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을 알아야 주식이 보인다] 제약산업

이건규 04.05/19 00:00 조회 5119 누적점수: 0

'의약분업ㆍ신약ㆍM&A' 지각변동

질병과 신약

흔히 질병과 신약은 바늘과 실에 비유된다. ‘악연’이지만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이르는 말이다. 불과 100여년 전만해도 인간은 평균 45세를 살지 못했다. 암환자들은 원인을 모른채 짧은 생을 접었고, 인류는 피할 수 없는 무수한 질병과의 싸움에서 매번’KO’패를 당했다.

100년이 흐른 지금, 사정은 확 달라졌다. 평균 수명은 2배에 달하는 80고개를 넘고 있다. 암환자들의 생존율도 크게 높아졌다. 질병에 대항해 온 신약의 공로이다. 이제 인류는 더 나아가 보다 윤택한 삶을 지향하고 있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1928년)에서부터 ‘꿈의 신약’으로 불리는 백혈병치료제 ‘글리벡’(2001년)에 이르기까지 자고 나면 출현하는 수많은 난치병과의 싸움에서 신약은 절대적 위세를 누렸다. 인류가 신약개발에 눈을 뜬 것은 1902년 십이지장 점막에서 분비되는 아자액이나 쓸개즙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세크레틴’이라는 단백질 호르몬이 추출되면서 부터이다.

이후 23년에 당뇨병을 치료하는 ‘인슐린’이, 35년에는 부신피질계 호르몬인 ‘스테로이드’가 각각 추출됐다. 스테로이드는 1898년에 합성된 아스피린보다 항염증작용이 무려 100배나 우수해 지금도 관절염을 비롯한 각종 염증치료에 널리 쓰인다. 1920년대에 발견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갱년기 여성증후군과 골다공증 치료, 피임약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물질이다.

신약은 난치병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의 질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울증치료제 ‘푸로작’(88년), 대머리 치료제’프로페시아’(97년), 발기부전 치료제’비아그라’(98년)등은 생명연장보다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약산업의 특성

제약산업은 국민 보건과 관련된 특성이 있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을 취급하므로 엄격한 제도적 규제 아래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신약의 개발 및 상품화 분만 아니라 의약품의 제조 및 유통 등 전과정을 국가에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자격증을 소지한 의사, 약사의 감독 하에 최종소비자에 이르도록 하는 등 모든 부문에서 법적, 행정적 관리가 뒤따르고 있다.

의약품의 분류

의약품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나뉜다. 전문의약품이란 제형, 약리 작용의 특성상 의사의 감독 하에 사용되어야 하는 의약품으로서 의사의 감독 하에 사용되지 않을 경우 의료상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적응증을 갖는 의약품을 일컫는다. 마약, 향정신성 의약품, 독약, 극약 등도 전문의약품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러한 전문의약품의 분류에 포함되지 않는 의약품을 일반 의약품이라고 한다. 부작용의 범위가 작고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되어 있는 의약품, 환자가 직접 선택, 용법 용량의 준수, 부작용의 예방 및 처치가 가능한 의약품, 경미한 질병의 치료 및 예방에 사용되는 의약품 등이 포함된다.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적 문제점

국내 제약산업은 영세성, 다품종 소량생산, 복사제품 위주, 내수시장 의존, 가격경쟁 위주, 낮은 연구개발비 높은 광고비, 취약한 의약품 유통산업 등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물질특허

물질특허란 정밀화학, 고분자, 미생물 분야에서 신규한 물질 및 미생물 등에 부여되는 특허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물질특허 제도의 도입에 따라 신약은 15~20년간 독점적 지위를 통하여 절대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물질특허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의 집약 및 대규모 장기투자가 필수적이지만,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비아그라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막대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경쟁기업의 시장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약효동등성(생물학적 동등성)

의약분업 이후 대체조제의 조건으로 약효동등성을 제시하고 있다. 약효동등성이란 동일 유효성분을 함유한 동일 투여경로의 두 제제가 흡수되는 속도와 양이 통계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생체내 시험을 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생물학적동등성이 있다고 인정한 품목에 한하여 의사의 사전동의 없이 약사가 대체조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제약회사의 입장에서는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통해 약가를 인상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최근에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의약분업

의약분업이란 진료행위와 조제행위를 분리함으로써 의사는 진료와 처방, 약사는 조제와 투약을 맡는 시스템으로 국내에서는 2000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의약분업이 실시되자 이전에는 약국을 찾던 환자들이 병ㆍ의원으로 이동하였고, 병ㆍ의원에서는 품질이 우수하고 환자들이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오리지널 제품 위주로 처방하게 되었다. 따라서 제약산업의 경쟁 구도가 의약분업 이전의 가격 경쟁에서 의약분업 이후 제품력에 근거한 브랜드 경쟁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다수 보유한 기업들, 특히 다국적 제약기업들의 시장 점유로 이어졌다.

오리지날의약품 vs 제네릭의약품 vs 개량신약

오리지날의약품은 ‘신약’을 이야기 한다. 신약은 그 개발 비용과 시간의 투자 비용이 크기 때문에 개발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 주고 나아가서 더 나은 연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하여 특허를 받는다. 개발자는 특허가 만료되기 전까지는 오리지널 신약에 대한 일정 기간 동안의 독점권을 부여 받는 것이다.

