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SG의 기본은 G

최근 미국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에 하나가 ESG다. 환경적인(Environmental), 사회적인(social) 그리고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의 약자인 ESG는 회사나 비즈니스에 투자할 때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영향을 측정하는 3가지 핵심요소다. 이 기준들은 회사의 미래재무성과를 더 잘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얼핏 보면 ESG는 철학적이고 당장 돈과 큰 관련없는 내용인 것같다. 그러나 미국에선 ESG펀드가 늘어나고, 이런 펀드의 확대로 일반 기업들도 기업경영에서 ESG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가 ESG 추종 ETF를 지금의 2배인 150개 이상으로 늘리고 화석연료 관련 매출이 25%를 넘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ESG를 자산운용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연례서한에서 밝혔다. CNBC가 2019년 연말에 선정한 Top ETF 3개 중 하나가 ESG ETF인 iShares ESG MSCI USA Leaders ETF(심볼 SUSL)일 정도다.

미국 시장이 이런 분위기다 보니 국내에서도 ESG가 화두다. 최근 월가의 ESG 분위기를 다룬 기사도 나왔고,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원칙에 ESG를 추가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착한 기업이나 환경친화적 기업이 ESG의 전부인 양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ESG펀드 수익률이 일반 지수 수익률보다 높다는 이유로 ESG에 관심을 가지는 정도가 고작이다.

ESG 펀드수익률이 좋아서 관심을 가지는 것도 나름 의미있지만, 그런 정도의 이해는 ESG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마치 서양무기가 좋아 서양 정치를 도입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없이 정치제도만 도입한 것과 같다. 이제 우리도 지금 미국에서 ESG가 왜 부각받는지, 그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환경과 사회적 이슈로 인해 기업이 직면하는 위험이 커져, ESG를 주목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ESG가 부각된 가장 큰 이유는 패시브펀드의 확대로 미국기업의 지배구조가 주주친화적인 상황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전 칼럼들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주주행동주의에 의한 견제를 통해 주주친화적인 기업문화가 형성됐다. 그리고 그런 문화를 바탕으로 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자본시장이 발전했다. 미국에서 정부 주도의 펀드들이 없어도, 민간 주도로 끊임없이 혁신기업이 나오는 기반에는 주주행동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외부에서 투기꾼 취급받는 주주행동주의자 상당수는 자신들이 미국 경제를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확산된 패시브펀드는 이런 미국의 주주행동주의 문화를 파괴할 여지가 높았다. 패시브펀드는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을 사전에 선정된 비율에 따라 매수하기 때문에, 개별기업의 지배구조 변화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 패시브펀드가 이미 미국 주식형 펀드자산의 절반을 넘었다. 또한 지난 10년간 꾸준히 액티브펀드에선 자금이 유출되고, 그 자금이 패시브펀드로 유입됐다. 그래서 현재 미국 주요기업들의 대주주는 대부분 패시브펀드가 되었는데, 그 결과 기업 내부자들은 주주에 덜 신경쓰게 되었다.

실제로 Activist investor를 자처한 빌 애크만이 운영하는 퍼싱스퀘어 2015년 주주서한을 보면, 지면의 상당부분을 할애해 인덱스펀드의 확대를 우려했다. 그는 인덱스 펀드가 미국을 지배할 경우,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미국 자본시장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봤다. 적극적인 외부주주에 의해 기업이 지속적으로 견제받는 개념이 희박한 한국에서는 이 문제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이해하기 힘들 수 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패시브펀드 확산으로 기업지배구조가 흔들리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 결과, 금융정보기관들이 기업지배구조를 포함한 ESG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패시브펀드들이 이런 평가에 근거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즉 패시브펀드는 금융정보기관들이 제공하는 ESG 등급에 따라 투자하는 것을 장려해 패시브펀드 확대로 발생한 지배구조문제를 극복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패시브펀드들이 기업의 장기적 관점에서 놓치기 쉬운 환경과 사회적 고려를 더해 ESG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왜 언론들은 지배구조보다 환경과 사회에 더 집중하는 것일까? 이는 미국에선 이미 지배구조가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환경과 사회적 고려는 아직 미비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기업 지배구조는 상식이므로 크게 논하지 않을 뿐이다. 마치 물과 공기가 생존의 필수적이지만, 부족하지 않으면 당장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과 같다.

따라서 주주 중심의 지배구조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나라에선 ESG를 논하기 보다는 G 즉 지배구조에 집중해야 한다. 적대적 M&A가 활성화되고 주주행동주의를 평생의 신념으로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충분히 늘어난 뒤에야, ESG를 제대로 논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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