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매치 15th!! 한국가스공사 vs 한국전력

현금흐름 플러스로 돌아선 두 공기업 - 한국가스공사 vs 한국전력

---

지난 9월 기술주와 대형주를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투자자의 마음을뒤숭숭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동안의 상승기에서는 소외되었다가 조정기에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주가가 상승한 기업들도 눈에 띈다. 바로 경기방어주라고 불리는 유틸리티주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종목이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다. 이번 더비매치에서는 최근 관심이 급증하는 두 기업을 비교, 분석할 것이다. 두 기업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매력도에 있어서 투자자에게 직접적으로 비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 가격을 결정할 수 없는 독점기업

가치투자자들은 독점기업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있어 높은 마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점사업이지만 기업마음대로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많다. 국가주도로 공공재를 서비스하는 공기업이나 국가자원을 허가 받아 사용하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한국통신, SKT 등이 좋은 예다.

한국가스공사는 전국적인 LNG 사업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가스를 팔 때 가져갈 수 있는 이윤폭은 투자보수율에 묶여있다. 그런데 투자보수율은 금리와 연동되어 금리가 올라가면 올라가고 금리가 내려가면 떨어진다. 이런 이치로 한국가스공사의 투자보수율은 작년 12월 7.91%에서 금리하락의 영향으로 6.98%로 낮아졌다. 독점업체로서 정부의 입김 때문에 이익폭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한국전력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전기요금이 내린 적은 없지만 마음대로 전기요금을 올리기도 어렵다. 전기는 기간산업으로서 산업용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다른 산업의 마진율이 낮아지고, 가계지출도 증가해 다른 소비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경기가 어려운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 물가상승을 따라서 가격을 올렸다가는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을 수도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은 결국 독점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리저리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가격결정력이 없는 두 공기업에 투자자들은 왜 관심을 가지는가?

2. 숫자로 드러난 저평가와 잉여현금흐름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PER, PBR 등 수치상 드러나는 저평가와 안정된 이익과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높은 배당가능성 때문이다. 9월 30일 기준으로 한국가스공사의 PER와 배당수익률은 각각 6.5와 5.3%, 한국전력은 각각 4.5와 3.7%에 이른다. 분명 PER와 배당수익률을 기준으로 했을 때 시장대비 저평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유틸리티산업에 속해 있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성이 낮기 때문에 주가가 시장평균에 비해 할인되어 안정적인 주식이 될 수 없다. 배당여력을 살피기 위해서는 기업의 현금흐름을 살펴야 한다.

한국가스공사는 배관설치라는 설비투자가 일단락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투자활동현금흐름을 합친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한국전력은 가스공사와는 달리 꾸준한 발전설비투자가 필요하지만 발전자회사 분리로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역시 2002년에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투자활동현금흐름을 합친 값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는 두 기업 모두 배당을 줄 수 있는 확실한 여력이 생겼다는 것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그렇다면 두 기업 중 어느 기업이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일까?

3. 원화절상에는 한국전력을...

원화가 절상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전력이 가시적인 실적개선이 두드러질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전력은 발전의 주원료인 석유, 석탄을 대부분 수입하고 또한 외화차입금만도 대략 8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약 환율이 100원만 떨어져도 8000억원의 경상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외부변수를 배제하고 내부상황에 현미경을 들이 들면 한국전력은 좋은 상황은 아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한국전력이 유틸리티주라는 이유만으로 경기방어주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올해 8월까지 전력판매를 살피면 산업용이 43.5%, 상업용이 28.2%으로 경기관련된 수요량이 약 71.2%를 차지하고 있어 경기를 타는 업종이다. 올해 경기침체로 판매량은 같은 기간대비 6.3% 성장하는데 그쳤다. 또한 경기침체로 가격인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과 수년간 끌어온 발전자회사의 매각문제 등 투자자가 신경 써야 할 일들이 태산이다. 물론 경기회복이 이뤄지고 집안문제가 해결된다면 한국전력은 순풍에 돛 단 듯 좋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4. 투자자에게는 가스공사가 더욱 매력적 (배당의 우월성. 지배구조의 간결, 향후 성장성)

가스공사는 환율하락에 어떠한가? 가스공사는 외화차입금과 부채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환율하락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외부환경을 떠나 기업내부만을 본다면 한국전력보다는 매력적이다.

우선 가스공사는 전국보급율이 76% 정도로 성장여력이 아직 남아있다. 현재 전기와 통신은 보급율이 거의 100%에 육박했지만 대략 20% 정도의 성장을 더 할 수 있는 독점기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산업용의 경우 보급율이 아직 5%미만인데 향후 친환경연료사용을 권장하는 정부정책과 맞물릴 때 산업용에서 보급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올해 8월까지 한국가스공사의 가스판매량은 전년대비 10%정도 증가하였다. 발전용 수요는 공급부족으로 5.8%증가했지만 도시가스 수요가 13.3%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가스공사의 배당수익률은 한국전력에 비해 매력적이다. 한국전력의 배당수익률은 금리보다 낮은 3%대지만 가스공사는 6%에 육박할 정도다. 현재 설비투자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현금흐름이 개선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는 향후 배당액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가스공사는 투자자가 신경써야 할 외부변수가 적다. 버펫이 바보라도 경영할 수 있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면 외부변수와 크게 상관없이 언제나 돈을 잘 벌 수 있는 기업이 좋다는 뜻이다. 도시가스업이 바로 그렇다. 한국전력과는 달리 외화차입금이 적어 환율변동으로 인한 이익불안정성도 적고 영업이익을 예상하기 쉽다는 것도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정석모 stonet@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