하지만, 특허 기간이 끝나면 그 약을 생산하는데 있어 제약이 사라지게 된다. 제네릭의약품이란 특허 기간이 지난 오리지날의약품을 본떠서 만든 카피(Copy)약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가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자본력과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러한 제네릭의약품(카피약품)을 생산해 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선진국으로부터 도입된 기술로 신약개발 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의 경우, 70년대 신약개발을 시작한 이래 2000년에 들어 전세계신약의 약 3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이 개량(모방)신약이다. 개량신약이란 제형변경 및 배합변경으로 부작용이나 단점을 개선한 신물질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100억대 이상 품목의 약품들

외자계 제약회사로는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가 9품목을 보유하고 있어 인기품목을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었으며 국내 제약회사로는 대웅제약이 7개 품목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내 제약회사의 영업현황

2003년 매출액 기준 1,000억원 이상의 제약회사는 12개사, 평균적으로 매출액 대비 판관비율은 34.11%, R&D비율은 4.4%를 기록하였다. 국내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외자계 회사로는 화이자, GSK, MSD, 바이엘, 얀센, 노바티스등이 대표적이다.

신약개발의 현주소

2003년은 한국 제약사에 각별한 의미로 남는다.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보다 힘들다는 신약이 2종이나 탄생한 해였다.

LG생명과학의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호흡기 감염증치료제)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종근당의 항암제 ‘캄토벨’(난소암 및 소세포 폐암 치료제)는 한국 식약청에서 각각 신약으로 승인 받았다. 개발 기간만 12년과 10년이 소요됐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99년 국산신약 1호로 기록된 SK제약의 ‘설플라’(항암제)와 함께 모두 8개의 신약을 보유하게 됐다.

팩티브는 100년이 넘는 한국 제약역사상 첫 FDA승인이라는 쾌거를 안겨줬고, 캄토벨은 국내 최초의 1차 항암치료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신물질 탐색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순수 국내 연구진에 의해 이뤄진 점도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글로벌 신약으로 평가받을 만한 제품이 팩티브와 캄토벨 등 2종에 불과하다는 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다수 신약들이 값싼 비용으로 너무 조급하게 개발된 탓에 의료계로부터 ‘진품’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유통구조의 문제점

우리나라 의약품 유통경로는 제약회사 약국, 병의원 소비자의 단계를 거치는 직거래방식과 제약회사 도매상 약국, 병의원 소비자의 단계를 거치는 도매 거래방식, 그리고 제약회사 도매상 브로커 약국, 병의원 소비자의 단계를 거치는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약품 유통 중 의약분업 이후 도매 비중이 높아져 약 50%에 이르나 아직도 반 정도가 직거래 방식에 따르고 있다.

의약품은 쉽게 부패하지도 않고 분산적 소량구매가 이루어지는 특성을 고려할 때 도매상을 거치는 것이 효율적인 측면이 많다. 그러나 국내 의약품의 유통상황을 살펴보면 제약회사에서 약국, 병의원으로 직접 의약품을 공급하는 직거래 유통방식을 보다 더 선호해 왔는데 제약회사로서는 수많은 약국 및 병의원과의 직접거래로 인해 판촉비가 커질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제약업체의 매출액 대비 판촉비와 일반관리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실정이다.

국내 제약산업은 완제의약품 중심인데다가 동종 유사품목이 범람하고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이 동종 유사품목의 과잉생산체제하에서는 필연적으로 제약업체 사이에서 가격 경쟁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 경우 지명도가 떨어지는 약들의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높은 할인, 할증을 통한 직거래를 부추겨 음성적인 마진을 통한 유통질서를 교란시켰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분업이후 직거래방식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약효동등성시험 등 법적인 효능입증방식이 완료된다면 많은 경쟁력이 없는 카피제품들은 사라져 갈 것이다.

제약업계의 지각변동

금융그룹이나 정보기술(IT)분야에 집중 돼 왔던 인수합병(M&A)바람이 제약업계에도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얼마전 매출액 기준 일본 3위 제약업체 야마노우치제약과 4위인 후지사와약품공업은 합병에 합의했다. 이로써 야마노우치제약으로 불리게 될 합병회사는 연간 매출액이 8,000억엔에 달해 다케다약품공업에 이어 일본 2위, 세계 17위의 제약회사로 부상하게 된다. 또한 프랑스 제약업체 사노피-신데라보가 스위스 아벤티스 사를 656억달러에 인수해 유럽 전역으로 사업무대를 확장했다.

제약회사 M&A의 대표적인 사례는 GSK이다. GSK는 세계 제약시장의 7%를 점유하고 있는 세계 제2의 제약회사이다. GSK는 200년 12월 그락소웰컴과 스미스클라인비참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그락소 웰컴은 95년 그락소와 웰컴의 합병으로 생겨났고, 스미스클라인비참은 94년 스미스클라인과 비참의 합병으로 만들어졌다. 즉, 오늘날의 GSK의 모태는 그락소ㆍ웰컴ㆍ스미스클라인ㆍ비참의 4개 회사이다. 지난해 GSK는 1200여종의 제품을 생산, 전 세계 191개국에서 318억달러(약 38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적극적인 것은 CJ이다. CJ가 오는 2008년 제약사업 부문을 1조원대의 국내 1위 제약사로 키우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를 위해 CJ는 현재 진행중인 한일약품 인수건 외에 중소제약사 2~3곳을 추가로 인수해 외형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올해부터 국내 제약기업을 등급에 따라 차등 관리하는 ‘제약기업 등급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GMP)’점검 결과에 따라 국내 230개 제약업체를 우수, 양호, 보통, 취약, 불량 등 5등급으로 나누어 등급에 따라 차등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즉, 관리기준에서 떨어지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를 가속화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건규 bluemoon@vip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