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비] 딱 한잔 속에 숨은 기업

정석모 02.07/12 00:00 조회 2520 누적점수: 0

1. 우리는 “이슬” 만 먹고 산다.

우리는 시름에 젖어 있을 때, “참이슬” 과 인생의 고민을 나눈다. 대학입학 전 새터부터 입학 후에도 쭉 참이슬과 함께 해왔다. 필자의 고향인 경북에서는 금복주가 단연 압도적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진로의 참이슬은 서울경기에서 지방으로까지 시장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는 97년 지방의 “자도주 의무판매제”가 폐지되었기 때문으로, 참이슬은 96년 M/S 47%에서 01년 M/S 53%로 시장영역을 더욱 넓히고 있다.

그렇다면 참이슬의 시장지배력 상승으로 인한 열매는 진로만의 것일까? 아니다. 진로와 함께, 진로에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들에게도 그 열매는 분배된다는 것을 주목해야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참이슬의 푸른 유리병을 생산하는 “금비” 이다.

위 표는 진로와 금비의 매출액 증감률을 나타낸다. 쉽게 알 수 있듯이, 진로의 매출증가율의 변화에 따라 금비의 매출영향은 더욱 커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보고서는 일반소주시장에서 참이슬이 시장점유율 및 브랜드파워가 강화됨에 따라, 이에 따른 열매는 금비에게도 돌아간다는 것에서 출발하여, 금비의 숫자상의 모습과 사업모델을 제시, 그 비밀을 풀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비에 대한 위험요인을 언급, 비판과 제언을 하고자 한다.

2. 지속적인 매출증가와 뛰어난 수익성의 비밀

과거 OB맥주병 4개를 가져다주면 새우깡 한 봉지를 주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캔과 Pet병을 주로 이용하여, 깨질 염려가 있는 유리병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유리병은 사양산업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소주는 유리병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 개봉 후 맥주와는 달리 짧은 시간에 마시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 마시기 때문에 열전도율이 낮은 유리병을 사용한다. 실제로 유리병산업은 현재 공급부족에 시달리며, 좋은 업황을 누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본 보고서의 대상인 금비의 투자지표변화를 보면 외형의 성장과 함께, 수익성의 급격한 성장을 알 수 있다.

위 표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참으로 많다. 우선 외형적으로 매출과 당기순이익의 지속적인 증가뿐만 아니라, 수익성에서 ROE와 ROA도 아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ROE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은 놀랍다. 그렇다면 금비의 외형적인 성장과 함께 수익성을 개선시켜주고 있는 요인은 무엇인가? 크게 3가지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가 제조원가의 하락, 둘째가 금융비용의 감소, 셋째가 화장품사업으로의 도전이다. 아래에서는 이 세 가지 요인에 대해서 다루겠다.

- 규모의 경제실현

금비를 구체적인 모습을 살펴보기 이전에 유리병산업의 특징을 먼저 조망할 필요가 있다. 유리병산업의 특징은 첫째가 초과수요가 발생한다는 것, 둘째가 수요처가 수직적 계열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유리병산업은 IMF위기를 거치면서 합병, 인수 등의 구조조정을 거치며 공급량 있어서 30만톤/년 감소함과 동시에 경기상승으로 초과수요상태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유리병산업내 기업들의 공장가동률은 100%에 달하였으며, 더욱이 금비는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를 함으로 따라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있다. 금비의 공장가동률과 그에 따른 제조원가율의 추이를 살펴보면 이런 사실은 뚜렷이 알 수 있다.

위 표를 살펴보면 공장가동률은 99년 100%, 00년 96.5%, 01년 100%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서 제조원가는 매출액 대비 66.6%, 68.8%, 65.3%를 이루고 있다. 특이사항은 00년도 이천공장가동률은 89.6%를 기록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이천공장이 진로공장 내에 위치하여 전량 진로에 납품하는데, 00년도 소주세인상으로 인해 소주소비가 소폭상승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앞 페이지의 진로의 매출을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주목할만한 사실은 00년도에 비해, 01년도 매출원가를 3%정도 절감시킴으로써, 그만큼의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아래표를 살펴보면, 영업이익율은 4% 상승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제조원가율의 변화에는 규모의 경제이외에도 한가지 비밀이 더 숨어있다. 그 비밀은 감가상각내용연수의 변경이다. 또한 왼쪽 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영업이익율의 적은 변화와 비교하여 경상이익율은 지속적인 가파른 상승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뒷부분에서는 감가상각의 비밀과 경상이익율의 가파른 상승원인을 밝힐 것이다.

