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금융시장으로 간 진화론 Adaptive Markets in 2017

금융시장으로 간 진화론 Adaptive Markets in 2017

지은이: 앤드류 로 Andrew W. Lo

옮긴이: 강대권

부크온 / 2020-01 / 550 / \\24,500

 

이 책을 번역한 강대권 님은 시장의 비합리성을 이용한, 즉 내재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발굴해서 좋은 투자성과를 내는 게 어렵지 않았으나 언젠가부터 이런 투자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궁리하던 중에 2017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 후보리스트에서 이 책을 발견했고 원서를 구입해 읽으면서 얻은 큰 배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번역했다고 합니다.

 

번역자와 이 책의 인연을 듣다 보니 같은 이유로 멋진 책을 우리에게 소개했던 한 분이 금방 떠올랐습니다. 바로 [현명한 투자자들의 인문학]의 번역자인 박성진대표님입니다. 이미 실력이 검증된 두 분은 투자운용사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데요 두 분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는데…... [숙향의 투자 일기]의 추천사를 써주었다는^^

 

펀드매니저 1년차에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았다 길래 알아보니, 서울대 경제학과 99학번, 젊네요. 이전까지 대표로 알고 있었는데, CIO CEO로 착각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옮긴이의 글>에서 다음 글을 읽으면서 같은 고민을 갖고 있었기에 너무너무 공감이 컸습니다. 과연 저는 이 책을 통해 옮긴이처럼 해결책을 얻었을까요?

 

지금의 금융시장 상황은 꽤나 낯설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가치와 가격 사이의 괴리는 여전히 시장에서 꽤 많이 관측됩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가격이 가치에 걸맞은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속도가 과거보다 현저하게 느려졌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그 속도가 너무 느려 가격과 가치간의 괴리가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혹은 가격의 움직임이 가치와는 너무나 동떨어지게 움직여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자 앤드류 로는 MIT 경영대학원 교수이면서 퀀트투자운용사를 설립하기도 한 이론과 실전을 갖춘 분으로 진화론의 철학을 금융시장에 적용했다고 한 것이 옮긴이의 흥미를 끌었다면서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진화론적인 시각에서 보면 변하지 않는 속성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없습니다. 관찰되는 속성은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의 결과일 뿐이고, 환경이 바뀌면 언제든 변화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진화론을 도입하면서 합리성의 여부가 아닌 그것을 묻는 질문 자체를 변화시켜 버립니다. 이 책의 가치는 바로 이 관점의 변화, 해답이 아닌 질문의 수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옮긴이는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는데, 저에게는 효율적시장가설의 역사와 행동경제학 등에 대해 정리하는 등 시작은 그랬으나 정작 본문이라고 할 수 있는 5장부터는 어렵게 읽혔습니다. 그래서 한 번 읽은 다음 옮긴이의 책 소개 글을 다시 꼼꼼히 읽으며 저자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 감을 잡은 다음, 되뇌면서, 빠른 읽기로 재독했습니다.

 

 

저자는 효율적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과 대비시킨다는 뜻에서 자신의 이론을 적응적시장가설(Adaptive Market Hypothesis)로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아마)저자는 효율적시장가설을 신뢰하는 경제학자로서 연구하는 동안 이 이론의 심각한 오류를 발견하면서 이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효율적시장가설은 물리학/수학을 기반으로 한 경제학으로 인간은 절대 이성에 따라 행동하는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하에 성립됩니다. 반면에 적응적시장가설은 진화론으로 대표되는 생물학을 기반으로 함으로써 인간은 상황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는 가정하에 성립됩니다. 즉 우리는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라 합리적이고자 노력하는 동물이라는 건데요.

 

따라서 투자에 있어 효율적시장가설에서는 개인은 시장을 이길 수 없으므로 시장만큼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인덱스펀드에 장기 투자하는 것을 최선의 투자법으로 제시했지만 적응적시장가설은 헤지펀드, 퀀트투자 혹은 변형된 인덱스펀드 투자 등을 통해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옮긴이도 누누이 주장했듯이 저자의 이론은 투자에 활용해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완성은커녕 시작단계에 가깝습니다. 현 단계에서는 효율적시장가설과 현실간의 괴리를 상당 부분 설명해주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합니다.

-> 그러면서 투자법을 설명하는 듯 하면서도, 뭔가 애매합니다. 아마 수학포기자가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적응적시장가설은 시장의 비합리성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장참여자들의 편향된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해 준다.

