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매치 9th!! 대구백화점 vs 광주신세계

대구백화점 vs 광주신세계 : 지역백화점, 상품이 아닌 기업도 바겐세일 중

벚꽃 피는 4월이다. 한층 얇아진 옷에서 봄의 산뜻함을 느낀다. 백화점업체들은 일제히 봄맞이 정기세일에 들어갔다. 이라크전쟁 등 경제외적 문제와 내수경기침체에 맞물려 백화점업체는 올해 들어 매출하락으로 고민하고 있다. 과연 백화점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그 중에서도 지역백화점의 양 강자라고 할 수 있는 대구와 광주의 터주대감 '대구백화점'과 '광주신세계'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 관찰해보기로 하자.

1. 대구백화점, 지방백화점의 터줏대감

2003년 4월 1일 대구백화점은 PER가 1.90, 광주신세계의 PER는 2.43에 불과하다. 같은 백화점업체인 현대백화점의 PER가 각각 5.0이라는 것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대구백화점은 대구에서만, 광주신세계는 광주에서만 영업하기 때문에 성장성이 낮다는 면에서 디스카운트를 받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두 기업의 성장이 가능하다면 시장에서는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대구백화점과 광주신세계를 비교하고 투자대상으로 어느 기업이 적합한지 살펴보겠다.

대구백화점은 본점과 대백프라자 2개의 백화점을 가지고 있다. 대구가 전통적인 소비도시라는 것을 감안할 때 대구백화점은 대구 소비의 큰 축을 담당했다. 유일한 경쟁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는 동아백화점이 옛날의 지위를 잃어버리면서 대구백화점은 대구에서 시장점유율 68%로 독점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누려왔다.

반면에 광주신세계는 비교적 최근인 1995년에 광주로 진출했다. 대구백화점이 완전한 대구토착백화점인 것과 다른 점이다. 진출 이후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역시 광주로 들어와 광주신세계와 함께 3강 체제를 이루게 되었다. 현재 광주신세계의 시장점유율은 1998년 41.8%에서 1999년 31.8%로 10%감소했지만, 2002년에는 32.8%로 소폭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을 갈라먹다 보니 광주신세계는 대구백화점과는 달리 수익성이 낮은 편이다. 2002년 12월 영업이익률이 대구백화점은 15%, 광주신세계는 9%다. 백화점의 사업모델이 기업들을 입점시켜 매출을 발생시키는 수수료를 받는 것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6%라는 수익성의 차이는 의문이 갈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백화점마다 상품별 매출비중은 다르지만, 수수료율은 비슷하게 받기 때문에 매출원가율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두 기업의 수익성 차이는 판관비에 있다. 대구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졌던 대구백화점은 경쟁상대가 없기 때문에 광주신세계와 비교할 때 판매관리비가 적게 소요되는 탓이다. 바꿔 말하면 광주신세계는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과의 경쟁 속에서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사은행사, 세일, 광고 등에 더 많은 비용을 쏟고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수익성이 높은 대구백화점이 가치투자 대상으로 좋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과거 이야기다. 이제 변화가 생겼다. 바로 2003년 2월말 대구민자역사에 롯데백화점이 들어서서 대구백화점도 경쟁체제로 돌입한 것이다.

2. 대구백화점, 더 이상 지역독점기업이 아니다.