- 감가상각의 비밀

아래표는 제조원가에 포함되는 감가상각비의 98년부터 01년도까지의 변화이다.(단위:백만원) 00년도에 감가상각비가 급격히 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00년도에 유형자산중 기계장치에 대해 4년의 내용연수를 2년으로 조정함으로써, 감가상각비를 내용연수조정전보다 517,418천원을 과대계상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금비의 00년도 당기순이익이 42억원정도인것과 비교하였을 때 상당히 공격적인 감가상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제조원가를 상승시키는 한 요인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00년도의 공격적인 감가상각은 결과적으로 01년도의 감가상각을 덜어줌으로써, 경영성과를 호전시키고 있다. 현재 기계장치의 감가상각내역을 살펴보면, 아래표와 같다.

즉 당기상각액은 약 45억원이었고, 매년 40억원이상의 감가상각을 하고, 현재 추가적인 설비투자계획이 없기 때문에 감가상각으로 인한 비용은 점점 줄어들어, 감가상각이 마감되는 시점이후 이익에 반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금융비용의 감소 : 차입금의 상환

앞서 보았듯이, 금비의 영업이익율의 변화와는 달리, 경상이익율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 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98년부터 01년까지 금융비용은 약 42억원 도가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98년부터 01년까지의 경상이익의 증가분 112억원의 약 38%를 차지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관계는 다음 그래프 < 금융비용과 경상이익율의 관계> 를 통해서 확실히 알 수 있다.

차입금이 98년도의 375억원에서 02년도 3월(반기보고서)에 85억원으로 급감함으로써, 차입금상환과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감소하여 차후의 현금흐름은 양호해질 것이라고 예상가능하다. 이는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기초대비 현금증가액이 98년도 –39억, 99년 –25억, 00년 –5.9억, 01년 7.7억 이라고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주주들이 배당을 더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 좋은 꺼리가 된다. 따라서 차후 배당과 관련한 제언에서 더 구체적으로 살피도록 하겠다.

3. 신사업분야로의 진출 : Kanebo 화장품

금비는 유리병사업 이외, 1996년 이후 사업다각화로서 화장품유통업을 하고 있다. 브랜드는 세계 10대 화장품브랜드 중 하나인 Kanebo 화장품 으로써,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대구백화점, 압구정 갤러리아 등에 입점해있는 일본산 브랜드이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백화점 등의 직판점 매장은 ㈜금비화장품이 화장품을 직수입, 자체생산하여 관리하며, ㈜금비는 금비화장품에서 화장품상품을 매입해 시판점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비화장품의 영업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금비의 영업망을 이용하기 위함이다.

화장품사업부의 구체적인 증가추세는 아래 그래프와 같다.

그래프에서 보이는 외형적인 성장과는 달리, 수익성측면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화장품의 매출이 백화점등이 아닌 시판점으로 이뤄지기 있어 중저가 위주로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5~6% 정도의 낮은 영업이익율을 가진다. 더욱이 한국에서 Kanebo 화장품에 대한 브랜드력이 높지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속적인 매출신장에서 보이는 것처럼 꾸준히 브랜드인지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더욱이 ㈜금비화장품의 사업영역인 백화점 고가제품에서는 연 30%이상의 매출신장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금비화장품의 영업신장이 직접적으로 ㈜금비에 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Kanebo화장품에 대한 광고효과를 발생시켜, 시판점에서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증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욱이 작년 2001년 중저가 화장품 시장공략을 위해 가네보화장품과 함께 K&K 화장품을 설립하여 Kate란 색조 전문브랜드로 시장에 진입하였다. 이는 ㈜금비의 화장품사업이 위 그래프에서 보듯 단지 27%의 비중이 아니라, 화장품 관계회사의 영업내용까지 고려한다면, 금비는 바야흐로 현재 화장품기업으로 변신중임을 보여준다.

이런 변신의 새로운 시작 K&K 화장품은 ㈜금비와 ㈜금비화장품이 이미 화장품유통시장에서의 유통망확보, 정가판매, 선별 유통전략 등의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고, Kanebo화장품과 Kate의 브랜드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사업시작 1년인 2002년도부터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 판단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금비가 현재 49%의 지분을 소유한 K&K 화장품은 자산이 70억 미만이기 때문에 지분법 평가이익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기업의 성장에 따라 기업자산이 증가하여 지분법평가이익이 반영된다면, 당기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K&K 화장품 이외에 자회사인 경상남도 양산에 위치한 27홀의 에이원컨트리클럽 “골프장”이 작년에 이어 안정된 영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1년 119억원 매출, 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에이원컨트리클럽은 ㈜금비가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2001년 8.9억원의 지분법평가이익을 발생시켰다. 서울, 수도권과 달리 부산과 울산주변에 위치한 골프장의 수가 5~7개 정도로 한정되어 있고, 특히 에이원골프장이 지방의 골프장 중 최고급의 골프장으로 꼽히기 때문에 골프인구의 증가로 작년보다 높은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4. 비판 및 제언

-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

이상에서 보듯이, ㈜금비의 몇 년간에 걸친 실적호전은 우연이 아닌, 참이슬의 시장지배력강화와 금비의 원가절감  금융비용감소 노력, 화장품사업으로의 다각화 결과임을 확인했다. 더욱이 이러한 실적호전요인이 단지 몇 년에 걸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는 모멘텀임에 주목을 해야한다. 또한 다른 유리병업체와 비교하여, 참이슬의 경우 약15%정도 해외로 수출되어 재활용할 수 없는 효과까지 발생하는 이점도 있다. 하지만 금비는 주주에게 있어, 3가지 측면에서 불안요인이 있다. 첫째가 진로의 화의상태, 둘째가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 셋째가 배당, 자사주매입 등 주주정책의 부재이다.