 

알파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초과 수익이 전혀 없는)인덱스펀드를 만들되, 목표한 변동성에 맞춰서 비중을 조절하는 동적인 인덱스펀드를 생각해보자. 일정 기간 일정 수준의 변동성을 설정해두면, 인덱스펀드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패시브 투자를 구사하다가 시장 변동성이 치솟으면 현금비중을 늘려버린다. 반대로 일정 수준 이하로 변동성이 떨어지면 레버리지를 써서 투자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

–> 적응적시장가설을 시장에 적용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시장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서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이런 인덱스펀드 투자법을 <역동적 인덱스펀드>라고 했습니다. 정적으로 유지하지는 않지만, 모든 투자과정이 자동화돼 있어, 인간의 개입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론에 가까운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옮긴이의 의견을 빌어 책 내용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1~4: 저자가 말하고 싶은 적응적시장가설의 우월성을 설명하기 전에 효율적시장가설과 행동경제학의 단점을 지적하고 이론의 근거가 되는 내러티브에 대해 설명합니다.

 

5~8: 앞서 지적한 주류 경제이론의 단점을 보완/대체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합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적응적시장가설 그리고 이론이 나오게 한 근원인 생물 진화론에 대해 설명하고 시장(인덱스펀드)을 이길 수 있는 투자법/사례 등으로 퀀텀펀드, 헤지펀드, 퀀트 등을 소개합니다. 8장에서는 인덱스펀드가 번성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이와 함께 스마트베타 등 인덱스펀드를 살짝 비틀어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수학 지식이 필요한 내용들이 등장하는 통에 (일부)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9: 진화론에 근거한 생태학적 관점에서 2008년 금융위기를 살펴봅니다.

 

10~11: 탐욕과 공포가 순환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거시적이고 정책적인 관점에서 저자의 주장을 듣게 됩니다.

 

마지막 12: 저자가 바라는 금융시장 혹은 자본을 이용해서 보다 나은 인류의 삶을 꿈꾸는 어마어마한 포부를 밝히고 있는데, 저의 (저만을 위한)작은 꿈과 비교되어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선호하는 소설을 읽는 정도의 재미는 없겠지만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상식을 얻는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재독하면서 느꼈지만^^)어렵지 않게 읽힙니다. 책에서 밑줄 친 글 중에서 남겨두고 싶은 중요한 용어 정의와 문장 몇을 옮기면서 제가 배운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 내러티브(Narrative): 어떤 사건의 인과관계, 맥락을 설명하는 이야기

* 지능: 좋은 내러티브를 만드는 능력. 즉 현실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

* 좋은 네러티브: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내러티브

 

* 피크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우리 자신이 지어낸 내러티브가 행동으로 바뀜으로써 단지 내러티브에 그치는 것이 아닌 현실이 되는 현상

 

 

* 진화: 어떤 집단 안에서 위세대가 아래 세대로 넘겨주는 그 집단 고유의 특성에 나타나는 변화. -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진화를 일으키는 자연선택은 번식에 효과적이지 못한 열등한 종을 소모시키고 제거해나가는 과정이며 어떤 목적을 갖고 생물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늙은 파일럿과 용감한 파일럿은 있지만, 용감하고 늙은 파일럿은 없다.

-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파일럿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런 파일럿이 사고 없이 오랫동안 파일럿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 지금 잘 나간다고 우쭐대는 당신들, 조심해!^^

 

 

만족화(satisficing):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인간은 수반되는 비용보다 나은 효용을 얻을 수 있는 선택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경제적 판단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허버트 사이먼이 만족하다(satisfy)와 충분하다(suffice)의 두 단어를 결합해서 만든 단어.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경제적 주체로서 개인은 수학적으로 완벽한 결과를 찾기 위해 초인적인 계산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수행할 수 있는 계산 정도에서 찾아낸 해답 중 적당히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한다

- 허버트 사이먼의 정의.

 

적응적시장가설(Adaptive Market Hypothesis): 환경에 맞춰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변화/발전함으로써 제한적 합리성을 뛰어넘는 새로운 설명방식. 효율적시장가설과 행동주의 경제학 간의 논쟁에서 발견되는 충돌과 역설에 새로운 설명 제시.

 

 

2008년의 금융시장은 어디로 봐도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의사판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반면 효율적시장가설의 대안으로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을 설명하는 행동경제학으로는 위기가 발발하기 이전 장기간 지속되었던 경제 성장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 효율적시장가설과 행동경제학의 한계에 대해 비판합니다.

 

적응적시장가설의 관점에서 보면, 금융시스템은 물리적이거나 기계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금융시스템은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상호 연관된 생물종들이 환경변화 속에서 재생산을 반복하는 생태계의 일종이다.

-> 감정을 가진 인간이 시스템을 움직이는 주체이므로 물리학에 바탕을 둔 (정체된)효율적시장가설에서 벗어나라고 합니다.

 

2006년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러시아에서 온 사람으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러시아인: 미국은 아주 부자처럼 보이네요. 그런데 무엇을 만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나라는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번 건가요?