개장 첫날 롯데백화점은 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백화점 전 점포 중 개점일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대구지하철참사가 있었던 직후였기 때문에 놀라운 매출이라고 업계에서는 평가한다. 바야흐로 대구에는 롯데 바람이 거세기만 하다. 이러한 결과를 예상했는지 대구백화점도 작년 9월에 신세계와 경영제휴를 맺었다. 이는 대구백화점이 얼마나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롯데백화점의 출현으로 인해 대구백화점은 더 이상 독점기업의 지위를 누리기 어려워졌다. 롯데백화점의 대구진출이 오히려 대구의 소비를 늘려 백화점시장을 키우는 계기가 되어 대구백화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유통업의 싸움은 자본과 제품의 싸움이다. 즉 다양한 물건을 많이 갖추고, 타 업체보다 더 싼 가격으로 제공하면 소비자는 몰리기 마련이다. 특히 가격경쟁이 붙는 경우 자본이 충분한 업체는 더 싼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할 수 있고, 오래 버틸 수 있어 유리한 위치를 가진다. 이런 점에서 롯데백화점이 대구백화점보다 유리하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대구백화점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은 매출의 감소가 아니라, 수익성의 악화다.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대구백화점이 지금껏 다른 백화점업체보다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던 것은 경쟁이 없는 시장이었기 때문에 판관비 지출이 작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롯데백화점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판관비 지출이 불가피하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거대 자본을 갖추고 있어 시장진입시기 낮은 가격으로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3월 말 봄 정기 바겐세일을 맞아 대구에서는 유례없는 할인판촉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 동안 판촉에 인색하던 대구백화점이 롯데백화점의 영향으로 사용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사은품을 주고, 매장 별로 다시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선물을 주는 행사를 벌였다. 또한 두 기업 모두 장기 고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사카드 이용객에게는 세일에 참여하지 않은 브랜드를 구입해도 10~20%정도 깎아주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이는 과거 대구에서는 볼 수 없던 행사로 소비자는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어 신이 나지만, 기업은 죽을 맛나는 행사이다.

아직까지 롯데백화점이 대구에 진출한지 1달여 밖에 안됐다. 현재 상황으로는 대구백화점이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대구백화점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투자가 대백프라자의 리뉴얼 밖에 없어 성장은 더욱 한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광주신세계는 어떠한가?

3. 광주신세계 복합몰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광주지역 백화점 시장은 현재 빅3인 롯데, 현대, 신세계가 지배하고 있다. 흔히 백화점사업은 입지싸움이라고 이야기한다. 목이 좋은 곳에 위치해야 그만큼 사람을 많이 끈다는 이야기다. 광주신세계는 인근 신도시와 도심의 중심에 놓여있고, 18차선 도로확충에 따라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 종합버스터미널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입지조건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또한 모회사인 신세계와의 네트워크로 물품구매와 경영관리 등의 업무를 협조하고 있어 지방백화점업체로서의 약점을 보완했다. 이제 지방백화점업체로서 가지는 성장성에 대한 문제만 보완해간다면 광주신세계가 가진 디스카운트 요인은 해소되는 것이다.

광주신세계는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 코엑스몰과 같은 대형 유통 복합(Complex)몰을 2005년도에 열 예정이다. 대형 복합몰은 극장, 식당, 오락시설, 쇼핑몰 등을 한 곳에 지은 건물이다. 오락, 쇼핑시설을 한곳에 모음으로써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복합몰의 건립이 단기적으로는 시설투자증가 및 기존 건축물 철거로 인한 1회성 비용증가로 이어져 올해 실적이 작년에 비해 소폭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화와 쇼핑 등이 복합된 대규모 복합몰의 탄생은 광주 내에 강력한 경쟁자가 없다는 점에서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내수경기 불안과 소비침체로 광주신세계의 2002년 4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8.8% 감소했다는 점이 염려되는 부분이다. 더욱이 2003년 들어 매출감소가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 수치로 들어나는 1분기 재무제표를 확인해야 한다.

4. 광주신세계 한발 앞서다

대구백화점은 과거에는 지역독점기업이었지만, 롯데백화점이라는 강력한 경쟁상대를 만났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판관비가 과거보다 대규모로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신세계는 과거부터 지속해오던 경쟁 속에서 소폭으로 시장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 또한 2005년 건립을 목표로 한 복합몰의 설립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분명 과거와는 달리 광주신세계가 대구백화점을 한 발 앞서 나갔다고 할 수 있다.

정석모 stonet@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