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일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보냈다. 어린 시절에 설날이면 과자선물세트를 받고 초콜렛과 과자, 사탕을 마음껏 먹으며 좋아하던 기억이 있다. 2월의 더비매치 주인공은 제과업체다. 설날을 맞아 '과자선물세트'에 관한 추억을 떠올리며 기업을 분석해보자.
제과업계 1, 2위 업체는 어디일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과자 회사하면 롯데와 해태를 떠올린다. 하지만 IMF 이후 해태가 어려움에 처하면서 동양제과가 2위 자리에 올랐다.
1. 자일리톨 vs 초코파이
롯데제과의 대표 상품은 '자일리톨 껌'이다.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이라는 광고처럼 롯데는 껌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외에 비스켓, 초콜렛, 캔디 등 건과류와 빙과부문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다.
아래 그림은 롯데제과의 부문별 매출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2000년 이후 자일리톨 껌의 대히트로 껌, 캔디 사업부문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2000년 중순 처음 제품이 선보였을 때 월 20억원 정도 팔리던 것이 2001년에는 월평균 100억원 정도로 늘면저 제과업계 제품 최초로 연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자일리톨 껌의 대히트로 2000년까지 연간 5%를 기록했던 매출 성장률이 2001년에는 10%를 넘어섰다.
또 빼빼로데이(11.11)와 발렌타인데이(2.14) 덕에 비스킷과 초콜렛 부문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졌다. 그러나 빙과부문에서는 매출이 줄었다. 고급 아이스크림에 대한 수요가 는데다 경쟁도 심해진 탓이다. 그리고 대형할인점 중심으로 유통업체가 재편되면서 소매업체에서 주로 발생하는 빙과류 매출이 줄었다는 평가. 2001, 2002년 평소보다 길었던 장마의 영향도 있었다.
롯데제과를 대표하는 것이 '자일리톨 껌'이라면 동양제과의 대표상품은 '오리온 초코파이'다. '초코파이'란 이름이 보통명사가 됐을 만큼 초코파이는 새우깡과 더불어 온 국민으로부터 가장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제품이다. 동양제과는 초코파이, 고래밥 등 스테디셀러에다 예감, 오감자 등 감자스낵 상품의 성공을 더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동양제과가 롯데제과와 다른 점은 빙과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먹는 장사로 외식사업부문(베니건스)을 2002년 9월까지 운영했다. 1995년 대학로에 1호점을 개장한 후 14개 지점을 운영했다. 베니건스는 최근 3년간 연평균 30%정도 성장하면서 동양제과의 새로운 성장엔진 역할을 했다. 동양제과는 2002년 9월 베니건스를 신규법인(롸이즈온)으로 분리시켰다. 중요한 것은 동양제과가 롸이즈온의 지분을 100% 갖고 있어 베니건스로 벌어들이는 돈이 고스란히 동양제과에 쌓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두 기업의 미래 성장엔진은 무엇이 될 것인가?
2. 롯데제과 제2의 자일리톨껌을 찾아라
제과업체는 매년 가격을 조금씩 올리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했다. 하지만 인구증가율이 낮아져 아동과 청소년층이 줄어든다는 점은 잠재적으로 제과업계에게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형 할인업체위주로 유통업계가 재편되면서 판매 가격이 낮아진다는 점, 그리고 소매업체가 줄어든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어른과 아이 모두가 즐길 수 있고 마진도 높은 새로운 상품이 필요하다. 자일리톨 껌은 바로 이런 요건을 모두 갖춘 상품이었다. 충치를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이 장점이다. 또 '자기 전에 씹는다'는 역발상 개념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해 큰 히트를 했다. 하지만 2002년 하반기에 들어 매출이 정체하는 모습. 롯데제과는 자일리톨 껌을 대체할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
롯데제과의 새로운 무기는 영양제, 비타민 등의 건강식품 '헬스원(Health One)'이다. 아직까지 건강식품에 강력한 브랜드가 없다는 점에서 롯데제과가 선발주자로 출발한 것은 좋은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영양제와 비타민을 젊은 층이 쉽게 이용하는 편의점(세븐일레븐)을 통해 판매하는 것도 참신한 전략이다. 롯데제과가 세븐일레븐과 롯데마그넷 등 유통업체를 쉽게 쓸 수 있다는 점을 잘 이용한다면, 그리고 강력한 마케팅과 홍보를 계속한다면 다른 업체보다 소비자에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헬스원은 특별한 홍보 없이 매달 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CJ뉴트라'도 건강식품에 진출했으므로 앞으로 두 기업이 적극적으로 홍보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두 기업의 경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초기 시장에서 기업간 경쟁은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운다는 점서 긍정적이다. 롯데제과에 관심을 둔 투자자라면 헬스원의 성공 여부에 관심을 둬야 한다.
3. 동양제과의 새로운 성장엔진 - 종합 미디어 지주회사
동양제과는 1994년 처음으로 오리온카툰네트워크(현재의 투니버스)를 설립하면서 미디어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OCN과 미디어플렉스를 설립하면서 종합미디어 그룹으로 변신했다. 과자를 팔아 남긴 돈으로 미래 성장을 위해 미디어사업에 투자한 것이다.
현재 동양제과의 미디어 사업부문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방송채널사용자사업(Program Provider : PP)과 종합유선방송사업(System Operator : SO), 영화사업이다. PP사업은 CATV와 위성방송을 통해 방송 컨텐츠를 판매하는 사업이다. 동양제과는 현재 CATV에서 시청률 1위인 투니버스를 비롯, OCN 온게임넷 등 5개의 PP를 갖고 있다. 그리고 SO사업은 전송망을 이용해 채널을 전송하는 사업으로 일종의 방송 컨텐츠를 유통시키는 사업이다. 동양제과는 현재 6개의 SO를 보유하고 있다. 영화사업은 복합상영관을 운영하는 메가박스와 배급사인 쇼박스가 주축이다. 현재 메가박스는 서울 코엑스와 부산 등 6개지역에 52개의 스크린을 지니고 있다.
지금 동양제과의 미디어 자회사는 본격적인 투자회수기에 들어섰다. 특히 영화사업에서 신촌과 동대문에 새로운 극장을 개관할 계획이어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4. 서로 다른 길을 간 두 기업
롯데제과와 동양제과는 최근 10년간 다른 길을 걸어왔다. 롯데제과는 음식료 업체로서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회사를 키웠지만 동양제과는 미디어를 새로운 성장의 축으로 내세웠다.
동양제과는 '미디어 사업'이란 확실한 미래성장엔진을 확보했다. 반면 롯데제과는 작년 8월 러시아 백화점에 출자하는 등 롯데그룹의 확장전략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처지다. 따라서 롯데제과가 앞으로 어떤 사업을 펼치게 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같은 제과업종에서 시작한 롯데제과와 동양제과, 앞으로 두 기업의 확장전략을 살피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정석모 stonet@i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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