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최악을 사라?!" 역발상 투자 앞서 꼭 챙겨야 할 것

재무 안전성, 자본 상세항목 점검

[아이투자 정연빈 연구원] 15일 미국 증시가 2% 내외 하락했다. 특히 은행주가 많이 내렸는데 악화된 1분기 실적 영향이란 분석이다. 은행들이 경기 악화 시 돌려받지 못할 대출에 대비해 충당금을 크게 늘리면서 순이익이 급감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후 국내 기업들도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일부 업종은 직접 타격이 예상됐고, 실제 3월 한 달간 실적이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행과 항공, 관광(카지노, 호텔) 등이다.

같은 시기에 발생한 국제유가 급락도 일부 기업엔 대형 악재다. 유가와 함께 정제마진, 각종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내리면서 정유와 화학 업체 실적도 부정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식 비중을 빠르게 늘린 개인 투자자 중 일부는 '최악의 업종'에 관심을 보인다. V자 반등을 기대한 이른바 역발상 투자다. 연일 언론 보도된 개인들의 WTI 원유 레버리지 ETN 투자와 같은 맥락이다. 가격이 급락한 만큼 사서 버티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단, 여기엔 "투자 대상이 망하지 않아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업황이 매우 좋지 않으면 체력이 약한 기업부터 손을 들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들 기업의 재무 체력을 몇 가지 지표로 점검해봤다.

먼저 위에서 언급한 최악의 업종에 속한 기업부터 선별했다. 상장주식 중 올해 1분기 예상 실적이 있는 주요 기업이 대상이다. 또한 재무 체력을 점검할 땐 해당 기업의 상장된 주주사도 범위에 포함했다. 설령 같은 불황을 지나더라도 주주사의 재무 안전성이 뛰어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체력이 좋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선별된 기업은 모두투어대한항공, SK이노베이션강원랜드 등 20개다. 우선 1분기 예상 실적을 보면 한진과 GKL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큰 폭의 감소며 그중 10개는 적자 전환이 전망된다. 특히 여행사와 항공사는 에어부산을 빼고 모두 1분기 적자가 예상되는데, 에어부산 또한 최근 리포트가 1월 28일임을 고려하면 실제 1분기 순이익은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 한진은 16일 오후 1분기 잠정실적을 냈다. 영업이익 246억원으로 예상치 215억원을 14% 초과했다.

정유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S-Oil과 SK이노베이션의 적자가 예상되며 GS는 지주사로 정유 외 다른 사업부 덕분에 흑자를 유지하는 정도다. 최근인 16일 흥국증권 전우제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GS의 1분기 정유 부문 영업적자는 8286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럼 이들 기업의 재무 상태는 어떨까. 재무 안전성과 자본현황의 상세 항목을 점검했다. 재무 안전성은 현금과 차입금 상황, 그리고 부채비율을 검토했다. 특히 현금 보유량과 차입금 비중이 중요한데, 차입금을 갚거나 연장하지 못하면 기업 운영을 계속할 수 없다.

자본현황은 잉여금(이익잉여금+자본잉여금)이 중요하다. 순이익 적자가 누적돼 잉여금이 (-)가 되면 자본잠식이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된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2년 계속될 경우 상장 폐지된다. 자본금이 전액 잠식된 기업은 관리종목 지정 없이 바로 상장폐지다. 그래서 자본잠식은 투자자가 반드시 피해야 할 이벤트다. 올해 예상 순이익과 비교해 어느 정도 자본을 갖고 있는지 살폈다.

우선 2019년 말 기준 이들 기업의 재무상태는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대다수 기업이 부채비율뿐만 아니라 차입금 비중이 높다. 아이투자에 따르면 차입금 비중은 40%를 넘으면 적극 관리할 필요가 있는데 제주항공 등 저가항공사는 대부분 40% 내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60%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카지노 업종의 GKL, 강원랜드와 화학업종 회사들이 차입금 비중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효성화학 제외).

순현금 또한 모두투어와 진에어, GKL과 강원랜드, 대한유화를 빼면 모두 (-)다. 이는 현재 보유한 현금으로 차입금을 모두 갚을 수 없다는 의미다. 즉 차입금 만기가 돌아왔을 때 연장하거나 새로운 차입이 필요할 수 있단 얘기도 된다.

자본 세부항목을 보면 회사별로 차이가 있다. 우선 여행사는 상대적으로 잉여금을 많이 쌓아뒀다. 그간 이익이 꾸준히 성장한 덕분이다. 하나투어에 비해 모두투어의 재무상태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저가항공사는 티웨이항공과 진에어의 재무 상태를 살펴야 한다. 티웨이항공은 잉여금이 1634억원인데, 올해 예상 순이익 적자가 1132억원이다. 진에어의 경우 올해 예상 순이익 적자는 1027억원, 잉여금은 1688억원이다. 올해 순이익 적자가 예상보다 커지거나 현재 업황이 1~2년 더 계속되면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티웨이항공은 예림당, 진에어는 한진칼에 속해 있긴 하지만 모회사들도 재무 상태가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다.

대한항공도 녹록지 않다. 우선 올해 예상 순이익 적자가 5626억원으로 잉여금 3739억원보다 많다. 대한항공은 재평가 잉여금과 신종자본증권 등 기타 자본도 1조9271억원 보유했다. 올해 순이익 적자가 예상보다 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단순 계산으로 대략 3~4년 정도는 적자를 견딜 수 있다. 여기엔 채무 상환 및 연장이 순조로워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가정도 필요하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자본잠식이 시작됐고 HDC 그룹의 인수 포기 여부가 관심이다.

이 밖에 카지노나 석유화학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다. 석유화학 회사 중 가장 차입금 비중이 큰 효성화학도 잉여금이 넉넉해 현금흐름만 잘 조절하면 자본잠식까지 될 가능성은 적다.



위와 같이 살펴본 결과 재무상태를 봤을 때 일부 저가항공사와 대한항공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웠다. 여행업은 항공업보단 상황이 낫고 하나투어보단 모두투어가 위기를 견딜 체력은 좀 더 강했다. 그외 정유사나 석유화학 그리고 카지노와 호텔 등 관광업은 상대적으론 여유가 있다.

개별 기업별로 상세히 분석하면 상황이 좀 더 복잡해진다. 각 회사의 채권자(돈을 빌려준 법인) 상황 외 정치적인 해법 등도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수치만 점검해도 기본적인 큰 그림은 파악할 수 있다.

역발상 투자도 성공해야 목적을 달성한다. 단순히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회사를 제대로 점검하기 전에 주식을 덜컥 매수한다면 자칫 당혹스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최악을 매수해라'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망하지 않을 기업'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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