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매치] 동아제약 vs 유한양행

정석모 04.01/15 00:00 조회 3420 누적점수: 0

투자,담배꽁초식? 탁월주식형? - 숫자가 매력적인 동아제약과 기업가치가 매력적인 유한양행

제약업체란 이름에 속지말자

과거와는 달리 약국, 병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약에 대한 이용이 높아지고 있다. 병을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약을 먹는 경우도 많다. 고령화 시대가 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약의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환경적 상황에서 제약업종은 지속 가능한 성장산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매력에 이끌려 투자자들이 제약업종에 관심을 지니지만, 제약업종은 투자자에게 무척이나 어렵다. 대부분의 제약업체들이 소량다품종 제품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고, 대부분의 약을 이해하기 어려울 뿐더러 약을 이해하더라도 제품간의 차별성, 장단점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숫자만 따졌을 때 PER 5미만, PBR 1미만의 종목도 수두룩하지만 성급하게 투자하기에는 겁이 난다.

그러나 무조건 어려울 것 같은 제약업체들도 따지고 보면 의외로 핵심역량과 투자아이디어는 단순하고 쉬운 경우도 많다. 일성신약은 오리지널 약을 수입해서 파는 유통업에 가깝고, 동아제약은 박카스의 매출이 약 37%를 차지하는 음료업에 가깝다. 유한양행은 구강청정제, 주방용 세제와 함께 자회사인 유한킴벌리의 기저귀, 생리대 등의 이익기여도가 높아 실제로는 생활용품기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동아제약과 유한양행은 그 기업이나 자회사가 강력한 히트상품을 가지고 있고, 제품의 이해가 비교적 쉬어 투자자에게는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제약업체들이다. 더욱이 두 기업 모두 가격과 기업가치에서 투자의 관심을 끈다.

명암이 엇갈린 2003년 영업현황

2003년은 제약업체에게 있어 IMF이후 최악의 시간이었다. 2003년 3분기까지의 제약업종 전체 실적을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 감소했다. 건강보험 재정수지 적자에 따른 정부의 약가 인하정책의 영향으로 2001년, 2002년의 두 자리수 매출성장률에 미치지 못했으며 제약사들의 영업인력 증대로 판관비가 무려 15%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제약은 비타민 드링크제인 비타500, 비타1000 등의 시장확대로 인한 박카스의 매출이 감소하고, 약국에서의 재고 반품이 늘어나면서 3분기 누적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10.5%, 55.8%나 감소했다. 산업평균보다도 훨씬 급격한 추락을 맛본 것이다.

그러나 동아제약의 추락세는 2003년 3분기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순분기 실적이 전년대비 매출은 약 2%, 영업이익은 18% 정도만 감소하며 올해 1, 2분기의 어닝 쇼크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이는 1, 2분기 동안 과감하게 진행되던 약국에서의 재고반품이 3분기에는 진정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약국에서의 재고반품은 새로운 경영진이 취임하면서 의약업계에 만연해있던 일명 밀어내기 영업을 축소시키고 부실을 상각시킨 효과도 있다. 따라서 2004년도부터 영업부분은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유한양행은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9.9%, 12.8%가 증가하며 제약업체 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 동아제약은 2003년 들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가파르게 꺾인 상태고, 유한양행은 완만하게 상승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한양행의 성장동력은 내춰럴쉐이커(주방전용세제), 덴탈케어치약 등 생활용품 및 에이즈치료제원료였다. 특히 생활용품은 유한킴벌리의 영업망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암앤해머(ARM & HAMMER)’ 라는 유명 브랜드를 달고 나와 시장에 발 빠르게 진입함으로써 향후 성장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식농사에서도 유한양행의 한판승

그렇다면 두 기업의 자식농사는 어떨까?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이 유한양행의 압도적인 승리다. 동아제약은 그 동안 박카스를 팔아서 번 돈으로 수많은 관련, 비관련 다각화를 진행했지만 성공을 거둔 것은 포카리스웨트, 데자와 등 음료를 판매하는 동아오츠카와 주류를 수입 유통시키는 수석무역, 박카스병을 만드는 수석 정도일 뿐, 나머지 자회사들은 대부분 모회사에 큰 손실을 안겨다 줬다. 특히 사업적 연관성이 없었던 보고투자개발 및 라미화장품에서만 약 5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였다. 결국 따지고 보면 동아제약은 거의 물장사를 통해서만 돈을 벌었을 뿐이다.

현재 보고투자개발은 신규투자를 중지하고 기투자된 부분을 회수하거나 부실자산 상각에 집중했고 라미화장품은 수석과의 합병을 통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러한 자회사에 대한 부실자산을 털어내는 노력으로 동아제약의 지분법평가이익은 대규모 손실에서 점차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향후 라미화장품 및 수석의 합병으로 인해 자본확충의 문제가 남아 있다.

반면 유한양행은 유한킴벌리, 유한화학공업, 한국얀센 등 자식농사에 있어 실패를 한 적이 없다. 유한킴벌리는 기저귀시장과 생리대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비재독점기업으로서 많은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기업이지만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에 혹자는 유한킴벌리를 갖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유한양행을 사기도 한다. 유한양행의 투자실패로 생각되었던 유한화학공업도 에이즈치료제 생산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2003년에 드디어 흑자전환에 성공하였을 뿐 아니라 내년 이후 본격적인 이익기여가 기대된다.

담배꽁초주식과 탁월주식

제약업계 중에서 매출액 1위인 동아제약과 시가총액 1위인 유한양행(2003년 종가기준). 투자자들의 입맛에 따라 두 기업의 매력도는 달라질 것이다. 가격적인 매력도를 고려한다면 현재 PER 6.0, PBR 0.5의 동아제약이 PER 9.0, PBR 1.1의 유한양행보다 앞선다. 더욱이 동아제약은 현재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2004년부터는 실적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어 기저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매출부분에서 제약업체의 뿌리깊은 문제였던 밀어내기식 영업을 약국재고 반품을 통해 해소시키고, 부실자회사에 대한 처리가 완결되기 전이 오히려 기회다.

동아제약이 가격적 안전마진이 확보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장기간 보유할 수 있을 만큼 주주에게 신뢰감을 주지는 못했다. 주주신뢰감을 고려하여 장기간 마음이 편안한 투자를 하고 싶다면 유한양행이 한발 앞선다. 지금까지 보여준 영업, 영업외 실적뿐 아니라 꾸준히 이어진 무상증자에서 보듯 주주정책도 우수하다. 특히 제약업체로서 신약개발의 꿈에 근접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유한양행은 YH1885라는 위궤양치료제로 임상 2상(기능성 소화불량 등)이 진행 중이며 순조롭게 개발되고 있다.

물론 신약개발이 이뤄질지 알 수는 없지만 제약업체의 경우 신약개발이 실패로 이어지더라도 기존의 지식을 활용, 응용하여 신약을 개발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신약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꿈은 유한양행을 탁월가치주로서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정석모 stonet@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