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매치 14th!! 삼성물산 vs LG상사

삼성물산 vs LG상사 - 종합상사 No, '건설회사 vs 패션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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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종합상사에 다니면 1등 신랑감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수출입업무를 전담하며 한국경제성장을 이끌었기 때문에 직원들의 자부심도 상당히 강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대우가 무너지고, 최근에는 SK글로벌의 분식회계를 겪으면서 종합상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점점 낮아져가고 있다.

1. 수출창구를 도맡았던 종합상사

한국은 60년대 이후 해외수출을 동력으로 경제성장정책을 이뤄냈다. 국내 소비기반이 너무 취약했던 탓에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저가품 위주로 수출중심의 경제발전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수출중심의 경제발전에는 종합상사가 있었다. 종합상사의 역할은 주로 각 계열사 및 중소기업에 원자재 및 소비재를 수입해서 공급해주고 수출을 대행하는 것으로 수출입업무의 가교역할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기업들이 수출입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해외 주요거점에 지점을 설치해야 하지만, 그 역할을 한 업체에 전담시키면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여 더욱 경제적이기 때문에 종합상사가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각 재벌그룹은 각자 상사업체를 설립했다. 굳이 돈이 되는 사업을 남에게 맡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삼성물산, LG는 LG상사, SK는 SK글로벌, 현대는 현대종합상사를 소유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때 상사는 각 계열사의 수출입업무를 전담하면서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챙겨왔지만 외환위기 이후 상사업계는 변하고 있다. 각 그룹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독립기업으로서의 성격이 강조되면서 종합상사를 통한 수출입대행업무가 줄어들었다. 대신 각 기업들은 해외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직접 해외네트워크를 만들어가면서 수출입업무를 맡으며 계열사 상사에 주던 일감을 줄여나가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대우, SK글로벌 등 대그룹의 종합상사는 대규모 분식회계를 일으키며 더 이상 경제성장의 역군이 아니라 경제파탄의 주범으로 몰리기까지했다. 그 동안 종합상사는 계열사들의 간접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지만 실질적인 수익모델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SK글로벌의 경우만 하더라도 SK로부터 이관받은 주유소사업과 SK텔레콤의 휴대폰대리점 사업에서는 이익을 냈지만 무역부문에서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많은 상사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재계의 라이벌인 삼성과 LG의 상사업무를 맡고 있는 삼성물산과 LG상사는 상사업무의 어려움 속에서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두 기업모두 상사업무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관련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2. 삼성물산은 건설회사

삼성물산은 75년 1월 삼성그룹 관계회사 수출부서를 흡수통합하면서 정부로부터 한국 종합상사 1호로 지정받았다. 삼성이란 든든한 후원자덕에 현재 시장점유율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상사업무를 추진하는 동안에 수많은 신사업을 추진해왔다. 상사업이 지닌 독특한 사업성격으로 사업의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상사업은 해외 네트워크가 잘 연결되어 있어서 수입업무를 바탕으로 유통업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과 해외사업 및 트랜드에 대한 정보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 그룹사에 대한 담보제공 등 그룹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사업통폐합에 관련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업을 시도할 수 있었다.

삼성물산도 75년에 제일복장을 흡수합병하여 의류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였고 95년에는 삼성건설을 합병하여 건설업에도 진출하게 되었다. 또한 97년에는 삼성플라자를 개설하면서 유통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98년 테스코와 삼성테스코를 설립하며 유통사업을 양도, 출자시켰고 99년 의류사업부문을 제일모직에 양도하면서 크게 사업부문은 유통업을 포함한 상사업과 건설업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삼성물산을 먹여살리는 것은 건설업. 래미안, 타워팰리스 등으로 고품격 주택으로 브랜드이미지를 쌓아 올리면서 주택과 건축에서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 건설부문은 삼성물산의 매출액에 50.8%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매출총이익에서는 62.7%를 차지한다.

  

삼성테스코로 이관된 할인점사업은 현재 이마트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잘되고 있지만 이는 투자유가증권(지분율 11%)으로 분리,매출 및 경상이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삼성테스코의 사업이 잘되면 투자유가증권의 평가금액이 늘어 자기자본은 증가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자산가치 상승효과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동안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테스코의 지분가치는 613억에서 964억으로 350억원 가량 늘었다. 결국 삼성물산은 상사업의 한계를 건설업과 유통업에 신규진출함으로써 신규수익원을 발굴했다고 할 수 있다.

3. LG상사는 패션회사

LG상사는 삼성물산에 이어 2번째로 정부에서 종합상사로 지정되었고, 역시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였다. 74년 반도스포츠영업을 실시했다가 92년에 반도스포츠를 흡수합병함으로써 패션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게 되었고, 97년에는 LG유통으로부터 마트사업무를 양수받아 유통업도 시작하였다. 하지만 02년 유통사업부를 LG슈퍼마켓으로 물적분할하여 분리시키고 현재는 상사업무와 더불어 패션업만을 영위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건설업과 유통업으로 상사업의 한계를 극복했다면 LG상사는 패션업으로 한계를 극복했다고 할 수 있다. LG상사의 사업부문별 매출액과 매출총이익을 비교하면 패션부문의 매출비율은 9%에 불과하지만 매출총이익비율은 무려 52%에 이른다. 작년과 비교할 때 오히려 패션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져서 이익은 감소했지만 무역부문이 신장하였다. 해외 지점망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힘껏 활용하여 적극적인 유전, 광산 등의 자원개발업무와 캐논 디지털카메라 등의 히트상품을 수입해왔기 때문이다.

    

4. 지배구조에서 결정적 차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두 기업의 사업영역을 비교해보면 상사업무를 제외하고 패션업과 유통업을 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또한 상사업 이외의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냈다는 점도 닮았다. 그러나 두 기업 사이에는 가장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지배구조에 대한 것이다. 종합상사는 외형 성장만을 목표로 삼던 과거에는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거나 자금 조달통로로 쓰인 적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핵심역량과는 상관없는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갖게 됐다.

이는 삼성물산의 투자유가증권보유현황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하여 삼성정밀, 삼성테크윈, 삼성증권, 삼성SDS, 삼성종합화학 등 수많은 계열사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영업과 무관한 투자유가증권이 대략 2조7천억에 이르는데 이는 삼성물산의 전체자산총계인 7조7천억의 35%에 해당하는 수치다. 물론 삼성전자라는 핵심우량주를 지니고 있어 높은 자산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지배구조가 상당히 불투명하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남는다. 향후 삼성그룹 전체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계열사지분이 처분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하지만 LG상사는 작년 LG투자증권, LG마이크론 등의 계열사 지분을 팔았고 지분매각으로 들어온 현금으로 차입금을 갚으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로 지배구조의 불투명함과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동시에 개선시켰다. 주주에게는 반가운 일이고 실제 주가도 올3월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제는 종합상사도 그룹사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기업으로서 돈이 되는 사업을 스스로 찾아야 할 때다. 그와 더불어 그 동안 타의로 보유하고 있게 된 계열사 지분도 수익창출과 무관하다면 과감히 처리하는 용기도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리일 것이다.

정석모 stonet@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