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책방]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단과 처방

12년 전 이야기가 아직도 중요한 이유

편집자주 |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0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과 투자에 대한 칼럼에 더해 금융, 투자 혹은 특정 산업분야에 대해서 의미가 있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읽은 소감을 서평으로 남깁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서평]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 [서평]은 2009년 10월 발간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단과 처방”이라는 책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서 무수한 해석과 도서들이 발간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손꼽힐 만한 이름값을 가진 저자들이 모인 책입니다. 전형적으로 전문가들이 모여서, 전문가들이 읽기 위한 책을 쓴 셈입니다.

이 책을 손에 잡는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독서방법은 모든 내용을 꼼꼼하게 숙지하는 것보다는, 얇고 넓게 관심이 있는 내용을 훑어가는 것입니다. 하나하나를 모두 숙지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과정에서 지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프롤로그 – 2007-2009년 금융위기의 원인과 해법”, “제6장 미국발 금융위기가 헤지펀드에 미친 영향”, “제10장 – 파생상품: 금융혁신의 고갱이”의 세 개의 장을 누구에게나 흥미로울 수 있는 내용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추려낸 흥미로운 주장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금융분야의 “가짜 알파”를 경계해야 한다. 모든 금융 분야에서 성과가 높은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서 보너스 풀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이러한 과감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마치 금융 선진국의 표상처럼 취급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조업과는 달리, 금융업의 경우 “성공”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위험”에 대한 고려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특히 투자에서는 실현된 수익률은 눈에 보이지만, 그 뒤편의 위험이 얼마나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심지어 사후적으로도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엄청난 위험을 운 좋게 피해가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매니저가, 위험을 신중하게 피해가면서 최선의 수익률을 낸 매니저보다 훨씬 큰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금융투자업이기도 합니다.

이를 이 책에서는 “거대한 비대칭적인 현금흐름을 유발할 수 있는 도박”,”즉, 대부분의 기간에는 돈을 벌 수 있지만 굉장한 경제적 충격에 노출되면 엄청난 금액을 잃게 되는 도박”,”주택 시장에 대한 외가격 풋옵션을 발행한 것과 같다”라는 표현으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금융업이 갖는 이와 같은 본질적인 위험 – 비록 확률은 낮더라도 대단히 높은 위험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 에 대해서 끊임없이 규제와 경계가 필요함이 무수히 지적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위험을 지면서 더 큰 보상을 기대하는 금융사/매니저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펀드 등에 투자하는 간접투자자들, 그리고 금융사에 투자하는 주주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흥미로운 점은 장외 파생상품 시장의 높은 불투명성입니다. 특히 이 책의 356 page에서 지적하는 것과 같이, 낮은 투명성과 높은 복잡성은 결과적으로 대규모의 자금 이탈로 이어져 시스템 붕괴의 가능성을 결정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강조하는 잠재적인 위협인 신용부도스왑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언제든 다음 금융위기에서 중대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책에서는 파생상품에 대한 중앙 청산소의 도입 – 중앙 집중적 청산의 필요성 - 을 권고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기초자산의 유통량과 파생상품 포지션의 규모에 대한 언급입니다. 이 책에서 지적한 부분은, 2005년 결제되어야 할 델파이에 대한 신용부도스왑의 순발행 포지션이, 계약상 인도가능한 채권의 현재 시장 유통량보다 훨씬 더 많은 상황을 들었습니다.

좀 더 간단한 예로 바꾸어 본다면, 시장에 있는 모든 삼성전자 주식을 다 끌어모아도 삼성전자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콜옵션 – 행사되는 경우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권리를 부여 – 에 대해 주식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흔히 말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왝더독)을 넘어, 엄청나게 꼬리가 커져서 심지어 몸통보다 더 커졌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몸통과 꼬리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의미는, 결국 언제든 아슬아슬한 균형이 무너지면 단번에 쓰러질 수 있는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보아도 될 것입니다.

금융위기는 항상 반복되지만, 그 이유는 항상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본질을 잘 살펴보면 시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신, 자금 이탈의 악순환의 발생, 탐욕스러운 투자자들, 규제를 어떻게든 벗어나 더 높은 위험을 지고자 하는 금융업계 등 공통적인 부분들도 많아 보입니다.

비록 12년이나 지난 과거의 내용이지만 앞으로 도래할 또 다른 금융위기에 대응하여야 할 때, 이 책에서 다시금 깊이 있고 중요한 교훈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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