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모르는 스포츠/캐주얼 의류-FnC코오롱(01375)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으로 본 FnC코오롱

브랜드형 기업 : 스포츠의류와 캐주얼의류에 특화된 강한 브랜드 보유

환골탈태형 기업 : 기업분할로 알짜 패션사업만 영위. 부채비율 축소

저PER형 기업 : PER가 4.31로 낮음

고영업이익률형 기업 : 24%의 높은 영업이익률

고ROE형 기업 : 30%에 이르는 ROE

고배당률형 기업 : 보통주 6.04%, 우선주 13.3%에 이르는 높은 배당수익률

1. 기업분할, 투자자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먹는다.

생활 속에서 유행하는 제품을 파는 기업을 발견하여 기뻐했지만 그 기업이 다른 분야의 사업도 전개하고 있어 그다지 입맛에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애써 잡은 사냥감이 멀리 달아나는 느낌이다. 그러나 때마침 입맛에 맞지 않는 사업부가 회사에서 떨어져나가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FnC코오롱은 가치투자자의 입맛에 맞는 사업만 남은 기업이다. 코오롱상사는 2001년 12월 무역사업부를 코오롱인터내셔널로, 투자사업부를 코오롱CI로 분할시키고 패션사업부만 남았다. 그때 남은 패션사업부가 FnC코오롱이 됐다. 그렇다면 의류업체로 변신한 FnC코오롱이 가진 가치를 찾아보자.

2. 탁월한 브랜드가치의 소유자

다른 업종보다 의류업종은 브랜드가치가 중요하다. 브랜드 가치가 높으면 의류업체는 제품가격을 높일 수 있고 정상가 판매율도 높아져 똑같은 매출을 올리더라도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물건이 잘 팔리기 때문에 재고관리가 쉽고 현금이 원활히 흘러가게 된다. 가끔 전시장에서 열리는 '땡처리'는 재고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의미에 불과할 뿐 실제로 의류기업에 돈을 남겨주지는 못한다. 한섬, FnC코오롱 등과 같은 우량패션기업도 매출총이익률이 50% 정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의류업체가 정가의 50%가 넘는 할인을 해 옷을 파는 것은 어차피 팔리지 않는 산더미 같은 재고를 처리하여 막혀있는 현금흐름을 원활히 해주기 위한 궁여지책일 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의류업종에서 브랜드가치가 차지하는 의미는 명확하다. FnC코오롱도 가치주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FnC코오롱이 가진 브랜드를 검토해야 한다. FnC코오롱이 가진 브랜드는 총 11가지다. 스포츠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 잭니클라우스, 엘로드, 액티브, 루카스, 헤드골프와 캐주얼브랜드인 헤드, 1492마일즈, 헨리코튼, 캐시케이드 마지막으로 여성복 마크제이콥스가 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특성을 보면 마크제이콥스를 제외한 나머지 10개의 브랜드가 골프, 아웃도어, 캐주얼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작년 백화점에서 매출기준 의류분야별 순위를 살펴보면 아웃도어웨어 분야에서 코오롱스포츠가 1위, 골프웨어 분야에서 잭니클라우스가 1위 엘로드가 5위를, 스포츠웨어분야에서 헤드가 2위, 캐주얼분야에서 헨리코튼이 4위를 차지했다. 이 중 FnC코오롱의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잭니클라우스는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선정된 미국의 프로 골퍼 잭니클라우스가 직접 운영하는 Golden bear사에서 1985년 라이센스로 도입된 브랜드다. 가슴에 그려진 황금곰이 바로 잭니클라우스의 심볼마크다. 골프웨어 시장이 없었던 시절부터 국내시장을 개척하고 여러 골프대회를 후원하면서 국내에 들여온 이후 15여년간 골프의류업계에서 확고한 선두위치에 올라있다. 코오롱스포츠는 1973년 국내 최초 등산의류와 용품을 선보여 본격적인 레저문화를 보급시켰으며 국내 유일한 아웃도어브랜드다. 백화점에 입점한 아웃도어업체도 해외업체인 Northface와 Columbia 두 기업뿐이고, 이 두 기업도 코오롱스포츠의 아성에 눌려 매출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상의 브랜드라인을 보았을 때 FnC코오롱은 스포츠와 캐주얼 분야에서 탁월한 브랜드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소비경기침체로 인해 의류업체가 어렵다는 소리가 많다. 여성복의 최대 강자인 한섬 조차도 2002년 4분기에서 동년대비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을 정도다. 투자자들도 의류업체에 대한 관심을 접어두고 새로운 곳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3. 스포츠의류와 캐주얼의류는 불경기를 몰라.

