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매치 10th!! 플레너스 vs CJ엔터테인먼트

플레너스 vs CJ엔터테인먼트 : 충무로자본과 대기업자본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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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스 추정환자가 발생했다. 사스의 영향으로 인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백화점, 극장으로 외출을 삼가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5월의 따뜻한 날씨는 젊은 층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소리치고 있고 데이트의 가장 손쉬운 코스인 영화관은 주 5일제와 흥행영화로 인해 사람이 넘치고 있다. 메가박스나 CGV 등 강남권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평일 저녁에도 흥행영화를 중심으로 매진되어 표를 구하기 어렵다.

5월은 연휴가 많은 날로 이번 더비매치에서는 한국 영화시장을 주름잡는 두 기업 플레너스와 CJ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얼마 전 CJ엔터테인먼트의 플레너스 인수로 두 기업은 한 가족이 될 뻔 했지만 인수무산으로 다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 기업으로 돌아왔다.

1. 영화산업을 이루는 주연 - 조연배우들

영화시장에는 많은 시장참가자가 있다. 관객이 영화관에 편히 앉아 영화를 보기까지는 크게 4가지 업체의 협력작업이 필요하다. 4가지 업체는 바로 투자사, 제작사, 배급사, 영화관이다. 제작사가 제작하고 싶은 영화에 대한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영화제작에 필요한 투자자금을 모으기 위해 투자자를 찾게 된다. 이때 제작사는 단순히 돈을 지원해줄 수 있는 투자자가 아니라 영화제작 이후 활발한 마케팅과 영화배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자를 원한다. 아무리 좋은 영화를 만들더라도 상영관이 적고 영화홍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바로 간판을 내리고 비디오로 처박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제작사가 투자를 받아 영화를 제작하였으면 영화를 극장에 걸어줄 배급사가 필요하다. 영화제작사가 직접 배급을 담당하지 않는 이유는 영화라는 상품이 일반 제품처럼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지 것이 아니라 적은 수의 작품이 만들기 때문에 직접 유통에 신경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배급사는 최대한 많은 상영관의 확보해야 하므로 극장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많은 영화를 확보할수록 파워가 증가하므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4명의 배우들이 벌이는 판에서 영화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어떻게 나눠가지는 것일까?

영화를 제작하면 영화관람수입과 비디오, TV, 캐릭터 등의 판권수입이 발생한다. 문예진흥기금과 제세금을 제외한 영화관람수입의 약 50%는 영화관이 가지고 영화배급사측은 약 5~10%정도의 배급수수료를 챙긴다. 그리고 나머지 영화관람수입과 기타 판권수입에서 제작비를 제외한 금액의 약 40%를 제작사, 약 60%를 투자사가 나눠 가진다. 이런 수익구조 아래서는 배급사와 제작사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투자사는 영화가 흥행하면 예상치 못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현재 영화계에서는 제작사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배급사가 투자사의 역할도 같이 하고 있는 것이 새로운 흐름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제작사는 배급능력과 마케팅능력이 되는 투자사를 원하기 때문에 거대 자본을 이루는 대형배급사가 투자에도 참여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형배급사이면서 투자에 참여하는 기업이 바로 플레너스와 CJ엔터테인먼트다.

2. 충무로 자본 vs 대기업 자본

플레너스는 시네마서비스란 영화관련사업부를 두고 있다. 시네마서비스는 1993년 강우석 감독이 ‘강우석 프로덕션’이란 영화제작사를 세웠고, 95년 ‘시네마서비스’로 이름을 바꾸면서 투자 및 배급으로 사업영역으로 확대했다. 이후 2001년에 플레너스에 인수된 이후에는 영화배급과 투자업무에 치중하고 있다. 시네마서비스는 충무로 토착 자본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많은 영화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영화는 단순히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면 뚝딱 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감독, 배우, 스태프 등 많은 사람들이 합심하여 만들어지는 작품이기 때문에 어느 바닥보다도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네마서비스는 강우석 감독이 충무로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시네마서비스 출신이 독립해서 만든 제작사나 독점적인 친분관계를 맺은 제작사가 있어 영화배급에 이런 제작사로는 좋은영화(주유소습격사건, 밀애, 선생 김봉두), 씨네2000(여고괴담 시리즈, 서프라이즈), 씨앤필름(와일드카드) 등이 있다. 그리고 배급을 위해 서울극장(서울), 대영시네마(부산), 중앙시네마(대구) 등 각 지역마다 거점 극장을 확보하고 있어 상영관 확보에 유리하다. 이런 장점들로 시네마서비스는 영화배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CJ엔터테인먼트는 충무로 자본이 아닌 대기업의 자본으로 시작되었다. CJ엔터테인먼트의 강점은 해외영화 배급이다. 시네마서비스는 국내영화 제작사와의 긴밀한 관계로 국내영화에서 40%가 넘는 배급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해외영화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반해 CJ엔터테인먼트는 국내영화는 13%, 해외영화는 1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모회사인 CJ가 지분참여로 미국 드림웍스사의 컨텐츠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영화배급에서 강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국내영화배급도 거대자본이 필요한 제작업체와 짝짓기를 하여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영화배급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인 극장확보를 자회사인 CGV와 극장임대사업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강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 CGV는 영화배급을 간접적으로 도와주는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회사로 지니고 있어 영화관람으로 인한 지분법평가이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실제로 2002년도에 경상이익 87억원보다도 109억의 지분법평가이익을 CGV에서 기록했다. 실질적으로 CJ엔터테인먼트에게 CGV가 없었다면 배급과 투자란 본연의 영업도 어려웠을 것이며 경상이익도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다.

서울극장이란 충무로의 상징을 끼고 있는 플레너스와 멀티플렉스란 상영관을 운영하는 CJ엔터테인먼트의 싸움은 충무로 자본과 대기업 자본의 대결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전에서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인기를 끌고 있어 단순히 CJ엔터테인먼트가 플레너스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플레너스가 충무로와 강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힘의 중심이 쉽게 CJ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각 배급사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극장이 타 배급사의 영화를 걸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두 기업의 싸움은 관객들이 선택하는 영화를 누가 많이 투자하고 배급했느냐에 따라서 힘의 이동이 생길 것이다.

3. 영화계도 결국 거대 공룡들의 싸움

결국 영화산업도 공룡들간의 싸움이 되었다. 이전의 정에 이끌려 만들던 영화가 자본이 투입되어 부가가치를 산출해야 하는 산업으로 점점 변신을 하고 있다. 이는 관객에게도 더 재밌고 우수한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공룡의 싸움이 되버린 영화산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룬 플레너스와 CJ엔터테인먼트의 힘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또한 배급사로 지닌 강점을 이용하여 영화투자에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흥행작인 ‘선생 김봉두’ 투자액의 90%를 플레너스에서 ‘살인의 추억’ 투자액의 60% 정도를 CJ엔터테인먼트에서 제공한 것만 봐도 이미 두 기업은 투자사로서의 위치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영화산업의 양대 산맥 플레너스와 CJ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알아봤다. 이제 5월의 화창한 날씨를 맞이하여 영화산업을 이해한 투자자가 아닌 극장 관람객으로서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한 편 보는 여유를 가져보도록 하자.

정석모 stonet@itooza.com (자문-일간스포츠 영화담당 기자 임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