크루그먼: 요즘 미국 사람들은 중국인에게 빌린 돈으로 서로의 집을 사고 팔아서 돈을 법니다.

-> 금융의 힘으로 경제성장률을 올리고 주가를 밀어 올리는 미국이 과연 정상적인가? 2006년이나 2020년이나 저의 의문은 그대롭니다.

 

 

적응적시장가설에서 보면 금융위기는 자유경제체제 하에서의 인간 행동이 만들어내는 일반적인 현상의 특수한 경우일 뿐이다. 자유경제체제나 불완전한 인간 행동, 이 둘 중 하나를 제거한다면 금융위기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불완전한 인간 행동은 위기를 만들어 내고, 또 그런 위기의 발생이 반복되게 하는 근본 요인이다. 20년 가까이 심각한 경기후퇴 없이 안정적인 상황이 지속되자 사람들은 잠재된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사람들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환경변화에 합리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이다.<과적응>

 

 

적응적시장가설은 금융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1. 다양한 구성원들의 행위와

2. 그들이 처한 환경,

3. 행위와 환경 간의 상호작용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 금융시스템의 특성을 이해한다.

 

적응적시장가설은 우리가 금융시스템을 개선시킬 수 있으며, 집단의 광기로 치닫게 했던 금융시스템을 집단지성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해준다.

 

 

저자처럼 뚜렷한 해결책은 얻지 못했고 얼만큼 이해했는지 자신 없지만 이번 읽기에서 제가 배운 내용을 결론으로 붙입니다.

 

여전히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은 합리적이므로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효율적시장가설이 있고 심리학을 동원하면서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며 효율적시장가설의 지위를 잠식하며 공감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행동경제학이 있습니다. 경제학에 생물학의 진화론을 끌어들인 적응적시장가설은 두 주류 이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대체할 이론으로 제시합니다. 몇 가지 시장을 이기기 위한 투자법을 소개하면서도 시장을 이기기는 쉽지 않음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저자도 인정했듯이, 아직 미완성 이론이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합니다.

 

그래서 옮긴이도 몇 차례나 강조했듯이, 이 책은 투자에 직접 도움이 되는 투자법이나 요령은 거의 발견할 수 없습니다. 슬럼프를 벗어나게 했던(?) 옮긴이가 이 책에서 감명받은 것은 (시장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겸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저자가 깨친 것이 무엇인지 저 나름 알아내려고 애를 썼지만 두 번 읽고서 지금 느낀/공감한 것이 그렇습니다.

 

효율적시장의 탄생과 발전/흐름 등 경제학과 헤지펀드 등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지 않았던)배움이 있었고 1년쯤 전부터 부쩍 슬럼프를 느끼고 있는 저를 다독여주는 실질적인 도움이 있었습니다. 분명 일독의 가치는 있지만 경험이 적은 투자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쯤 재독하려고 하는데, 지금보다는 이해하는 게 더 많아질 것을 기대합니다.

 

 

사족:

1. 옮긴이는 2014년 이번 책과 (거의) 같은 이유로 번역한 책이 있습니다. [붐버스톨로지]인데, 2011년에 출간된 책을 우연히 발견했고 좋은 책이라는 생각에 번역을 시작했지만 3년만에 출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1-1. 이 책을 읽고 공감하는 내용이 많아 독후감을 써서 공유했었는데, 이번에 6년 전에 썼던 독후감과 역자 서문을 다시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투자 활용면에서는 [붐버스톨로지]가 정말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겁니다.

 

1-2. 2008년 이후 지속된 유동성완화 정책으로 한껏 달아올라 있는 글로벌 자산가격은 어떠한가? 역사적인 기준으로 보면 현재의 가격 수준은 위태로울 정도로 높다. 기업의 이익과 주가를 비교하는 일반적인 가치평가 방법으로 보았을 때 미국 주식시장의 가치평가 수준은 이미 2000 IT버블에 근접해 있다.

오늘날 자산가격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신용대출의 강제 상환과는 무관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다.

- [붐버스톨로지] 2014 6월 역자 서문에서 당시 가장 공감했던, 하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라 의아한 얘기.

 

1-3.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고사성어처럼, 낙관적인 전망이 일색일 때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해야 하고 반대로 세상이 도탄에 빠졌을 때 희망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 하에 비관과 낙관 모두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 중의 하나를 얘기하고 있었네요. 여러모로 옮긴이와는 공감하는 게 많아서 반가웠습니다.

 

 

2. 서두에서 언급했던 박성진대표께서 2017년에 번역한 [현명한 투자자들의 인문학]을 읽고서 이 책 역시 독후감을 써서 공유도 했었습니다. 이번에 당시 썼던 독후감을 다시 읽어보니 이 책과 일맥상통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붐버스톨로지]와 함께 다음 읽을 책으로 따로 빼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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