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지막 주는 역대급 증시 하락이 펼쳐졌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 (후략)"
불과 2주 전, 지난 2일 보내드린 스노우볼레터는 위 문장으로 시작했었습니다. 당시 2000선 아래로 내렸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금요일 (잠깐이지만) 1600선을 다녀올 정도로 더욱 급락했습니다. '역대급'이란 말이 너무 자주 등장하는 중입니다.
뉴욕 증시 또한 무려(?) 20년 전인 2001년 9·11 테러가 소환될 정도로 급등락을 겪고 있습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에 지수가 10% 가까이 움직이는 등 시장 변동성이 큽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진정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확산 중인 코로나 19 영향도 여전합니다.
지난 금요일(13일) 종가 기준 코스피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72배입니다. 가장 가까운 시기에 이 정도 수치를 기록한 건 2003년 3월입니다. 공교롭게도 거의 정확히 17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거죠. 이미 13일 장중에 1600대에 거래되며 2003년 3월보다 더 낮은 수치를 잠깐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지수가 1700 아래로 내리면 2003년 이후 PBR 최저 기록을 경신합니다.
* 코스피 PBR은 코스피 상장사 자본총계와 시가총액을 비교한 지표입니다. 2003년 3월 당시 코스피 지수가 500~550이고, 현재는 1700대인데 PBR이 비슷한 이유는 17년 동안 코스피 상장사 시총과 자본총계가 각각 3배씩 커졌기 때문입니다. 먼 과거와 비교할 때 단순 지수 비교는 의미가 없단 뜻입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지수를 거론하며 코스피 1000 붕괴 등을 얘기하는 건 상당히 과도한 우려입니다. 설령 그 일이 일어나더라도 말이지요.
[표] 코스피 ROE & PBR 일별 추이
- 2003.1.1 ~ 2020.3.13
지난 13일 또 하나 특기할 점은 삼성전자 비중입니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6%로 2003년 1월 1일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7년 동안 이 수치의 평균은 16.4%, 최소는 7.7%였습니다. 2018년 말부터 빠르게 올라 급기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과 그 외 종목의 주가 하락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바꿔 말하면 삼성전자를 빼면 이미 대다수 종목은 2003년 이후 가장, 그것도 꽤 쌀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표] 코스피 PBR & 삼성전자 시총 비중 추이
- 2003.1.1 ~ 2020.3.13
이럴 때 오히려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하긴 쉽습니다. 단, 훗날 지수가 회복됐을 때 이런 시기에 주식을 사서 견딜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2003년과 2008년 금융위기가 그랬듯 회복의 과정은 그리 짧지 않을 수 있고, 상당한 인내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절대 주가가 회복될 것 같지 않을 때" 비로소 지수가 돌아서곤 했습니다.
많이 떨어졌을 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복 때까지 견디려면 내가 사는 기업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를 하는지를 꼭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후 시장의 흔들림을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주식시장에 머문 투자자에게 2003년은 특별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의 이른바 '대세 상승'이 시작된 해이기 때문이죠. 코스피는 당시 500~550부터 2007년 10월 2000을 넘기까지 거침없이 올랐습니다. 첫 번째 그래프에서 확인했듯 4% 가깝게 하락했던 ROE가 상승하며 좋은 시기가 펼쳐졌습니다. 앞으로의 증시 회복 또한 ROE 반등이 동반돼야 할 것입니다. 개별 기업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부디 이번 위기를 현명하게 넘으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프린트
이메일
블로그 담기
점수주기
(댓글 0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