- 진로의 화의상태와 롯데의 소주시장진출

현재 진로는 97년 9월 이후 화의상태다. 참이슬의 시장지배력강화로 99년 이후 연평균 6%의 매출성장률과 2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였지만, 2001년 38%에 육박하는 금융비용으로 인해 진로는 적자를 기록했다. 진로의 경영악화는 대부분의 병을 진로에 공급하는 금비에 있어서는 상당히 불안정한 요인이다. 더욱이 진로는 2003년 이후 원금상환의 의무를 지니고 있어, 매출채권에 대한 부실화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현재 2002.3월 현재 진로에 대한 매출채권이 78.6억원(전체 매출채권의 49.8%)를 지니고 있어, 투자자들은 향후 매출채권 회수를 잘 관찰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진로의 경영악화와 롯데칠성의 소주시장진출에 따른 “참이슬”의 M/S 감소에 대한 염려가 가장 큰 discount 요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쌓여온 “참이슬”의 브랜드가치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롯데칠성의 소주시장진출 시나리오( 지방소주사 인수후 확장, 자체공장의 설립 등)만 예측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모습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소주시장에 큰 지각변동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진로의 경영상태와 소주시장에 롯데칠성의 진입에 대해 늘 투자자들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문제

과거 한국의 재벌기업들은 소수의 상장기업으로 하여금 대주주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지급/채무보증을 세움으로써, 보다 싼 이자율로 개인소유의 기업에 자금을 차입하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이는 시장에 공개된 기업의 이윤극대화해야 하는 입장에 배반하여, 대주주 혹은 오너가 소유한 기업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재벌기업가들의 천민자본주의의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금비의 지급보증도 이러한 성격을 띄고 있다. 아래는 금비의 관계회사들간의 지분관계이다. ㈜금비는 ㈜금비화장품과 ㈜금비인터내셔널의 지분을 소유하지 않고 있으며, 최고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인 고병헌사장이 지분을 가지고 있어 관계기업으로 묶여있다. (단, ㈜금비화장품은 ㈜금비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즉 금비는 한 대주주의 지분소유와 기업간의 상호지분소유로 이루어진 기업집단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기업집단은 기업의 수직적 확대, 범위의 경제효과 등의 유리한 측면이 있으나, 여전히 대주주 또는 오너 1인에 의한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갖는 문제점이 있다. 금비의 지급보증도 마찬가지로써, 현재 ㈜금비화장품에 32억원, ㈜금비인터내셔널에 2억원의 지급보증+담보제공 을 하고 있다. 두 기업에서 화장품과 유리의 원재료를 구입하지만, 지분도 갖지 않은 기업에 지급보증을 해준다는 것은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물론 두 기업의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급보증의 문제를 간과할 수 있지만 분명 주주를 생각한다면 올바르지 않은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친구사이에도 보증을 안 선다고 하는데, 아무렴 3자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보증을 서겠는가? 따라서 이러한 주주를 무시하는 기업의 의사결정은 분명히 시정되어야 하며, 시장에 공개된 기업으로써 더 이상 개인의 기업이 아닌, 기업의 소유권인 주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 주주정책의 부족

최근 3년간 금비의 배당성향과 배당액(시장가배당수익율)은 다음과 같다. 꾸준히 배당액이 증가하고 있지만, 배당성향은 감소하고 있으며, 10%도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금비는 높은 외형의 성장과 수익성의 달성에도 불구하고 자사주매입, 높은 배당 등의 주주정책이 부족했다. 이는 아래 그래프를 보듯이, 영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현금흐름을 차입금상환 등의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에 활용함으로써, 차입금의 규모를 낮추고, 금융비용을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차입금상환은 금융비용을 급격히 감소시켜 금비의 체질개선과 높은 수익성에 큰 역할을 하였다.

지속적인 차입금상환의 결과 현재 차입금규모는 2001년 현재, 98년 대비 25%수준으로 감소하였으며,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순유출도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순현금흐름은 차입금의 규모가 현재수준으로 적정하게 유지된다고 봤을 때,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비의 현 사업모델에서 화장품사업으로의 진출도 정상궤도에 들어서고 있어, 특별한 재투자처가 현재 상황에서 없는 이상, 주주에게 높은 배당으로 이익을 돌려주기를 제안해본다. 이는 그동안 대주주 일변도의 금비란 기업집단이 주주를 위한 기업으로 변화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서울대 투자 연구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정석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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