할인점의 매출이 백화점의 매출을 앞질렀다. 그러면서 할인점부문에서 굳건한 1위를 차지한 신세계는 유통업계에서 영원한 1위일 것만 같았던 롯데쇼핑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따라오고 있다. 실제 백화점의 회계기준변경으로 매출로는 신세계가 롯데쇼핑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영업이익규모에 있어서는 롯데쇼핑이 신세계에 소폭 앞선 모습이다.

할인점으로 1위로 올라선 신세계

신세계는 1993년에 국내 최초의 할인점인 이마트 창동점을 개점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유통시장은 백화점과 재래시장, 동네슈퍼마켓 정도에 불과했고 편의점이 하나 둘 생기고 있던 시기였다. 젊은 층의 소득증가와 높은 자동차 보급률에 근거해 신세계는 도심지역에서 벗어났지만 상권은 성립한 곳에 할인점을 출점하기 시작했다. 90년대 초반에만 하더라도 신세계는 백화점부문에서 롯데와 현대백화점의 확장에 조금씩 시장을 빼앗기고 있던 터에 할인점에 묘수를 던진 것이었다. 그리고 백화점 예정지였던 산본, 충주, 해운대 등을 이마트로 전환하면서 할인점 중심의 전략을 고수해나갔다. 그 결과 10년이 지난 지금 신세계는 61개의 이마트 지점을 내면서 국내 할인점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 했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시장에 먼저 뛰어들면서 우수한 부지를 선점할 수 있었고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확실하게 심어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IMF위기시절 가격에 민감하던 소비자들을 상대로 최저가격 2배 보상 제도, 신선도 만족 보장제를 도입하며 가격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소비자들을 잡았다. 실제로 IMF위기시절 대부분의 기업들이 투자를 회피하고 구조조정을 하고 있을 때 신세계는 10여 개의 점포를 새롭게 개점하며 확장전략을 펼쳤다. 모두가 움츠리고 있을 때 과감한 투자를 집행함으로써 신세계는 96년 영업이익 329억에서 99년에는 909억으로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마지막 원인으로 신세계의 덩치가 커질수록 공산품 등에 대한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타 업체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신세계의 영업이익률추이를 살펴보면 꾸준히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는 모습을 살필 수 있다. 이것은 바로 구매력이 커지면서 제품에 대한 마진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할인점업계에서 가격경쟁이 심화되어 수익률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전으로 봤을 때 가장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업체다. 참고로 위 그래프에서 롯데쇼핑의 영업이익률이 급속히 증가한 것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백화점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때문이다.

백화점 부동의 1위 롯데쇼핑

반면 롯데쇼핑은 1979년 명동에 롯데백화점을 처음 개점하면서 국내에 진출했다. 다른 업체들과 비교할 때 상당히 늦은 출발이었지만 롯데는 음료와 제과 등 계열사제품에 대한 구매가 쉬웠다는 점과 엄청난 자금력으로 팽창을 시도했다. 현재 백화점 진출 20여 년 만에 20개의 백화점을 운영하며 백화점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을 서울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으로 확대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롯데쇼핑은 신종업태로 분류되던 할인점에는 신세계에 5년이나 늦은 1998년도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미 목 좋은 자리는 먼저 사업을 시작한 이마트, 까르푸, 홈플러스 등에 내줬지만, 백화점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동원하여 할인점을 하나 둘씩 늘려나갔다. 현재는 이마트와 홈플러스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 현재 30개의 할인점을 개점하였지만 여전히 이마트의 기세에는 눌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마트의 시장점유율은 33%, 홈플러스는 14%, 롯데마트는 13%정도다.

이익구조도 신세계가 할인점에 치우쳐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롯데쇼핑은 백화점부분에 더욱 치중한 모습이다. 할인점에 5년 늦게 진출했다는 핸디캡과 이마트에 비해 낮은 브랜드로 인해 소비자의 발길은 여전히 이마트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으로서는 할인점 사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이마트와의 간격을 줄이기는 벅차 보인다.

명동과 홈쇼핑에서의 2차전

서울의 중심가인 명동을 두고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각자 백화점을 새 단장하며 또 다른 전쟁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본점 옆 미도파 메트로점을 새롭게 개점한데 이어 한일은행 사옥을 매입해 명품관으로 리모델링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신세계는 본점을 2005년 10월 목표로 지하 7층, 지상 20층 규모의 초대형 백화점으로 재개발하고 있다. 백화점 1위 업체와 최초의 백화점 업체로서의 자존심을 건 격전지인 셈이다.

또한 홈쇼핑과 인터넷쇼핑에도 두 기업은 대치 중이다. 홈쇼핑사업이 허가권이 있어야 진출할 수 있지만 올해 4월부터는 후발 3개 홈쇼핑사의 지분이동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두 업체는 온라인진출의 교두보로 홈쇼핑을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현대홈쇼핑이 현대백화점의 구매력과 독특한 아이디어상품으로 홈쇼핑에서의 시장점유율을 늘렸듯이 제품기획력과 구매력을 갖춘 두 업체가 홈쇼핑에 진출한다면 큰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불경기를 기회 삼아 1조원에 가까운 적극적인 투자를 발표한 두 기업의 엎치락뒤치락 하는 경쟁에서 누가 이길지 경기를 지켜보는 투자자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하다.

정석모 stonet@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