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라임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편집자주 | '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코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투자자의 시각으로 살피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0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3월과 4월을 지나, 벌써 4월도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글의 작성 시점인 한국시간 기준 4월 25일 오전 3시 기준으로 VIX가 37.37까지 떨어지기는 했습니다.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고점 기준 83.56이라는 말도 안되는 숫자를 보고 온 입장에서는 매우 양호하다고 하겠습니다(참고로 말씀드리면 2008년 10월 고점이 89.53, S&P가 2차 대폭락했던 2009년 3월에는 53.25정도였습니다.).

이번 칼럼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아직 수사 중이고 지금도 진행 중인 사건이라 정확한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세월이 지나 덮이기 전에, “뜨거운 감자”인 시점에 미리 검토해보는 것 또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구체적인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 예상 또는 상상했던 내용과 어떤 부분이 달랐는지 확인해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우선 현재 언론에 알려진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 전환사채(CB) 등을 편법거래하면서 수익률을 조작(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됨.
2) 2019년 10월,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 결정
3) 2020년 2월, 라임자산운용 모(母) 펀드의 손실율이 50%이상으로 자(子)펀드 중 일부는 100%를 초과하여 전액손실되었다고 보고됨.
4) 라임자산운용이 플루토 FI D1호에 대하여 33.0%, 테티스 2호 펀드에 대해서 45.4%의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함.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등)의 경우 전액 손실의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됨.


출처: 서울경제(2020-04-24)

이와 같은 상황이 나온 이유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됩니다.

1. 초저금리 상황에 따라 수익률 1%를 올리기 위해 져야 하는 위험이 이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해졌다는 점

자본시장의 기본적인 원칙은, “고위험 고수익”입니다. 특히 금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그러한 경향이 있습니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대체로 8% 정도의 금리를 제시하였다고 합니다. 일견하기에는 크게 높은 수익률로 보이지 않지만, 예금금리가 2% 안팎까지 내려간 상황에서는 경쟁력 있는 수익률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전에 비해서 “1%”의 수익률을 더 올리기 위해 필요한 위험이 훨씬 더 커졌다는 점입니다. 정확하게 숫자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기준이자율이 6%일 때 12%의 기대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기준이자율이 2%일 때 8%의 기대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결국 이와 같은 경우에 자산운용사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1) (알려진 것에 비해서) 엄청나게 큰 위험을 갖는 자산에 투자하거나, 2) 큰 액수의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것이 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2. 정보공개의 의무가 거의 없고 펀드 순자산(NAV)의 산정이 불명확하다는 점

위와 같이, 충분히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여 큰 금액을 끌어들여야만 하는 자산운용사의 입장에서는 실제로는 (때로는 자기들도 정확하게는 모르는)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를 진행할 유혹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정보가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되는 일반적인 뮤추얼펀드에 비해서, 1) 구체적인 투자내역이나 조건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고, 2) 갖고 있는 자산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3) 때로는 파생상품 등을 활용하여 자산을 실제로 소유하고 있지 않아 최악의 경우 펀드 내 자산의 판매를 통한 채권회수조차도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입장에서 큰 위협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이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펀드들의 경우 “가격을 아무도 모른다.”라는 것입니다.

블라인드 펀드와 같이 최초에는 목적없이 모집을 하더라도 예를 들어 상장기업의 지분을 매입하는 PEF형 투자의 경우에는 대충 잘 되고 있는지 안 되고 있는지, 또는 대략 얼마 정도를 회수할 수 있을지는 주가만 보아도 어느 정도 가늠이 됩니다.

비상장기업이라 하더라도, 재무제표만 제대로 나오는 기업이라면 억지로라도 가늠을 해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기초자산은 해외 무역금융채권이나 변동성이 특히 높은 코스닥기업들의 전환사채 등 외부에서 평가하기 어려운 종류들이 많았습니다. (적어도 채권으로서 회수에는 무리가 없는 좋은 기업의 경우 전환사채의 평가는 큰 무리가 없지만,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전환사채들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었던 것이 문제입니다.)

외부에서 평가하기 힘들다라는 의미는 투자자 입장에서 철저하게 “갑”인 자산운용사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지하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 투자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갑”인 자산운용사가 신의성실의 의무를 “알아서” 잘 지켜주기를 기도하는 것밖에 없는데, 금융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너무나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 한국에서 금융범죄의 형량이 너무 낮다는 점

사실 위와 같은 문제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고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특히 한국으로 문제를 좁혀봤을 때의 가장 큰 문제점이고 쉽게 해결될 수 없는 한계점은 금융범죄에 대한 형량이 기본적으로 너무 낮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전의 다단계 사건들에 대한 형량이나 최근의 이희진 사건 등에서의 구형을 봐도 한국에서 금융범죄에 대한 형량은 법적으로나, 검사의 구형량으로나, 법원에서의 실제 선고되는 형량으로나 어느 쪽에서도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특히 금융범죄의 경우 피고가 대체로 돈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대형 로펌이나 우수한 변호사들을 쓰거나 합의를 하는 등 뭔가를 시도하기도 대단히 용이하다는 점에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유혹이 들기 대단히 쉬운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도둑이나 강도에 비해서 금융범죄는 저지르기는 쉽고 수익은 어마어마하게 크며, 운이 좋아 투자에 성공하기만 하면 이면에 있던 위험은 간단히 묻혀버리기 쉽습니다.

간혹 언론 등을 통해서 알려지는 내용에 의하면, 미국에 비해서 한국의 금융범죄에 대한 형량이 너무 약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최대의 폰지사기범이었던 버나드 메이도프의 경우 150년형을 선고받아 아직도 감옥에서 복역중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금융범죄에 대해서 형량이 엄청나게 높은 이유는 다른 범죄에 비해서 금융범죄가 더 악질이라서라기 보다는, 이정도로 형량이 무지막지하게 높아야만 가까스로 “참을 수 있을”정도로 “눈 앞의 돈”에 대한 유혹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지막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개인투자자가 단순한 뮤추얼펀드 이외의 간접투자를 선택하기는 여러가지로 머뭇거려지는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와 같은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주식이든 채권이든 전환사채든 간에 기초자산에 “직접”투자하는 것입니다.

투자상품의 복잡도가 높아지는 것과 투자상품의 위험/수익 비율을 높이는 것은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에게는 복잡도가 높은 상품을 “안 먹고 말어”라 생각하며 깔끔하게 피해버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예금이나 적금이 최선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투자는 필요하고 해야 하지만, 내 돈과 기초자산(주식, 채권, 부동산 등등) 사이에 걸쳐 있는 단계는 가급적이면 간결하게 할수록 좋다는 의미입니다.

누구나 언제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자산운용사, 또는 특정 PB를 통해서만 사고 팔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러한 간결함을 잃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모른다고 깔끔하게 인정하는 것 또한 훌륭한 투자자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칼럼으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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