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매치 11th!! 택배업에 대한 관찰

택배업에 대한 관찰 : 집까지 배달해드립니다

건축물이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벽을 구성하는 시멘트, 외장을 칠하는데 필요한 페인트, 골격을 유지하는 철근 등 많은 건자재업체도 같이 커간다. 이처럼 투자를 할 때 성장산업의 관련산업을 지켜보는 것은 좋은 투자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번 더비매치에서 다룰 택배업도 앞에서 전자상거래란 거대한 산업이 끌어주기 때문에 성장하는 산업이다.

1. 전자상거래와 함께 크는 산업

이전에는 물건을 사려면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 했지만 요즘은 마우스 몇 번 클릭하면 바로 집 앞까지 물건을 배달해준다. 상점이 없는 홈쇼핑, 인터넷쇼핑 등을 이용함으로써 시간과 금전을 절약할 수 있고 전자상거래가 처음 도입됐을 때와 달리 전자상거래가 생활 속의 일부로 침투해 들어왔기 때문에 전자상거래 이용자가 늘고 있다. 참으로 편한 세상이다.

이렇게 전자상거래가 성장할수록 성장의 열매를 나누는 업체는 많다. 금액을 결제할 때 이용하는 은행과 신용카드, 그리고 전자결제를 대행해주는 업체, 우리에게 물건을 직접 집까지 배달해주는 택배업체다. 이중에서도 소비자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소비자의 집 앞까지 물건을 배달해주는 택배업체다.

2. 성장하는 사업, 몰리는 사람들

택배업은 물건을 보내는 사람의 집 앞까지 가서 소형화물을 직접 싣고 와서 수송하여 받는 사람의 집 앞까지 물건을 운반해주는 산업이다. 이전까지는 중요 거점까지 소비자가 물건을 싣고 오면 운송업체는 단순히 정해진 거점에 물건을 운반하고 물건을 받을 사람이 직접 와서 물건을 싣고 가는 형태였다. 이런 것과 비교한다면 택배업은 아주 편리한 수단이 되었다. 그렇다면 택배업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역사는 얼마나 될까?

택배업은 1992년 "자동차운수사업법"을 통해 소화물일관수송업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되었다. 이후 1992년 한진이 한진택배로, 1993년에 대한통운, 1994년에 현대택배가 택배시장에 참여하여 일반인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택배업은 허가제산업으로서 아무나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대신 화물의 운임 등은 정부에서 관여할 수 있었다. 이후 1997년에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분리, 제정되어 택배산업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되었고 화물의 크기, 운임도 자율화로 변경되었다. 특히 2000년에는 최저등록대수 5대로 인하되었고 삼수실 영업소 면적기준을 폐지함으로써 등록기준이 더욱 완화되어 중소업체들의 신규 참여 하였다. 우체국까지도 황금알을 낳는 택배업에 뛰어들었다.

택배업체들은 소비자가 택배의 편리함을 알게 되면서 호황을 맞이했지만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화한 택배업체들의 경쟁심화는 수익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진택배의 운임요금을 예로 들면 92년 운임요금이 6500원 수준이었는데 2000년에는 3600원 정도로 절반 정도 가격으로 떨어졌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최악의 가격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3. 곁가지는 언젠가는 부러지기 마련

가격경쟁은 소비자에게는 신나는 일이지만 기업으로서는 죽을 맛이다. 실제로 많은 영세업체들이 가격경쟁으로 적자에 허덕이다가 택배산업을 포기했다. 투자자들이 택배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것이 2가지가 있다. 택배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라는 점과 택배업체의 주요고객은 개인이 아니라 기업체라는 점이다. 이런 2가지 이유로 인해 택배업은 점점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분위기다.

택배업은 단순히 차가 많다고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택배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의뢰인에게서 물건을 받아오고 마지막으로 집 앞까지 배달할 수 있는 거대의 영업망이 필요하다. 이는 마치 모세혈관이 체내의 구석구석에 퍼져있듯이 영업망이 전국 방방곡곡에 널리 퍼져있을수록 사람들이 몰리기 나름이다. 또 영업망뿐만 아니라 원가절감 등을 위해 대규모 물류거점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서울과 강원도에서 받아온 두 물건이 모두 광주로 간다는 것을 고려할 때 각자 이동을 하면 물류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따라서 적정한 지점에서 한 곳에 물건을 몰아줘서 한 트럭만 광주로 이동하는 것이 원가가 적게 든다. 일종의 대형물류거점은 우리 몸의 심장과 같은 것이다. 대형업체는 대규모 물류지점을 확보하는데도 유리할 뿐더러 강력한 영업망으로 인해 많은 화물을 위탁 받아 규모의 경제를 실천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택배업체의 주고객은 개인이 아니라 일반 기업체다. 기업체 중에서도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다단계업체가 주를 이룬다. 기업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형택배업체의 기업고객 비중은 약 50~80% 정도 수준에 이른다. 이는 택배업체에 있어 양날의 검과 같다. 전자상거래시장의 확대 중에서도 대형기업고객의 화물양은 많고 신속하고 친절한 배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업체에게 자연스럽게 일감이 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대형 홈쇼핑, 인터넷쇼핑몰업체가 주요 고객인데 택배업체는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보다 많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는 자연스럽게 갑의 위치에 설 수 있는 있다. 택배업체로서는 아직까지 가격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 2003년 들어 기업고객들의 박스당 가격은 3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택배산업은 성장하는 산업으로서 매력이 있지만 수많은 게임참가자로 인해 먹을 수 있는 몫은 줄어드는 시장이다. 지금 당장은 가격경쟁으로 인해 제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지만 어려운 영업환경이 지나간 이후에는 생존 가능성이 높은 대형업체는 점점 먹을 수 있는 파이의 몫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 인터넷 업체들이 엄청난 경쟁으로 인해 돈을 벌지 못했지만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소수 기업들이 큰 돈을 벌어들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대형업체들은 작년 대규모 택배전용터미널과 물류기지를 건설함으로써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택배업계는 크게 대형업체 4곳 한진(시장점유율 18.2%), 대한통운(15.8%), 현대택배(19.4%), CJ GLS (12.9%) 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에서 상장된 회사는 한진과 대한통운 두 곳뿐이다.

4. 한진과 대한통운은 복잡한 사업구조가 문제

한진과 대한통운은 100% 택배기업이 아니다. 두 기업 모두 택배업에 뛰어들기 이전부터 하역작업 및 육상화물운송서비스를 제공했고 그 때 갖춰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택배업에서 다른 업체보다 앞서갈 수 있었다. 2002년에 한진과 대한통운의 매출에서 택배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8%와 13%다. 매출에 미치는 비중이 아직까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점점 매출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영업이익에서 택배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진은 35%, 대한통운은 16%를 차지하고 있어 이익의 질은 다른 사업부문보다 높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택배 이외의 복잡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택배 한 가지만을 보고 투자하기는 무리가 따른 다는 점을 투자자는 주의해야 할 것이다.

정석모 stonet@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