FnC코오롱의 실적을 눈으로 살피면 매분기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2001년에 비해 2002년도 부문별매출은 스포츠의류가 전년 22.9% 증가했고 캐주얼의류는 15.1% 성장하였다. 특히 2002년 4분기 내수소비가 둔화되면서 주요 의류업체들의 매출이 정체되거나 줄었지만 FnC코오롱은 큰 폭의 매출신장을 이뤘고, 영업이익률도 24%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주5일제 근무제의 확산에 따라 레저활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코오롱스포츠와 골프웨어 성장이 두드러졌고, 캐주얼의류가 10대와 20대를 주요 타겟으로 하여 시장경기에 둔감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003년 들어서 경기침체로 다른 의류업체들이 보수적인 영업을 하는데 반해 FnC코오롱은 신규브랜드 도입과 해외진출로 적극적인 확장정책을 펴고 있다. 올 2월 루이뷔통의 수석디자이너인 마크제이콥스의 이름을 딴 마크제이콥스를 직수입해 강남 신세계 백화점과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에 매장을 오픈했다. 마크제이콥스는 "패션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1위를 차지한 디자이너로서 마크제이콥스의 브랜드는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 여성들을 주요 소비자층으로 한 초고가 여성복 명품으로 미국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원피스 하나에 100만원을 넘기 때문에 쉽게 대중화되기는 어렵지만 루이뷔통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올해 하반기 이후 마크제이콥스보다 가격이 싼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란 서브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즉 상류층은 마크제이콥스로 흡수하고 소비력이 조금 낮은 구매자에게는 한 단계 아래의 브랜드를 팔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헤드골프의 신규런칭과 잭니클라우스의 중국진출도 성장에 보탬이란 성장동력이 마련되어 있다.

4. 낮은 자산가치 대안은 우선주

FnC코오롱의 성장성과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이 높아 재무적 안정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분할시점 부채비율이 324%였던 것과 비교한다면 현재의 부채비율 179%는 많이 낮아진 수치다. 영업활동과 유형자산을 팔아 확보한 현금으로 차입금을 2210억에서 1495억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올해도 FnC코오롱은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을 차입금을 갚아가는데 사용할 것으로 예상돼 재무안정성은 높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살폈듯이 FnC코오롱은 기업내용이 매력적이지만 자산가치가 낮다는 점이 투자대상으로서 꺼려진다. 주당순자산이 약 9100원이지만 주가는 12400원(5월1일 기준)에 이른다. 이때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우선주다. FnC코오롱 우선주의 가격은 6000원이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본주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주당순자산이 우선주의 가격보다 높아 일정수준의 안전마진도 확보되는 셈이다. FnC코오롱의 배당수익률을 생각한다면 우선주의 매력은 더욱 빛난다. 작년 FnC코오롱의 배당성향은 27%로 주당배당금은 본주 750원, 우선주 800원이었다. 현재 주가수준으로 볼 때 본주의 배당수익률은 6%, 우선주의 배당수익률은 13%나 된다. 물론 올해 배당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최소 배당성향을 20%이상을 준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실적증가를 감안한다면 작년 수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석모 stonet@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